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도파민 고리 만들기
2024년 트렌드코리아에서는 올해의 단어를 '도파밍'으로 선정했다. 끊임없이 도파민을 갈구하는 현상을 말하는 단어이다.
유튜브 썸네일만 봐도 ‘도파민 터진다’라는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다. 자극적인 연애 프로그램이라든지, 맵고 단 음식을 먹는, 5초 만에 웃음을 유발하는 영상에 주로 붙여졌있다.
반대편에는 자극적인 도파민 쫓기를 경계하는 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한참 보다가 기분이 나빠지는 경험. 해야 할일이 있는데 집중하지 못하는 경험. 소소한 일상이 무료해지는 경험. 스마트폰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일들이다.
도대체 도파민이 뭐길래?
누구는 찾아다니고 누구는 경계하는 걸까.
도파민은 보상에 의해 쾌락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으로 인해 어떤 행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도파민이 분비될 때 우리 뇌는 반응을 한다. 다음에도 비슷한 수준의 도파민을 받아들일 수 있게 수용체를 만든다.
그래서 ‘도파밍’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전과 같은 수준의 도파민을 내지 않으면 갈급해진다. 그러니 계속해서 도파민을 찾아다니게 된다. 심지어 점점 더 도파민이 빠르게, 많이, 분비되는 걸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것이 숏폼 콘텐츠라고 해보자. 처음에는 썸네일을 보고 흥미로워서 하나를 클릭해서 본다. 그러다 점차 5분, 10분, 1시간씩 늘어나게 된다. 결국에는 매일 퇴근하고 누워서 몇 시간씩 숏폼 콘텐츠를 보게 된다.
“중독은 방향성의 문제입니다. 열정과 에너지를 건강한 쪽으로 쏟느냐, 아니면 나와 사회를 해치는 쪽으로 쏟느냐”
- 도박 중독 전문의 신영철-
하지만 도파민 고리를 건강하게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나를 해치는 도파민을 쫓는 대신, 우리 삶에 진정으로 활력이 되는 도파민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아래는 내가 찾은 건강한 도파민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대화’에서 상당한 도파민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사람과 나눈 대화에서 몰입을 경험할 때 도파민이 팡팡 터진다.
특히 스마트폰 해방촌에서는 모두가 스마트폰이 없는 상태로 대화에 임할 수 있어 좋았다.
3시간 대화를 나누는 동안 누구도 전화를 받으러 나가지 않고, 알람을 보고 스마트폰을 들지 않는다. 그 대신 서로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하고 듣는데 집중한다.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강렬하지만 건강한 자극을 준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야기와 관점을 들을 수도 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진다.
혼자 있을 때는 유독 스마트폰에 손이 잘 뻗어진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등 자극적인 도파민을 켜기 쉽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만 해도 스마트폰은 생각도 나지도 않는다는 걸 경험해볼 수 있다.
걸어 다닐 때 다양한 풍경과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도 처음 걸어보는 동네라면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이 들어온다.
하지만 요즘에는 걸어 다닐 때도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폰이 주는 자극에 몰두하면서, 길에서 전해주는 자극을 놓치고 있다.
스마트폰 없이 동네 산책을 나서보자. “여기에 이게 있었네?”라며 새로운 무언가가 계속 눈에 들어올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소리도 재밌게 들릴 거다. 다양한 자극을 받으면서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하고, 막히던 고민이 풀리기도 하는 경험을 할 것이다.
영감을 찾으러 SNS을 뒤적이곤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없이 산책을 하면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세상에도 재밌는 자극과 영감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동네 산책에서 시작해 옆동네로, 그리고 점차 단계를 높여서 스마트폰 없는 여행도 즐기고 있다. 스마트폰 없이 나가도 별일 일어나지 않으니, 한 번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다.
도파민 디톡스를 하면서 음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도 도파민을 만들어내니까. 순식간에 기분은 좋아지지만, 반복적으로 먹다 보면 당연히 건강에는 좋지 않다.
반면에 요리는 건강한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메뉴를 선택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예쁘게 꾸미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나온다(보상+). 그리고 내가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더 뿌듯하다(보상+).
내 손으로 만들어서 맛있게 먹을 때의 기쁨은 상당히 크다. 이걸 알고서는 평생 관심이 없던 요리를 하게 되다. 점점 더 어려운 난이도의 요리를 도전하고 있는 요즘이다.
자극적인 도파민을 한 번 경험하면 이후에도 같은 수준의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도파민을 경험하면 이후에도 같은 행동을 하고자 한다.
도파민 본연의 역할이 우리 삶에 활력을 주고 행복하게 만드는 거니까. 이를 잘 활용해 보면 어떨까?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