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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er Lee May 20. 2022

21년 10월 둘째 주

쓰레기 쓰레기

10월 10일 일요일


지난 목요일 운동회 참관으로 일을  대가로 오늘 오전 출근하니, 카페  주차장 오른쪽에 고양이가 갈가리 찢어놓은 쓰레기봉투가 입을 헤벌레 하게 열어젖히고 나를 반기고 있었다. 안에 있던 내용물들이 바람에 날려 카페 입구까지  있었다. 누가 버린 쓰레기 인지   없지만, 이렇게 카페 앞을 너저분하게 만들고 있다면 출근한 내가 치우는 것이 맞겠지만,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건물 1층에 있다고 모든 지저분한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게다가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2층에 있는 사람들이며, 특히 조경사업을 한다는  회사는 인부들이 들락날락 거리며 건물 벽을 따라 조성해놓은 우리 화단에 쓰레기를 버리는 주범으로 나에게 찍혀있었다. 하필 이런 날이 공휴일이라니. 시간 나면 치우기로 하고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오른쪽 커피 머신을 고쳤다고 메모가 붙여져 있었다. 이제 머신  군데를  사용할  있다. 오늘은 반죽해 놓은 쿠키를 모두 구워놓을 예정이다. 반죽을 꺼내놓고 테이블을 치우고 포스기를 열고 그라인더로 커피를 갈아 밤새 기계 속에 남아있던 찌꺼기를 털어냈다. 아직 해야  일들이 남아있는데 단골장이 목욕탕에 다녀오는  끝 카페로 왔. 오전 루틴 마무리가   상태로 모닝커피를 잠시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단골장이 나가고 어제 꺼내놓은 마카롱을 포장하는 와중 손님들이 왔다. 아직 냉장고에서 조각으로 잘라주기를 기다리는 케이크가  개나 있고 쿠키 굽기가 계속 이어지는, 일이  끝난 상황에서 님이 오면 마음이 급해진. 손님을 보내고 케이크 커팅하여 쇼케이스에 진열하고 쿠키 구워 포장하고  점심 샌드위치도 만들어  작업대에 서서 먹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니 1시가 훌쩍 지나 있었다.


손님 몇몇이 밖에 나뒹굴고 있는 쓰레기에 대해 언급했고, 나는 이미 알고 있는데 잠시 놔두고 있다는, 그들이 들으면 황당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딸 때문에 잠시 읍내에 나온 포토박이 카페에 들렀다. 오후에 출근하는 종업원에게 미룰 예정이었던 쓰레기를, 고맙게도 처리해 주고 갔다.


오른쪽 발등의 저릿함이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기분 나쁜  아픔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지난주 병원 탐방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원인을 제대로 알아보러 서울로 가야 하는 것인가. 너무 속상하다.


지난 화요일에 예약을 한 암환자 촬영이 취소되었다. 서울 병원에 가 있다고. 마음 아픈 일이다.


10월 11일 월요일


어제 비가 온 후, 아침 바람이 서늘하다. 가을이다.


허리에 좋은 바른 자세를 공부했다. 골반을 가볍게 흔드는 형태를 유지하고 한 발을 내딛을 때 반대 다리의 허벅지와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걷는 바른 걷기도 숙지하여 아침 운동에 적용해보았다. 그동안 내가 걸었던 걸음은 아무 생각 없는 몸짓이었다. 이것저것 생각하여 발을 내밀고 힘을 주며 걷다 보니 허리가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걸을 때도, 서 있을 때도 바른 자세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건강한 루틴을 계속해나가야 삶이 지속된다. 아프지 않게. 참,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


둘째 딸 친구 엄마 숙이 첫 손님으로 왔다. 딸은 친구랑 놀고 본인도 친구랑 놀기 위해 커피를 사러 온 것이다. 그녀도 작은 카페, 물론 임대료가 나가지 않는 자신의 건물에다가 하나 차려놓고 사랑방처럼 쓰면서 간단히 커피랑 샌드위치를 파는 생활을 한때 꿈꿔왔다며, 오전 이런 한가한 시간에 카페에 있는 나를 조금은 부러워했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픈 준비를 모두 마치고 손님이 없는 카페에서 모닝차를 마시는 때이긴 하다. 누구나 카페를 차린다고 하면 생각하는 그 풍경. 하지만 그때를 지나면 재료 준비를 해야 하고 다 팔린 케이크를 만들어야 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냥 가볍게 할 일들은 아니라는 걸, 직접 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나도 몰랐으니까.


10월 12일 화요일


긴팔을 입었다. 그래도 카페 안에는 여전히 에어컨이 돌아간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주며 걷는 바른 자세 걷기를 한 결과, 종아리에 알이 배겼다. 힘든 운동을 한 후 겪는 뻐근함 때문에 발쪽 저림 현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픔이 더 큰 아픔으로 이겨낸 경우랄까.


10월 13일 수요일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매일 출근을 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피곤이 물밀듯 밀려왔다. 오전, 스콘 반죽을 해놓고 치즈케이크를 만들어놓았다. 이제는 더 이상 구입할 수 없는 청귤 대신 귤로 청을 만들기로 하고 읍내 과일가게에 귤을 주문해놓고 일찍 집으로 갔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우리 집 화장실과 부엌을 청소하고 낮잠을 늘어지게 잤다.  


10월 14일 목요일


어제 주문해 놓은 귤을 찾아서 카페에 도착하고 곧바로 베이킹소다에 귤을 씻었다. 아침 청소를 마친 설과 함께 씻은 귤을 닦아서 썰기 시작했다. 귤을 다 썰어갈 때 즈음, 단골 장이 왔다.


오늘의 화두는 읍내  아파트에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는 작업에 군이 7천만 원의 비용을 부담했다는 사건이다. 단골장은 개별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분명 개인의 영역인데, 공공의 비용이 들어간 것에 반대한다며 열을 냈다. 설과 나는 손과 몸을 바쁘게 놀리면서 귀로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가끔 맞장구를 쳐주었지만,  일이  끝나고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일 수밖에 없다. 말하는 사람은 열심히 말하는데 듣는 사람은 건성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그러다가  썰어놓은 귤에 설이 설탕을 들이붓는 것을 단골장이 보았다. 그리고는 설탕 양이 너무 많다느니, 집에서 딸기잼을 만들 때는 정량에서 조금 줄여서 한다느니 하는 말을 하면서 계속 딴지를 걸었. 이것저것 참견하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이야기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음료는 먹지도 않는 사람이 자꾸  놔라  놔라 한다며 한바탕 쏘아댔다. 민망해진 단골장은 “엄청 사납군하며 돌아서 나갔다. 내가 너무했나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다가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나는 마음을 자꾸 누르면  된다고.


재봉 모임에서 5-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재봉 수업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첫날, < 생리대 만들기> 기획 모임을 열었고, 함께 수업에 쓸 천을 골랐다.


10월 15일 금요일


내가 출근도 하기 전에 오늘 월차를  보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제 너무 심하게 몰아붙였나 싶었던 단골장은 어김없이 아침에 커피를 마시러 와서 보를 상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음 주에 예약한 쿠키 때문에 다시 반죽 만들기를 했다. 내가 계량을 해서 모든 재료를 넣고 반죽기에 돌린  나온 반죽을 설이 둥글게 성형을 했다. 오전 내내 이어진 작업은 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갈 시간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반죽을 성형하고 나니 손님들이 몰려왔다.


수채화 모임 선생 영이 어제 외상  커피값을 지불하러 왔다. 포스기 모니터에 붙어 있던 목록을 보고 계산을 했는데, 저녁 무렵 민감독에게 영의 외상값을 얼마로 계산했는지 물어보는 전화가 왔다. 알고 보니 내가 계산한 값이 외상값과 차이가 났던 . 나는 대체  보고 계산한 것인가. 결과적으로 커피 3 값과 케이크 하나 값을 누락했다. 돈을  받았다니. 손님이라면,  계산한 값이 을 경우 득달같이 가게로 달려가 나머지를 토해내라고 하는  당연하겠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돈을  받은 것에 대해  내라고 손님에게 말하기가 굉장히 껄끄러운 일이다. 게다가 영은  그렇게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얘기 잘못하면 두고두고 이런  저런 말을 이곳저곳에서 하고 다닐 사람이었다.  억울하지만,  실수니 그냥 조용히 덮어두기로 했다.


10월 16일 토요일  


2주간의 텀블러 500원 할인 행사가 끝났다. 22번의 할인, 총 1만 1천 원을 적게 벌었고, 대신 메뉴 간판 2개와 접이식 간판을 얻었다. 외부에 세워둔 할인 이벤트 홍보물은 치워져 있었는데 카페 카운터에 세워둔 메모판에는 아직도 행사내용이 남아있어, 홍보물을 치우고 방문 기록 080 전화번호 안내문을 넣었다.


단골장에게  구운 쿠키 꼬다리를 먹게  주고 어제 배달  오븐을 박스에서 꺼내 자리에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아침나절에 혼자 하려고 하다가 허리를  다칠까  잠시 미루고 있던 일이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오븐과 같은 회사의 제품을 샀는데, 이게 최신 제품인  같았다. 불행하게도 먼저 쓰던 오븐의 철제 렉이  오븐에 맞지 않았다. 호환이 되지 않아서 조금 불편하겠다.  기계 냄새를 없애려고 공회전으로 오븐을 돌려보니, 설정해 놓은 온도에 도달하면 바뀔  알았던 불빛이 계속 빨간 불빛으로 남아있었다. 기기 결함인  같은데, 다시 반품하고 새로 받기에는 너무 번거로우니, 레이저 온도계로 재면서 해야 할 거 같다.


아이들 셋과 함께  조가 회원가입을 하고 음료를 주문했다. 요즘 한창 인기 급상승 중인 <오징어 게임> 때문인지 여자아이 2명은 달고나 라테를 주문했고 남자아이는 블루베리 스무디를 마셨다. 보드게임을 한다고 하여 넓은 테이블에 앉으라고 했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테이블을 어지럽히고 지저분하게 노는   이해한다. 최소한의 뒤처리가 되어 있다면. 음료를 가져다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냥 테이블에 놔두고 가버리는  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먹던 아폴로 불량식품이며 사탕 같은 부스러기와 스무디 흘린 바닥을 보며 ‘ 키즈존  생기는지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아이 키우면서 내가 카페에, 혹은 음식점에 너저분하게 늘어놓았을 쓰레기를 반성한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었다. 갑자기 에어컨을 켜다가 히터를 돌려야 할 것 같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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