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을 삼킨 세대의 저항가

<瓦合>을 듣고

by 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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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파티 포 차오동(No Party for Cao Dong, 草東沒有派對)은 대만 인디 록씬에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주목받고 있는 밴드다. 2012년 타이베이의 차오동가(草東街)에서 결성된 이들은 초기에는 댄스 펑크 스타일로 출발했으나 멤버 교체 이후 그런지 록을 중심으로 음악적 방향을 전환하며 자신들만의 독창성을 확립했다. 그들의 음악은 젊은 세대의 울분과 사회적 불만을 대변하며 날카로운 사운드와 서사적 가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6년 발매된 첫 정규 앨범 《醉奴兒(The Servile)》는 대만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좌절감과 사회적 비판을 담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앨범은 비평가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으며 대만의 그래미 어워드인 금곡장에서 최우수 신인상과 최우수 밴드상을 수상하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표곡 「大風吹(Simon Says)」는 깨끗하면서도 묵직한 기타 톤과 변칙적인 드럼 비트로 그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했으며 대만 젊은 세대의 불안과 좌절을 강렬한 사운드로 대변해 차오동의 음악적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중국어를 쓰는 밴드라는 점에서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노 파티 포 차오동은 만다린 중국어의 네 가지 성조와 억양을 활용해 감정을 극대화한다. 성조의 높낮이와 억양 변화는 음악적 긴장감과 리듬을 형성하며 가사 속 메시지에 감정적 울림을 더한다. 종종 "저주받은 언어"라 불리는 중국어는 이들의 음악 속에서 날카롭고 몽환적인 사운드와 결합해 곡의 정서를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이는 언어적 한계를 넘어 그들만의 독창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다.


노 파티 포 차오동의 음악적 특징은 강렬한 디스토션 기타 톤, 심도 있는 베이스 라인, 예측 불가능한 드럼 리듬에 있다. 여기에 포스트록적인 긴장감과 사이키델릭한 반복이 결합되며 다층적인 사운드가 질서와 혼돈을 동시에 담아낸다. 이는 단순히 감각적 자극을 넘어 청중이 사운드 속에서 스스로를 탐구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음악적 접근은 두 번째 앨범에서도 이어지며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2023년에 발표된 두 번째 정규 앨범 《瓦合(The Clod)》은 개인적 감정과 상실을 주제로 한 곡들로 구성되어 차오동의 음악적 진화와 성숙을 잘 보여준다. 감정의 깊이를 더한 음악적 실험은 희망과 절망, 사랑과 상실 같은 대조적 감정을 세밀하게 탐구하며 곡마다 독특한 서사를 구축한다.


특히 마지막 트랙 「但(damn)」은 슬픔과 희망, 상실과 회복의 감정을 압축해 전달한다. 우두의 보컬은 절제된 시작에서 점점 고조되며 고요함 속에서 밀려오는 소리의 파도가 깊은 울림을 준다. 이 곡은 전 드러머 판판의 죽음을 애도하며 "我愛你可惜關係變成沒關係(나는 너를 사랑해, 안타깝게도 우리의 관계는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게 되었어)"라는 가사와 함께 ‘그래도, 널 사랑해’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이는 인간의 유한성과 사랑의 회복력을 탐구하며 죽음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芽(Shoot)」 또한 전 드러머 판판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된 곡으로 차오동의 곡 중 유일하게 일렉 기타와 드럼을 없는 곡이다. 드러머를 추모한다는 점에서 드럼이 없다는 것은 꽤나 묘할 따름이다. 이 곡에서 메인보컬 우두가 아닌 서브보컬 주주의 차분한 음색과 피아노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며 간결한 편곡 속에서도 서사가 풍부하게 전달된다. 특히 반복적인 피아노 리프는 사이키델릭 록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감정적으로 고조되는 순간을 만들어내 판판에 대한 애도와 회복을 동시에 표현한다.


또 다른 수록곡 「白日夢(Daydream)」은 서정적인 기타 멜로디와 몰아치는 강렬한 전개로 서정성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결합한 곡이다. 곡은 점진적 빌드업과 몽환적 텍스처를 결합해 초반의 잔잔한 긴장감에서 후반부 강렬한 기타 리프와 드럼의 폭발적 전개로 이어진다. "我們把白日夢給連成一線吞著它(우리는 백일몽을 이어 붙여 삼켰어)"라는 가사는 꿈과 자유가 얽히며 삼켜지는 복잡한 감정을 담고 다이내믹한 사운드 속에서 삶의 복잡성을 드러낸다.


「人洞山(The Human, the Hole and the Mountain)」은 복잡한 인간관계와 자기 탐구를 주제로 하며 몽환적인 사운드와 강렬한 리듬이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다양한 악기와 다층적인 편곡은 사람과 자연 그리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瓦合(The Clod)》은 사운드 측면에서도 발전을 보여준다. 묵직한 기타 리프와 멜랑콜리한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며 반복적이지만 변주된 리프를 통해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드러낸다. 차오동의 음악적 정체성은 여기서 한층 더 단단해졌다.


노 파티 포 차오동의 음악은 대만 사회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며 사회적 불만과 청년 세대의 좌절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되었다. 대만의 정치적 불안과 사회적 양극화, 경쟁 사회에서 느끼는 고립감은 이들의 메시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한국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높은 취업 장벽, 치솟는 주거비, 학업과 노동의 이중고 그리고 구조적 불평등은 한국 청년 세대가 직면한 주요 문제다.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좌절과 체념이 만연해 있으며 세대적 고립감과 상실감이 그들 삶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다.


노 파티 포 차오동의 메시지는 이러한 청년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만 청년들이 겪는 좌절과 분노 그리고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이 한국 청년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은 단순히 대만 내 사회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의 청년 세대가 공유하는 감정을 대변하며 그들에게 위로와 연대를 제안한다. 청년 세대가 느끼는 사회적 소외와 억압은 국가와 문화를 초월한 공통된 경험이다. 노 파티 포 차오동의 메시지는 이 공통된 경험 속에서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한국과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청년들은 경쟁 중심의 사회 구조와 성공에 대한 압박 속에서 정체성을 탐구하고 억압된 감정을 표출할 방법을 찾고 있다. 노 파티 포 차오동은 그러한 방법을 제시하며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되찾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힘을 준다.


결론적으로 노 파티 포 차오동은 단순히 대만을 대표하는 밴드에 머물지 않고 동아시아 청년 세대의 현실과 내면을 대변하는 예술적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들의 메시지는 세대를 초월해 울림을 주며 청년들이 직면한 사회적 불평등과 개인적 좌절 속에서도 새로운 시각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도 이들의 메시지는 동아시아 청년 세대에게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제공하며 경계를 넘어 보편적 의미를 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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