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킷 스타트업 스테이션의 시작
이번주부터 멋쟁이사자처럼이 운영하는 테킷 스타트업 스테이션 과정을 듣고 있다. 아이디어, 브랜딩, 마케팅, 디자인, 개발까지 창업에 관련된 총체적인 내용을 다루는 교육 과정이다. 많이 배우는 만큼 많은 리소스를 쏟아야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420시간을 들어야 하는 기나긴 여정이다. 기다리던 합격 문자를 받았지만 아득한 시간 앞에 망설여졌다.
노마드라이프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출퇴근 시간이다. 경기도민 20년 차로 고속도로 위에서 2만 시간은 넘게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원격근무를 하며 출퇴근 개념이 흐려졌고, 퇴사 이후에는 출퇴근 개념이 말끔히 사라졌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요가를 가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루틴을 만들었다.
스타트업 스테이션을 들으려면, 출퇴근을 또다시 삶에 들여야 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맞붙어 고속도로 위를 달려야 한다.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쓸 만큼 배울게 많을까? 하루의 생산성을 내어줄 만큼 가치 있는 과정일까? 여차하면 드랍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첫 수업에 들어갔다.
쭈뼛쭈뼛 자리를 잡고 앉아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과정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찾아온 자기소개 시간. 처음 가는 자리에 늘 있는 뻔한 시간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스토리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제목을 인생책으로 뽑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리학과를 진학한 일이 인생에서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성악을 하다 창업을 준비하는 신기한 백그라운드도 있었다. 게다가 매일 책을 읽고 매일 아침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
발표자료를 만들고 컨셉까지 확실히 잡아온 사람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자리가 아닌데도 최선을 다하는 그 사람들이 빛나 보였다. 동시에 3분 발표를 우습게 생각하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배울게 많은 사람들이다. 이건 배울 기회다.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은 4시간 만에 사라졌다.
다음날 점심시간은 더욱 흥미로웠다. 토마토라멘을 먹으며 원격근무를 말하다가, 카페에 가서는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자리에 돌아와서는 자본주의를 논하고 있었다. 2시간 내내 상상과 논리를 오가며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다. 대화가 재밌었던 건 물론이고,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를 새삼 곱씹게 되었다. 바쁘다고 미뤄둔 생각을 여기서 하고 있네?
출퇴근이고 시간이고 체력이고 몽땅 가져가도 좋을 만큼 만족도가 올라갔다. 이제 하겠다는 판단이 섰으니 다음 행동은 정해져 있다. 스타트업 스테이션에 참여하는 동안 최선을 다할 것. 여기 있는 사람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알아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