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토스 유튜브 채널에서 스타트업 서바이벌을 진행했다. 엘리베이터 스피치, 3분 스피치, IR덱으로 이어지는 라운드가 쇼미더머니 못지않게 흥미로웠다. 심사위원 중에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는데 알토스벤처스의 박희은 심사역이었다. 여성이 심사위원으로 앉아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멋있었다.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기에 EO에서 박희은 심사역의 영상이 떴을 때 클릭을 안 할 수가 없었다. CEO에서 VC 투자자가 되기까지의 커리어 이야기가 이어져졌고 영상 끝에 7% 런치클럽이 소개되었다.
7%
국내 심사역 중 여성 비율
7%는 국내 VC 심사역 중 여성의 비율이다(벤처캐피탈 협회 2019). 이 숫자가 점점 더 커지길 응원하는 의미에서 VC 여성 9인이 모여 모임을 결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3년 전부터 오고 간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했다. 지난 일요일, 7% 런치클럽 오픈 토크쇼가 처음으로 열렸다.
토크쇼는 코엑스 그랜드 컨퍼런스룸에서 열렸다. 사전에 150명을 뽑는다고 공지되었는데, 10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리며 장소까지 바꿨다고 한다. 이곳에 약 400명 2040 일하는 여성을 초대했다. 리셉션에서 명단을 체크하고 좌석을 배정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EO대표 김태용님이 굿즈를 나눠줬다! 연예인 보는 것 마냥 놀라버림) 수많은 좌석이 향하는 곳에는 화려하면서도 아늑하게 꾸며진 무대가 있었다. 참여하는 인원은 많았지만 왠지 모르게 프라이빗 런치클럽에 초대받은 느낌이 들었다.
TALK1 | 스타트업 생태계, 지난 10년의 변천사
TALK2 | VC A to Z : 누가, 어떻게, 왜 일하는가
TALK3 | 그녀들의 종횡무진 커리어 변천사
박희은 (알토스 벤처스 파트너)
문여정 (IMM 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상무)
김소희 (위벤처스 상무, 코파운더)
김소영 (스노우 CFO)
차지은 인비저닝파트너 코파운더)
강시현 (Mistletoe Singapore Director of Investment)
김혜진 (IMM 인베스트먼트 상무)
김승현 (신한벤처투자 VC2본부 부장)
굵직굵직한 경력을 가진 시니어 여성들로 패널이 구성되었고, 토크쇼는 세 개의 세션으로 3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예비창업가이다 보니 지난 10년간 스타트업 변천사를 말하는 첫 번째 세션에 가장 몰입되었다. 이어서 VC투자에 대한 업, 여성들의 커리어 이야기가 이어졌다. 7% 런치클럽에서 와닿았던 인사이트를 정리해 본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핵심 요소는?
마켓타이밍이 중요하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세상에 빨리 나와 사라진 서비스가 많다. 같은 아이템일지라도 과거에는 실패했지만 현재는 성공한 사례도 많다. 시장의 현재 필요로 하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타겟이 그것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투자하고 싶은 스타트업은?
초기일수록 창업자와 팀을 본다. 1년, 3년, 5년이 지났을 때 아이템은 초기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끈기를 가진 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창업자가 해당 섹터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중요하다. 비전을 가지고 있으면서 리더십이 있고, 디테일까지 겸비한다면 완벽하다.
얼어붙은 현 투자시장 어떻게 바라보는지?
투자를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 보며 가설을 검증하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실행력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투자가 너무 급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돈이 목적이 아닌 세상을 바꿔보고자 끈기 있게 노력하는 파운더를 찾아낼 수 있는 황금시장이 왔다고 생각한다.
VC 투자자로서 필요한 덕목?
호기심이 필요하다. VC투자자라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파운더로서 필요한 덕목?
파운더는 ‘안 될 거 같은 걸 되게 만드는 사람’이다.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 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경험과 능력을 쌓는 방법은?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다. 궁금한 산업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연결고리를 만들어 관련된 사람을 만나자. 가능한 다양한 사람을 만났을 때 넓은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나에게 익숙한 타인이다” 나를 익숙하지 않게 바라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스스로 낯선 환경에 둔다. 잘 모르는 무대에 나가 한계에 부딪히는 경험을 한다.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잘 해내려고 노력한다.
20~30대에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공과 첫 직장은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게 아닐 것이다. 여러 경험을 쌓으면서 차차 맞는 길을 찾아가면 된다.
배울 점이 있는 여자 선배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지?
여자, 남자 구분 지어 멘토를 찾지 않는다. 여자 선배가 아니라 남자더라도, 더 어린 후배더라도 배울 점이 있다. 그들을 가까이하고 존경하며 배웠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되면 주변에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한계를 느낄 때가 있는지?
10년 전에는 술로 딜이 이루어지는 문화가 있었고 불편한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변화했다. 이제는 업무를 할 때 술자리를 갖지 않으며, 업계에 많은 여성들이 나타나고 있다.
간혹 대표자로서 발표를 할 때 ‘어 여자네?’라는 말을 듣기는 한다. 하지만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정도이다. 잘 해낸다면 편견을 부수고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간 롤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을 하기 어려웠다. 롤모델을 삼으려면 누군가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이 담긴 스토리에 공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학 경험이 없는데 유학생 커리어를 따라가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남성이 아닌 여성 시니어의 커리어를 보는 건 전혀 다르다. 이번 7% 런치클럽을 통해 닮고 싶은 40대 여성들을 많이 만났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10년, 2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자리를 만들어준 EO와 7% 런치클럽 멤버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