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 2박 3일을 보내는 캠프를 1년 동안 10번이나 운영했다. 기적 같은 일이다.
처음에는 워케이션에서 멀리 도망친 프로그램이었다. 무료 워케이션이 쏟아지는 판에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더 이상 사업적으로 운영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노마드 워커들과의 대화를 하나씩 짚어보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이 있을까 머리를 굴렸다.
도파민이 떠올랐다. <도파미네이션>, <도둑맞은 집중력>이 널리 읽히며 디지털디톡스에 대한 관심이 쏠리던 무렵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제력과 집중력이 중요한 노마드 워커들에게도 떼어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처음에는 도파민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시간을 들여야 하는 행동을 천천히 해보며 도파민에 중독된 뇌를 푸는 것이다. 프로그램명은 <느리게 가는 하숙집>. 거하게 오픈했지만 주말 동안 단 1명이 신청했다. 공식적으로 망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도파민을 말하는 프로그램은 너무 복잡했다. 단순하게 집중해 보자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디지털디톡스 프로그램인 <스마트폰 해방촌>이 탄생했다. 자세한 기획일지는 여기에.
스마트폰 해방촌 덕분에 다양한 기회를 얻었다. 주말토리(전 주말랭이)의 경험상점에 소개되어 새로운 유저를 만났다. 뉴스, 시사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되어 인터뷰를 했다. 로컬크리에이터로 합격해 지원금을 받았다. 제대로 된 여행업으로 자리 잡아갔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매번 모객이 어려워 비상대책위원회가 밥먹듯이 열렸으며, 가격이 비싸다며 컴플레인이 들어오기도 했고, 갑자기 숙소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회차가 쌓여가며 '이제 좀 편해지나?' 싶을 때 새로운 문제가 튀어나왔다. 그래도 되돌아보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었다.
오랜 시간 빛을 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반짝하고 빛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은은한 빛을 켜고 있으면 했다. 누군가 '스마트폰 해방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었다.
얼마 전 운영한 스마트폰 해방촌에서 그리던 모습을 보았다. 8명 중 3명이 스마트폰 해방촌을 다시 찾은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리고 멀리서 빛을 보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여태까지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시간이 난 사람, 친구의 추천을 받고 온 사람들이 나타났다.
스마트폰 해방촌 특유의 몽글몽글함과 편안함, 그리고 해방감. 상세페이지에 담지 못하는 감각을 분명하게 아는 이들이 모였다. 오래도록 불을 켜놓은 숲 속 작은 집이 북적이는 2박 3일이었다.
앞으로 스마트폰 해방촌은 어떻게 될까? 이를 지속해 나가며 또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테다. 하지만 분명한 건 '스마트폰 해방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이 불을 꺼트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