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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커넥터 이지 May 10. 2022

제발 한달살기 하러 와주세요

지자체 한달살기 지원사업이 성공하려면

여행에디터로 로컬여행을 기획하고, 여행크리에이터로 한달살기를 하며 떠오른 생각을 씁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지자체에서 한달살기 지원사업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해 보다 더 많은 지자체가 한달살기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강릉, 남해, 문경 등에서 한달살기 지원사업으로 지역을 홍보해내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원 혜택도 크다. 관리비 정도만 내고 한달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숙소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숙박비, 체험비, 교통비가 포함된 여행비용을 넉넉하게 지원해주기도 한다. 여행자들에게 지역상품권 몇천 원을 쥐어주던 예전 방식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사업이다. 그만큼 각 지자체에서 한달살기 여행에 대한 기대가 높다. 사업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아 보인다. 한달살기를 통해 지역이 홍보되어서 관광객이 늘어나길 바라고, 더 나아가 청년이 지역으로 이주하길 바란다.

과연 그들의 기대만큼 한달살기 사업이 효과적일 수 있을까?

한달살기 지원사업에 성공한 지역들의 공통점을 분석하며 다음과 같은 도식을 만들어보았다.



1. 여행자원 확보(특히 숙소)
여행자원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달살기를 한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당연히 지역을 홍보하기 이전에 홍보 거리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홍보거리는 여행지만 뜻하지 않는다. 모든 지역에는 자랑할만한 여행지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 맛집이라 부를 수 있는 식당도 존재한다. 교통도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차를 타고 온다는 것을 가정할 수 있다. 그런데 숙소가 갖춰진 곳은 흔하지 않다. 제주, 부산, 강릉 같은 대표적인 여행지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숙소에 다양한 옵션이 없다. 아주 오래된 모텔 혹은 값비싼 펜션뿐이다. 중간값이 없는 숙소는 장기여행자들에게 흥미를 뚝뚝 떨어트린다.

2. 한달살기 홍보
여행자원이 풍부하게 갖춰져 있다면 홍보는 물 흐르듯 진행된다. 영향력 있는 여행유튜버를 섭외해서 홍보할 수도 있고, SNS를 활발하게 운영 중인 일반인을 모집해서 여행을 지원해줄 수도 있다. 여행지, 숙소, 맛집이 충분할 때 그들도 한달살기 여행과 홍보 계획을 막힘없이 세울 수 있다.

3. 여행자 증가
해당 지역이 콘텐츠로 자주 다뤄지며 여행자가 늘어난다. 물론 이것도 1번(여행자원 확보)이 충족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여행하기 좋은 곳은 입소문을 타기 마련이다.

4. 여행자원 증가
지역에 여행자가 많아지며 새로운 가게가 늘어난다. 예쁜 카페와 맛집, 게스트하우스 등 여행자들이 갈 수 있는 새로운 장소가 들어선다. 여기서 이주청년 지원 사업으로 부스터로 달아준다면? 지역을 방문해보고 마음에 들었던 청년들이 이주를 해온다. 지자체가 원하는 그림이 완성된다.



한달살기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남해를 예로 들어보자. 남해는 원체 여행을 많이 가는 곳이기 때문에 1번(여행자원)이 확보되어 있다. 여행지, 맛집, 카페는 물론이고, 다양한 가격대의 숙소가 여러 곳에 있다. 심지어 남해 한달살기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포함되어 있다. 여행에 흥미로운 스토리가 더해진다. 한달살기를 경험한 참가자들이 풍부한 내용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가고 싶은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 기간 동안 남해군 주요 관광지의 입장객통계현황을 살펴보았다. 한달살기 홍보를 진행한 2021년 전해 연도보다 방문객이 상승하였다. 여행을 이끌어낸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한달살기 콘텐츠가 분명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남해 한달살기 영상을 보고 남해에 다녀왔다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올해 처음으로 한달살기 사업을 진행하는 장흥을 살펴보자. 1일 숙박비 7만 원, 교통비 2만 원, 식비 3만 원을 지원해준다. 하루에 12만 원 상당의 여행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엄청난 지원사업이다. 그런데 숙박업소를 찾아보니 마땅한 곳이 없다. 아고다로 검색했을 때 숙소가 다섯 곳도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아주 오래된 펜션뿐이다. 남해의 숙소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동일한 일자 아고다 숙소 검색 (장흥군, 남해군)


낡고 불편한 숙소에서 하루는 괜찮아도 일주일 이상을 지내기는 힘들다. 숙소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달살기 홍보를 한다면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콘텐츠가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을뿐더러 다음 고리로 연결되지 않는다.

여행으로 지역을 홍보하고 싶다면 지자체는 숙소부터 확보해야 한다.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 아니더라도 기반을 잘 다져가는 지자체가 있다. (예를들면 동해, 서천 같은 곳들)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마을호텔을 만들 수도 있고, 숙박업소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업자를 지원해줄 수도 있다. 한달'살기'여행에서 숙소의 편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떤 효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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