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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커넥터 이지 Sep 16. 2022

그릿으로 끝까지 해내기

우당탕탕 사업일지


직관이 높은 사람들은 상황을 빠르게 판단한다. 현재 가진 정보를 동원해서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신속하게 재어본다. 그런데 머리에서 ‘부적격' 판단이 나왔는데도 밀어붙인다면 어떻게 될까? 이번에 <그릿>을 읽고 행동으로 옮겨보았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부는 오후,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카페에 앉아있다. 평소처럼 인스타그램을 후루룩 넘기다 공고를 하나 발견했다.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팀당 300만 원의 MVP 제작 지원금과 전문적인 창업교육을 지원하고, 최종 우승 팀에게는 사업화 지원금 5천만 원을 준다. 게다가 주제는 공간에 관련된 소셜임팩트. 준비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과도 찰떡이다. 마치 운명을 만난 것처럼 홀렸다. 그런데 마감까지 2시간 남았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검토했다. 일곱문항의 서술형 지원서, PPT 형식의 스토리보드, 국세청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사실증명 서류이다. 서술형으로 작성해야 하는 항목이 꽤나 구체적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도식화해서 넣어야 하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도 써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스토리보드다. 스토리보드는 두 가지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텍스트로 사용과정을 담아야 하고, 또 다른 장은 그림으로 과정을 표현해야 한다. 스토리보드 예시를 보니 그림을 그려 시각적으로 보여주길 원하는 눈치다. 그림이라.. 유치원생 수준으로도 그릴 시간이 없을 거 같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불가능한 상황이다.




얼마 전 읽은 <그릿>을 떠올렸다. 그릿 점수를 측정하는 항목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릿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마감시간 전까지 최선을 다해볼 것이다. 불가능에 도전해본다.


한 시간 동안 신들린 듯이 서술형 지원서를 완성해냈다. 지원서 안에 첨부해야 하는 도식도 뚝딱뚝딱 만들어냈다. 인간의 평균 뇌 사용량을 뛰어넘은 루시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막막한 스토리보드를 열었다. 마음 같아서는 멋지게 그림을 그려 스토리보드를 완성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림 실력도 없고 시간도 없으니 글에 기대본다. 텍스트로 가능한 세세하게 유저의 이용과정을 담았다.


남은 시간 30분. 마지막으로 국세청 웹사이트에 사실증명을 발급받으러 들어갔다. 빠르게 로그인하고 클릭 클릭 클릭. 아니 잠깐. ‘접수 후 3시간 이내 처리하는 민원입니다'라는 팝업이 뜬다. 지금 당장 필요한데 3시간이나 걸린다고? 민원 담당자 번호로 연신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제출양식은 파일을 첨부하지 않으면 넘어가지 않는다. 아, 사실증명 서류를 먼저 받았어야 하는구나. 지원서까지 다 써놓고 결국 못 내게 되는 건가.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또다시 그릿이 떠올랐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빈 문서를 열었다. 제목은 ‘확인 부탁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로 시작하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 반드시 참여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담고, 메일로 사실증명 서류를 제출해도 될지 물어보았다. 마감 1분 전, 지원서류를 제출했다. 서류를 보완할 기회가 없더라도 괜찮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할 거리가 없어졌다. 2시간 후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Gmail] 지원서 미비 서류 제출 요청



끊임없이 그릿을 떠올리며 지원한 서류는 통과되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되게 만든 것이다. 아직 대면심사가 남아 있지만, 일단 기쁘다! 난관을 뚫고 1차 합격을 했기에 대면심사도 자신있게 준비할 수 있겠다. 그릿은 한국에서 ‘하면 된다'라는 말과 동의어 같다. ‘안될 거야’라고 지레 겁먹기보다는 일단 해보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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