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불꽃구경? 사람구경!

7월4일 뉴욕 허드슨 강

by Baker Lee

뉴욕은 세 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긴 얼굴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스트강,왼쪽은 허드슨강. 7월 4일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이기도 한 독립기념일에는 미국 각 도시마다 축제가 벌어지는데 가장 유명한 축제하면 바로 허드슨 강변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다.

여행 기간 중 독립기념일이 지나가니 이 불꽃놀이를 볼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여행은 '이왕 온 김에' 하는 마음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축제라면 좀 무시하고 지나가기 마련이건만 돈 들여 왔는데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여행 사명감 같은거 말이다. 불꽃놀이를 보겠다 마음 먹은 후에는 또다시 여러가지 고민과 결정을 해야했다.


허드슨 강변에서 크루즈를 타고 저녁을 먹으며 우아하게 불꽃을 감상하는 상품을 찾았으나 가격의 압박에 포기. 행사가 끝나고 뉴저지로 돌아오기 힘든 야간 일정이니 호텔을 잡기로 하고 되도록 허드슨강과 가까운 곳에 예약했다.


잠 잘 곳을 해결하니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시내를 구경하다가 8번가 근처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을 하려고 보니 예약이 안되어있단다!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예약확인 이메일이 안온걸 확인! 부랴부랴 다시 다른 호텔을 찾아 코리아타운 한인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한식으로 저녁을 흡족하게 먹고 9시 20분에 시작한다는 불꽃놀이를 보러 8시 50분에 거리로 나섰다.


강변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는데 이미 거리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동쪽으로 가는 모든 길이 꽉 막혔으며 오지않은 버스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택시들, 그 틈에 손님을 찾는 자전거 택시들, 교통수단을 포기한 채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


사람 많이 몰리는 축제에는 단한번도 가본 적 없어서 이런 번잡함과 전쟁같은 상황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어쩌랴. 우리는 서쪽으로 가야만했다. 자전거택시와 흥정을 했다. 호텔 디파짓 30불을 내고 25불이 주머니에 있어 20불에 합의를 봤다.


센트럴파크의 자전거택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꽉 막힌 도로 사이를 곡예하듯 달린다. 사고라도 날까봐 마음 졸이는데 아이들은 롤러코스터를 탄듯 환호성이다. 사람들에 막혀 강변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내려야했다. 강변을 향해 걸었다. 호텔까지 어찌 돌아가나 걱정 한 짐을 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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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걷다 멈춘 곳이 자연스럽게 우리 자리가 되었다. 사람들 사이, 바람이 들어올 틈도 없다. 드디어 불꽃이 터진다. 하지만 어른들 틈에 아이들은 볼 수가 없었다. 둘째를 안아주고 있으니 뒤에 서 있던 아저씨가 안되보였는지 큰 애를 안아주었다. 돌담에 기대 서있던 사람들이 빠져나가 그곳에 아이들을 앉혀주었다. 이미 아이들은 불꽃에 흥미를 잃었다. 피곤함이 얼굴에 가득할 뿐.


불꽃이 끝나니 거리는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질서유지를 위해 나와있던 경찰들은 기념촬영 대상이 되었다. 젊은이들은 축제를 만끽하는데 나는 애를 업다 말다를 반복하며 길을 걸었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정말 엄청난 거리를 걸었다는걸 알았다. 12 에비뉴에서 6에비뉴까지, 뉴욕 가로 길이의 절반을 그 여름밤에 걸었던 거다. 5불밖에 없어서 아이들이 그렇게 원하던 아이스크림도 못사주고.


호텔까지 어찌어찌 도착하고 침대에 널브러진 큰딸 사진은 이 날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최고의 사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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