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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er Lee May 21. 2022

21년 10월 셋째 주

급작스러운 직원 퇴사

10월 18일 월요일


주말 사이에 갑자기 겨울이 되었다. 기온이 뚝 떨어져 체감온도가 상당히 추웠다. 아직 옷 정리가 덜 끝났는데 이제 진짜 겨울 옷을 꺼내놓아야겠다.


오랜만에 당근 케이크를 만들었다. 내일 티라미수를 만들기 위해 케이크 시트를 두 개 구워야 했는데, 반죽 도중 핸드믹서 반죽기 날 하나가 또 부러졌다. 접합면이 또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로써 작년에 구입한 핸드믹서 반죽 날 3개가 부러졌다. 남은 한 개로는 쓸 수가 없으니 곧 폐가전이 될 운명이다.  


다행히 오븐 두 개는 잘 돌아간다. 베이킹 작업을 오전 중에 모두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왜 이제 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10월 19일 화요일


운동하러 나간 아침, 선명한 색깔의 무지개를 보았다. 몇 분 만에 사라지긴 했지만, 동네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어제오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바람 분다고 움직이지를 않는 걸까. 읍내 다른 카페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한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저녁 무렵 민감독에게 카톡이 왔다. 범이 그만둔다고. 범이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남기고 단체 카톡방을 나가버렸다. 왜 갑자기? 며칠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10월 20일 수요일


출근하러 동네를 빠져나오는 길, 오른쪽 밭쪽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달려 나오더니 내 차 밑으로 가로질러가다가 바퀴에 치여 죽었다. 로드킬을 해버렸다. 백미러로 본 나뒹구는 고양이 시체를 잊을 수가 없다. 일진이 사나운 날, 조심조심 다녀야 한다.


마카롱을 만들었다. 새 오븐이 생겼으니 이제 두 판을 한꺼번에 구울 수 있다고, 부푼 마음으로 새로운 오븐에 마카롱을 구웠다. 결과는 폭망. 이런. 맞춰둔 온도와 실제 오븐 내부의 온도 차이가 많이 났다. 오븐 두 개를 같은 온도로 맞추고 같은 시간에 구웠는데 새로운 오븐에 있던 마카롱 꼬끄의 안쪽이 거의 구워지지 않았다. 제대로 구우려면 조금 더 오래 굽거나 온도를 조절해야 했다. 익지 않은 걸 모르고 꺼낸 꼬끄 한판은 폐기 처분해 버렸다. 어제까지는 오븐 잘 샀다고 행복해했는데, 결국 핸드믹서 꼴이 나버렸다. 신입 멤버가 기존 멤버를 이길 수는 없어도 비슷하게 흉내는 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박스를 이미 버렸기 때문에 이제 반품도 불가능한 오븐. 앞으로 사용하려면 적외선 온도계로 정확하게 내부 온도를 측정해서 구울 수밖에 없다. 귀찮음이 또 하나 늘었다.


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간 동안 카페라테 주문을 받았다. 두 잔을 한꺼번에 만드느라 400미리 우유를 데워서 만들었는데, 다 담고 보니 우유가 미지근한 느낌이 들었다. 의심쩍었지만 그냥 테이크아웃을 들려 보냈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찜찜했다. 뜨겁지 않은 커피를 받은 사람의 찡그린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범이 그만둔 이유를 설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이틀 전 범과 민감독과 종업원이 말을 나누다가 약간 언성이 높아진 적이 있었다는 것 외에는. 아마도 그때 언짢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 1년 계약직이고 그만둘 일이 있다면 한 달 월급 다 받을 수 있게 날짜 채우고 나가도 될 텐데, 이렇게 중간에 갑자기 그만두는 건 어쨌든 정상적이지 않다. 뭔 일이 있긴 있었나 보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가 아침에 저질러 놓은 ‘그것’을 다시 보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동네 사람 누군가 말끔하게 치워놓았다. 휴. 다행이다.


10월 21일 목요일


한 남자가 오더니 누군가에게 음료 쿠폰을 넣어줄 수 있는지 물었다. 포인트 적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선결제를 하면 적립을 해 놓을 수 있고 아무 때나 와서 포인트로 마시면 된다고 했다.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은 채였는데, 지난 21일 외상값 29000원을 달아놓고 아직 오지 않아 결제를 못하고 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설마 외상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터. 선물처럼 10만 원을 결제해주고 포인트로 넣어주었다. 여전히 외상값은 그대로 남겨둔 채.


10월 22일 금요일


가을 하늘은 깊어지고 바람도 쌀쌀해졌다. 이제 1주일이면 또 10월이 가는구나. 설이 쉬는 날이라 혼자 오픈 준비를 했다.


12주에 걸쳐 읽고 녹음하던 입트영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냈다.


10월 23일 토요일


여행 가기 좋은 주말이다. 정말 다들 여행을 떠났는지 오전 내내 너무나도 한가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후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밀레니엄>에 빠져들기 좋은 하루다.


단골장이 와서 커피를 마시고 홍차잎을 얻어갔다. 그 대신 내 점심을 좀 사다 달라고 딜을 했는데 진짜 초밥 점심을 사다 주고 갔다.


담주 월요일에 예약한 쿠키가 갑자기 생각났다. 오늘 해 놓지 않으면 월요일에 일 폭탄이 터질 것 같았다.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은 나를 탓하며, 버터와 달걀을 꺼내놓고 준비를 했다. 종업원이 지난여름 돌아가신 어머니 천도재를 지내러 부산으로 가서 오후 5시까지 카페를 지켜야 했기 때문에, 시간 내에 쿠키 5 봉지를 만들어 포장까지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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