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우리가 여행하는 법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같이 갈래?”라고 물어보면 친구들은 항상 좋다고 답했다. 앞뒤 재지 않고 떠나겠다는 친구들. 가지 않을 이유보다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그들이 좋았다. 나의 여행 역사에 친구를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친구들과 인생 첫 해외여행인 태국을 다녀왔고, 세계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인 미국을 함께했고, 이후에는 동남아일주도 다녀왔다.
서로 대학이 달라도 여행을 한 번 다녀오면 끈끈하게 이어졌다. 여행의 분위기에 취해 속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친구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여행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서로를 알아갔다. 우리는 언제나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에는 어딜 가자”, “몇 년 후에 다시 오자” 같은 분명하진 않아도 왠지 지켜질 것 같은 약속을 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이후 친구들과의 다음은 사라졌다. 물론 감염병 탓만은 아니다. 취업준비를 하거나 사회초년생이 되어 각자의 삶을 일궈나가기 바빴고 함께 보내는 시간은 확연히 줄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각자 처한 환경과 관심사가 다르니 의견이 갈리는 건 당연했다. 예전 같았으면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인정하고 넘어갔을 일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아 물고 늘어졌다. 주변 사람에 따라 사고하는 것이 달라진다는데, 더 이상 서로가 서로의 주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멀리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가지를 모아줄 때가 왔다.
나는 해외여행의 대안으로 한달살기를 하고 있었다. 충청도 시골마을에서 한 달, 서울 코리빙하우스에서 한 달을 보내고 다음엔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맘때쯤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술꾼 도시 여자들>, <서른아홉>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드라마 속 그녀들은 매일 만나며 모든 일상을 공유했다. 드라마인걸 알면서도. 수많은 미화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도 같이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동거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달살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공간에서 우리들의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함께 한달살기를 해보자고 말을 꺼내야 하는데 설득이 필요해 보였다. 한 명은 서울에서 혼자 사는 집이 있고, 또 다른 친구는 회사일과 취준생활을 정신없이 병행하고 있다. 굳이 다른 집을 구해서 부대끼며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엄한데 시간과 돈을 쓰는 일이니까. 에어비앤비에서 한달을 렌트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을 모으고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발표 준비하듯 연습했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술자리에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나 : 같이 한달살기 해보는 거 어때? 왜냐..
친구A : 오 좋은데?
친구B : 그래!
친구들은 왜 해야 되는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좋다고 말했다. 스무살 때 그랬던 것처럼 앞뒤 재지 않고 함께 하는 새로운 경험에 신나 했다.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게 퍽퍽해도 그때나 지금이나 친구들은 똑같았다.
우리는 한달동안 함께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산책을 하는, 일상적이면서도 총체적인 삶을 함께 하게 되었다. 혼자 하면 기록 함께하면 추억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함께하는 한 달 동안 앞으로 추억 삼을 이야기가 넘쳐흐를 것 같다.
여자 넷의 한달살기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