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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er Lee Jul 15. 2022

22년 1월 셋째 주

집터를 다지다

1월 17일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고 보니 카페 건너편 도로변에 삐딱하게 주차한 차가 있었다. 시동이 걸려 있고 사람은 없었다. 설이 점심을 먹으나갈 때까지, 장장 2시간이 넘게  상태로 있던 자동차. 설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들이 와서 차를 가지고 갔다. 시동을 걸어놓고  시간째 놔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11시에 카페로 전화가 왔다. 근처 어린이 집으로 배달이 가능한지 물었다. 설이 같이 있다면 내가 갔다 올 수도 있겠지만,  원하는 시간이 12시라 배달은 불가. 그 시간에 찾으러 온다고 하여 주문을 받았다. 설의 점심시간과 겹치니 음료 만드는 건 내가 해야 한다. 픽업 시간에 맞추려고 픽업하기 10분 전에 시작하려는데, 주문한 원이 음료를 찾으러 왔다. 말한 시간보다 10분 일찍 와 버린 거다. 은행 볼 일을 보고 다시 오겠다고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손님이 나가자마자 바로 음료 제조 시작. 다시 도착한 손님에 맞춰 음료 8잔을 완성하였다.


1월 18일 화요일


어제 이어 다시 원이 전화주문을 해주었다. 이번에도 8잔. 딱 시간에 맞춰 준비 완료.


퇴근길, 집을 향해 10분을 달려가던 중, 계기판에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점검 불이 들어왔으니 계속 집까지 가기가 찜찜했다. 읍내로 유턴하여 타이어 가게에 도착했다. 직원이 나를 불러 타이어를 들여다보라 했다. 옆면이 잘게 잘게 갈라져가고 있었다. 조만간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고. 때에 맞춰 앞뒤 타이어를 바꾸고 오른쪽 왼쪽 바꿔주면 조금 더 사용할 수 있는데, 나같이 기계에 무심한 사람들은 그냥 굴러가기만 하면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다고, 꼭 주기에 맞춰 점검을 하러 오라고 했다. 바퀴 4개를 다 바꿨다. 58만 원을 투자하니 승차감이 확실히 달라졌다. 그동안 뭘 타고 다녔나 싶었다.   


그어놓은 집터에 다시 보충 작업을 했다. 여전히 금만 그은 상태이다.


1월 19일 수요일


서울은 눈이 오고 춥다는데 이곳은 하늘이 맑고 해가 쨍했다. 평균적으로 수요일은 조금 쉬어가는 날인데, 오늘따라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정신이 없었다.


역시나 3일째 원이 전화주문을 해주었다. 이번에는 10잔이었고, 설이 점심을 먹고 온 후 함께 준비를 했으며 혼자 픽업하러 온 원을 위해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음료를 들어다 주었다. 학교 밖 청소년 윤과 미와 홍 부부가 온 건 물론이고, 점심 무렵 위층 어르신들이 와서 쌍화차를 마셨으며 그중 두 명의 어르신이 2시간 뒤 다시 와서 커피를 마셨다. 세명의 아저씨는 설의 회원가입 권유를 잘 못 알아들었고 그래서 회원 할인 없이 음료를 주문했으며, 12시 즈음 온 손님은 스콘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뜨개질을 하며 내가 퇴근할 때까지 드라마를 시청했다.


그동안 모아 온 우유갑을 읍사무소에 가서 종량제 봉투와 휴지로 교환했다. 다음에는 모아놓은 폐건전지도 가져와서 바꿔야겠다.


옆 마을에 사는 석이 집 뒤에 밭으로 쓰고 있는 낮은 동산을 평평하게 만든다고 흙을 퍼내고 있다. 집터를 높이기 위해 흙을 다져 넣어야 하는 우리는 흙 값을 지불하고 기계를 대여하여 하루 종일 흙을 퍼 날랐다.  

1월 20일 목요일


유난히 손님이 많다 싶었던 수요일. 그래 봤자 매출은 20만 원이 조금 넘은 상태. 저녁 맥주 손님을 받지 못하는 것이 매출에 영향이 있긴 하다. 이제 연휴 전 장사 안 되는 시기가 시작되고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어제 4시 즈음 방문한 손님 두 명. 카페가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처음 방문한다는 그들은 위치상 이런 카페가 잘 될까 싶었다고. 직접 들어와 보니 굉장히 잘 차려져(?) 있어서 놀랍다며 계속 감탄을 연발하다가 결국 신용카드를 놓고 가버렸다. 포스기에 남아있는 신용카드. 과연 그들은 이곳에 놓고 갔다는 걸 기억하고 찾으러 올 것인지.


1월 21일 금요일


수요일 카드 손님은 아직 오지 않고 있다.


1월 22일 토요일


명절이 계속 기다려지는 날들이다. 1년에 두 번 장기간 쉴 수 있는 명절 중 하나. 작년 연말 종업원 최가 해보겠다는 5일 근무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내가 답을 하지 않아서 시작을 안 한 것인지, 뭔가를 하려면 한~참 걸리는 습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올해 주 5일 근무는 아직 요원하다.   


점심 이후 아저씨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총 10잔의 아메리카노 주문을 받았다. 가장 기본이며 가장 시간이 덜 걸리는 주문이라 아주 기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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