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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커넥터 이지 May 19. 2024

스마트폰 해방일지

우리는 왜 스마트폰에 저항없이 무너질까


스마트폰만큼 유혹적인 사물이 또 있을까. 밥을 먹을 때, 자기 전에, 화장실을 갈 때까지. 애착인형처럼 어느 순간도 떼어놓기가 힘드니 말이다.


몸과 마음이 취약할 때, 유혹은 더 강해진다. 예를 들어 유난히 힘든 일이 많았던 날, 막중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몸이 지쳐서 축 늘어져 있을 때, 스마트폰은 더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온다.



"이리 와! 여기 오면 현실을 잊고 편히 웃을 수 있어"



‘그래.. 5분만 보고 하자.’ 속으로 얕은 다짐을 하며 초대에 응한다. 하지만 다짐했던 5분은, 10분만 더, 10분만 더를 외치며, 어느새 1시간이 되어 있다. 매번 알면서도 스마트폰의 유혹에 넘어가는 게 분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스마트폰에 쉽게 무너질까? 


플랫폼이 도파민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우리의 시간을 오래 잡아두면 잡아둘수록 광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그러니 개개인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안한다. 시청지속시간이 높은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여기는 재밌는 게 많으니까 자주 들어와'라고 메시지를 전한다. 해야 할일이 있는데도 스마트폰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심리학 박사, UX/UI 디자이너, 개발자 등등 플랫폼 기업에 속한 전문가들이 피땀눈물로 노력한 결과이다.



콘텐츠가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콘텐츠가 주는 이로움을 알고 있다. (지금도 브런치 콘텐츠를 통해 여러분과 만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건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다니는 순간이다. 물론 이것도 잘못된 건 아니다. 원한다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의미 없는 콘텐츠를 보면서 스크롤을 내리는 것보다, 더 좋은 모습의 나를 알고 있으니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모든 것을 다 따라잡아야 하고 늘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면 깊이를 가질 시간이 없어져요.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진득하게 책을 읽고, 생각을 글로 쓰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오감을 느끼며 세상을 탐험하는, 문제를 해결해서 가치를 만드는 모습이 이상에 더 가깝.


이는 모두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스마트폰을 수동적으로 보고 있는 대신, 나의 소중한 시간을 주체적으로 행동하는데 써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감을 느끼고 방법이란 걸 알고 있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많은 분들도 저와 같은 고민을 안고 방법을 찾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스마트폰 해방촌을 만들었다.


도파민을 계속 쫓고 싶은 충동을 멈추려면 리셋이 필요하니까. 자극적인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해방촌은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스마트폰이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 비로소 무엇이 나를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만드는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자주 오는 연락이 문제였는지, 중독적인 SNS인지, 잠들때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인지 알게 된다. 그러면 일상에 돌아가서도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대할 수 있다.




최근 몇 개월간 여러 미디어 채널에서 스마트폰 해방촌에 대한 취재를 요청했다. 그때마다 매번 듣는 질문이 같은데요.


"스마트폰이 없을 때 어떤 변화가 있나요?"


한 줄로 설명하기 참 어려웠다. 그 변화가 단편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니 때문이다. 이제 브런치 시리즈를 통해 자세히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마트폰 해방촌을 7번 운영하면서

'스마트폰만 없어졌을 뿐인데 ㅇㅇ한다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다.


대화에 대한 집중력, 감각의 발달, 선명해지는 생각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 경험들을 글로 쓰면서 저도 더 분명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디지털디톡스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으니까.



앞으로 매주 일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스마트폰 해방일지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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