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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슴슴하게씀 May 20. 2021

망원, 회기

20210520

20210520 망원, 회기


지난 주말, 아는 동생과 망원에 갔다.


동생이 오랜만에 서울에 놀러 왔다. 서울역에서 만나 홍대입구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홍대는 사는 곳과 정반대에 있는 동네여서 별로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갈 때마다 새로운 동네였다.


점심을 먹으러 먼저 연남동에 갔다. 메뉴를 정하면서 골목골목을 구경했다. 눈길이 가는 골목이 많았다. 그러다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비 오는 날씨에 제격이었다. 올해는 봄비가 자주 내린다.


밥을 먹고서 홍대 주변을 한참 동안 걸었다. 주말이지만 비가 와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뒷사람 걱정 없이 맘껏 거리를 구경할 수 있었다. 빗속을 지나면서도 풍경을 눈에 담으려 애썼다.


최종 목적지인 망원을 둘러보며 그곳의 삶을 꿈꿨다. 한적한 주택가이면서 골목마다 아기자기하고 우아한 가게가 많았다. 다양한 먹거리를 내어놓은 망원시장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시장 옆 캔들 가게의 향기를 꼭 한 번 다시 맡아보고 싶었다. 전에 방문한 후로 잊히지 않는, 조용한 미술관 같은 카페도 코앞에 있었다. 조금만 더 걸으면 연남동과 홍대가 나오는 동네이기도 했다. 이 동네가 좋은 이유엔 끝이 없는 셈이었다.


언젠가 지인들에게 빨리 회기를 벗어나고 싶다고, 이제는 회기가 지겹다고 말한 적이 있다. 5년 가까이 자취를 하며 이 주변은 다 돌아본 것이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학교를 졸업한 이상 붙어 있을 이유가 없는 동네였다.


누군가 회기에 무엇이 있냐고 하면 늘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했었다. 너희 캠퍼스가 예쁘지 않냐 물으면 학생들과 관련 없는 건물 몇 개만 예쁘다 말했었다. 벚꽃 필 때만, 벚꽃이 예뻐서 예쁘다 말했었다.


최근에 캠퍼스 산책을 했다.


볼일이 생겨 학교에 갔는데 마침 날씨가 화창했던 것이다. 날을 만끽하고자 노래도 유튜브 영상도 별 생각도 없이 천천히 걸었다. 별안간 캠퍼스가 달리 보였다.


간만에 오랜 시간 캠퍼스 산책을 했다. 키 큰 가로수 밑의 그늘에 가만히 서 있었다. 사람이 없으면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풀 내음을 맡았다. 지나 본 적 없던 구석구석을 발견하며 사진으로 담았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저 먼 곳도 보지 않았다. 그저 기분 좋게 캠퍼스를 거닐었다.


동생을 서울역에서 배웅하고 집으로 갔다. 흰 신발이 물에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손에 든 우산과 걸친 가방이 걸리적거렸다. 하늘은 금세 어둑어둑해졌다. 긴 귀갓길이었다. 생각해보면 꽤 먼 곳을 다녀왔다.


멀리 망원望遠에서 회기回基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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