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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ez May 03. 2023

야 나두? 결국 주먹구구식 경영

주먹구구식 경영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사회초년생으로 첫걸음을 뗀 인턴 시절 선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대기업을 가도 주먹구구로 일하는 건 마찬가지야. 다만 정도의 차이인 거지."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네 개의 기업을 다니면서 주먹구구로 일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규모가 큰 기업은 나름의 업무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었으나, 여전히 빈틈이 보였다. 인턴의 눈으로도 손볼 게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양호한 수준이었다. 스타트업에 갔을 때는 '아 이게 주먹구구식 끝판이구나'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하나부터 아홉까지 손을 봐야 했다. 프로세스가 있는게 없었다.




그때 당시 '반면교사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답답했던 상황을 적어내려 갔다. 내가 대표라면, 내가 프로젝트 매니저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분명히 적었다. 내가 같은 위치에 갔을 때 반면교사 삼을 수 있도록. 그중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순위에 올려놓은 노트는 '최대한 주먹구구식 일하기가 되지 않도록'이다. 


오늘 팀원들과 회의를 하다가 반면교사 노트를 열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일을 이끄는 방식이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서 하루종일 붙어 있으면서 사전에 회의 시간을 공지하지 않고, 안건은 생각나는 대로 정리하며, 타임리밋도 없이 회의를 이어갔다. 여러 급한일을 쳐내면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 차분히 앉아 정리하고 생각하는 시간도 가지지 못했다. 그러니 주먹구구로 흘러가는 수밖에. 


대기업에 가도 주먹구구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러니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오죽할까. 하지만 합리화를 하기 이전에 주먹구구식 일하기를 줄이려는 시도를 해야겠다. 말뿐인 반면교사 노트가 아니길 바라며 행동으로 옮겨본다. 자, 이제 어디부터 정리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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