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출에 진심인 사람

20210801

by 슴슴하게씀

20210801 방탈출에 진심인 사람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아는 동생을 만나 방탈출 카페에 갔다.


그동안 둘이서 방탈출을 몇 번 해봤지만 성공한 적은 없었다. 마지막 문제 앞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제한 시간 내에 나갔어야 할 문은 늘 반대편에서 열렸다. 직원이 바깥에서 문을 열고 들어와 사실 이 문제는 이렇게 푸는 것이었다는 그의 설명을 듣고 함께 나와야 했다. 그 후 우리는 집으로 가는 내내 왜 그 문제의 답을 생각 못 했는지, 어디서 시간을 낭비했는지 복기했다. 괜히 문제의 완성도를 탓하기도 했다.


동생과 인터넷으로 찾아본 방탈출 카페에 들어서니 반팔 티에 반바지를 입은 중년의 사장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좁은 로비에서 그는 먼저 온 손님들에게 자물쇠와 무전기용 핸드폰의 사용법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 손님들이 방탈출을 처음 해본다고 하자 사장님의 톤이 더 높아진 것 같았다. 그들을 들여보낸 후, 사장님은 우리에게 사용법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주었다. 다른 방탈출 카페에서 여러 번 사용해봤기에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방에 입장했다.


첫 성공을 기대했으나 늘 그랬던 것처럼 난관을 마주하게 됐다. 한 문제의 답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별의별 풀이를 내봐도 답이 아니었다. 아이디어가 동난 우리는 소품으로 놓인 의자에 앉아 문제가 적힌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렇게 10분을 넘게 종이만 붙잡고 있는데 난데없이 무전기용 핸드폰이 작동했다.


항상 어려운 거 잘 푸는 손님들이 꼭 쉬운 거에서 헤매더라고요.


사장님의 목소리였다. 곧이어 사장님은 우리가 묻지도 않은 힌트를 말하기 시작했다.


신선했다. 요청한 적 없는 힌트를 주는 방탈출 카페.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는 컨셉이었다. 보통 힌트를 요청하면 직원들은 우리가 지금 무슨 문제를 풀고 있는지 되묻고는 그제서야 무미건조한 힌트를 주었다. 이와 달리 이곳 사장님은 우리를 CCTV로 쭉 지켜보다 답답함을 참지 못했던 것 같다. 그건 마치 정성스레 내놓은 요리를 엉뚱하게 맛보고 있는 손님들을 보다 못해 나서는 요리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힌트를 듣고도 너무 어렵게 생각해 한참을 헤맸다. 이번에도 탈출에 실패했다. 아쉬움이 남은 우리는 다른 테마의 방에서 한 번 더 도전할까 했다.


이에 사장님은 연속으로 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시간 동안 머리를 굴린 상태로 다른 방에 들어가면 중간에 주저앉아버린다는 이유였다. 이 또한 신선했다. 사실 다른 가게에서 두 번 연속으로 도전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선 별 말 없이 다른 방에 입장했었고, 사장님의 말처럼 금방 힘이 빠졌었다.


가게를 나와 빙수를 먹고 머리를 식힌 우리는 결국 다시 방탈출 카페로 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2차 시도에는 탈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그걸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두 번째로 들어간 테마는 굉장히 특이한 구조였고 그래서 흥미로웠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그 특이한 구조를 접하는 실시간으로 구조의 배경을 설명해주는 사장님이었다. 이번에도 우리가 먼저 물어본 게 아니었다. 무전을 듣다 보니 꼭 사장님과 함께 셋이 방에 있는 느낌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 문을 열고 로비로 나오니 사장님이 환하게 웃으며 딱 58분 만에 탈출했다는 사실을 전해주었다. 참신한 테마였다고 감상평을 말하자 이에 대한 답으로 방탈출 카페에 대한 사장님의 철학을 들을 수 있었다. 본인은 방탈출을 78번 했고, 무작정 빨리 나오려고 하는 게 아니라 1시간을 오롯이 사용해 최대한 생각하고 즐기면서 탈출하려고 하며, 능력 있는 기술자와 힘을 합쳐 참신한 장치를 여럿 설치했지만 손님들이 자주 고장내서 비용상의 문제로 빼야 했던 게 아쉬웠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서울로 가는 기차 시간에 맞춰 나오지 않았다면 방탈출의 메커니즘에 관해 더 깊이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장님은 방탈출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그의 진심이 너무 진심이어서 조금은 질릴 뻔했다. 이야기를 듣다 문득 사장님이 일하는 게 질린 적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이 정도 진심이라면 출근하는 매일이 방탈출에 성공한 기분처럼 짜릿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이유로 동생과 둘이서 방탈출에 성공한 경험은 아직 없는 셈이다. 성공을 위해 우리는 또 다른 방탈출 카페에 갈 것이다. 거기서도 방탈출에 진심이던 사장님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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