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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er Lee May 06. 2022

21년 9월 첫째 주

잠시 멈춤

8월 30일 월요일


지역 신문에 나온 정보에 따르면, 열흘 동안 면단위 다방에서 근무했던 사람이 부산으로 돌아간 후  확진자가 되었고, 그의 동선을 따라 접촉한 사람들을 검사한 결과 오늘까지 총 20명이 확진이 되었다. 그동안 거의 확진자도 없고 나와봤자 1~2명에 그치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면 단위 학교들은 3일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고, 6천여 명 면단위 사람들 전부 검사를 받아야 했으며 이동 제한도 권고되었다. 다방 발로 벌어진 일이라 다들 시선이 그렇게 곱지는 않다. 수도권에 비해 느슨한 방역 심리가 결국 이렇게 터지고야 말았다. 아마도 몇 주 동안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 같다.


그동안 언니가 세무사 일을 조금 봐주면서 매달 내야 하는 기장료를 아꼈는데, 이제 한 업체를 선정하여 돈을 지불하고 맡겨야 할 때가 왔다. 이제 고정비용으로 매달 15만 원의 회계사 비용이 추가될 것이다. 물론 부가세는 별도.


8월 31일 화요일   


다방 발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군 전체가 이동이 마비된 느낌이다. 배달 오토바이만이 거리를 메우고 있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끊겼다. 오전 카페를 찾은 사람은 3명, 점심 이후 몰리던 손님도 없어지고, 오늘은 단 한 팀이 다녀간 후 감감무소식이다.


2층 문중 사무실 어르신들이 팔빙수 셰이크를 먹으러 왔다. 어제 음료 배달을 시키고 남은 돈은 적립을 해 두었는데, 그 적립금으로 계산을 하면서 설과 나에게도 음료를 사주겠다고 했다. 그동안 물주 할아버지가 계속 계산을 하면서 포인트 적립이 많이 쌓였는데, 그 적립금을 쓰는 걸 사무실 직원 할아버지가 대놓고 싫어했다. 지난번에 적립금이 많이 있으니 그냥 마셔도 된다고 했는데, 거기 돈(적립금) 있다 말하지 말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돈 낸 사람은 따로 있고 적립금을 쓰려는 사람은 따로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오늘 적립금으로 우리를 사주겠다는 게 별로 반갑지 않았다. 게다가 사 주는 음료를 먹을 때는 꼭 본인 테이블에 앉혀놓고 사준 티를 내려하기 때문에, 다방 아줌마가 된 기분이 들어서 난 마시지 않겠다고 사양을 했다. 설은 한 잔을 얻어먹었는데, 테이블로 와서 먹으라는 말에 절대 가지 않고 카운터를 지켰다. 그랬더니 물주 할아버지는 예의가 아니라며 계속 투덜거렸다. 사주면 꼭 옆에 와서 먹어야 하는 건 어디 문화인가. 이런 시골 다방 문화가 여전히 할아버지들에게 남아있다. 다방 발 확진자가 그렇게 많이 나온 것도 다 그럴만하다.  


9월 1일 수요일


아침에 출근하니 유리문을 지나 카페 안에 깔아놓은 바닥 패드가 흥건히 젖어있었다. 물줄기를 따라가 보니 카운터에서부터 물줄기가 이어져 있었다. 천장에서 비가 샜나 하고 위를 올려다보는데  범이 카운터 안쪽에서 불쑥 얼굴을 들었고 설은 화장실 쪽에서 대걸레를 들고 나왔다.


출근하는 길에 택시가 설의 자동차를 살짝 박았다.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카페에 출근한 설이 물통에 물을 받는다고 정수기 꼭지를 열어놓았을 때, 사고 낸 택시운전사가 카페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고 바로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와보니 물이 철철 넘쳐흘러 입구까지 이어져있었던 것. 설의 일진이 사나운 날이었다.


설계를 맡긴 건축사 사무소에서 설계안이 나왔다고 해서 황선생을 만났다. 마지막 설계도가 반영이 잘 안 된 것 같아 수정할 사항을 점검하고 수정안을 받기로 했다.


스콜 같은 비가 내리다가 또 개었다가 다시 주룩주룩 내리는 날씨가 이어졌다. 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이 2차 예방접종을 맞는 날이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중학교 교사들이 2차를 맞게 된다. 서울에 있는 큰딸이 잔여백신을 예약해서 오늘 화이자를 맞았다고 알려주었다.


9월 2일 목요일


3일간 원격수업을 진행했던 막내딸 초등학교가 오늘부터 정상 수업을 시작했다. 다방 발 확진자가 많이 나온 곳의 학교들은 이번 주까지 원격수업을 한다.


재봉 모임이 있는 .  테이블이  모임 자리였는데, 오늘은 일찍부터 모여서 회의를 하는 4인방에게 자리를 뺏겼다. 4 이상 모여 앉을 수가 없어서 나까지 포함하여 5명이었기 때문에  테이블에 나누어 앉아 만들기를 하면서, 온라인 이케아에서 소소한 물품들을 공동 구매하겠다고 함께  궁리를 했다.


옛 재봉 회원으로 오랜만에 얼굴을 본 명이 점심을 한턱 쏘겠다고 해서 자주 가는 파스타집에 갔다. 코로나 때문에 테이블 간격을 넓혀놓느라 원래는 테이블 위에 있어야  전등이 의자에 앉은 사람을 비추었다. 너무 벽에 밀어 넣은 통에 의자를 빼고 드나들기가  거추장스러웠다. 그래도 사주는  언제나 즐거운 . 거하게 점심을  먹고 음식점을 나오기  화장실을 들렀는데, 변기 위에 놓인 한줄기 꽃잎에 온통 곰팡이가 들러붙어있는  보았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눈에만 보이는 더러움. 나만 불편해지는 순간이다.  


9월 3일 금요일


어제 영수증을 점검해 보니, 오후 2시 이후 손님이 전혀 없었다! 재봉 회원 희의 케이크 테이크 아웃이 마지막이었다.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자세 교정해주는 유투버를 발견하고 어깨 펴는 동작을 따라 했었는데, 아침에 왼쪽 팔이 너무 아팠다. 어깨는 펴지고 팔 통증을 얻었나 보다.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작년에 장만한 반죽기 부품 중 휘핑 날이 하나 떨어졌다. 열심히 쓰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1년여 만에 부품이 고장 나다니. 어이없는 상황이다. 인터넷을 뒤져 부품을 주문했다.   


9월 4일 토요일  


몇몇 사람들이 잠시 들러 음료를 가져간 오전. 단골장은 어제저녁 중심가의 다른 카페에 가보니 장사가 너무  되고 있더라며, 여기도 사람들이 오가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말을 했다. 저녁나절 3명의 아르바이트 생을 쓰는  카페가 과연 우리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자랑하고 있을까 의심스럽다. 중심가라 임대료는 비싸고 프랜차이즈 비용과 인건비, 재료비를 빼면 진짜 많이 남아서 주인은 진정 행복한 상태일지. 장사가  되는 곳에서 일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예상과 달리 엄청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면 내가 아직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늙다리 비관주의 아줌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읍내에 있는 온갖 단체에서 받은 책자와 팸플릿들이 전시되어 있는 입구 선반을 정리했다.  같아서는 모두 폐지 고물상에다 갖다 주고 싶지만, 이렇게  1 보내다가 내년 책자가 나올 때쯤 재활용 센터에 갖다 줘야겠다 마음먹었다. 아무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으니, 지금 버리나 나중에 버리나  양은 아마도 똑같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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