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스퀘어파크
어쩌다 고아가 된 어거스트 러쉬는 음악가 부모의 피를 거부하지 못해 기타를 들고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 노래를 부른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엄스도 만날 수 있던 그 영화는 이미 오래전 상영이 끝나고 추억의 영화가 되어있었다. 다운받아 볼수도 있었지만 삼성역 근처에 있던 복합문화공간 크링에서 상영한다기에 여행전 아이들을 데리고 갔었다. 오랜만에 다시 느낀 감동은 엄마 차지! 영화 속 그 장소를 찾아와서 감격한 것도 엄마 뿐.
공원 근처에 대학이 있어서 그런지 학생들이 곳곳에 있었다. 4인조 재즈 밴드가 한쪽에서 거리공연을 하고 있고 가방을 멘 세명의 아가씨와 기타를 멘 한명의 아가씨가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 눈에 들어온 풍경은 그 정도였는데 아이들이 본건 분수대 안에서 거의 벗은 채로 놀고 있는 꼬마들의 모습이었다!
한동안 서로 다른 풍경을 감상하더니 드디어 결심한듯 아이들이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 엄마, 저기서 놀아도 돼?" 순간 지금 수건이 없으며 귀찮아질 뒷처리가 스쳐지나갔다. 매몰차게 내칠수 없어 단서를 달아본다. " 발만 담그기!"
5분도 안되서 그 단서는 하나마나한 다짐이 됨을 깨달았다. 분수대 안을 한바퀴 돌고 나니 온 몸이 젖어버렸다. '이왕 이러게 된 이상' 모드가 되어 아이들은 더 즐겁게 물놀이를 즐겼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오줌도 싸고 웃고 떠들었다.
공원으로 걸어오며 산 군것질도 바닥이 나고 공원 풍경에도 지겨워질 무렵 아이들을 불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채 활짝 웃으며 나오는 아이들. 근처 화장실로 데려가서 옷을 벗기고 탈수하듯 비틀어 짜니 물이 한바가지다. 마침 드라이기가 있어 머리를 말려주고 아직 축축한 옷을 다시 입혀주었다. 화장실을 나서니 따스한 햇살이 반겨준다. 거리를 걷다보면 곧 옷은 마를거야. 수건 따위 없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P.S. 분수대에서 놀고 난 후에는 물이 있는 곳은 자연스럽게 적셔주는게 예의라고 깨달은 것 같다. 그 해 여름 뉴욕에는 더운 열기를 식혀주느라 스프링쿨러를 곳곳에 틀어놓았고 어김없이 아이들은 뛰어들었으며 생리현상도 거리낌없이 해결하고 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