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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슴슴하게씀 May 30. 2021

맛있어서 민트 초코

20210530

20210530 맛있어서 민트 초코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원래 하루에 서너 개씩 해치울 정도로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다. 할인점에서 싼 값에 한가득 사 온 아이스크림을 흐뭇하게 냉동실에 쟁여 놓곤 했다.


그러다 요즘 들어 잘 안 먹게 되었다. 손이 가지 않았다. 가끔 생각이 나긴 했지만 크게 당기지 않았다. 참는 것보다는 안 먹고 마는 것이었다.


아이스크림이 팍 당기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갔다. 예전처럼 두 손이 부족할 만큼 사고 싶진 않았다. 겨우 집어 든 아이스크림은 두 개 다 민트 초코 맛이었다.


나는 민트 초코가 좋다. 이유를 꼽자면 깔끔해서, 시원해서, 화한 향이 좋아서, 몸에 좋을 것 같아서, 힙스터 같아서, 정도가 굳이 떠오른다.


민트 초코를 고르고 입에 넣으며 그런 이유들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맛있겠다, 아 맛있다, 음 맛있다, 아 맛있었다, 하다 보면 다 먹고 난 뒤다.


나는 INFP다.


MBTI 검사는 즐거움과 고민을 동시에 제공했다. 내가 체크한 답이 정말 확실한가 싶었다. 나는 여기선 이렇고 저기선 저렇다. 오늘은 이랬고 며칠 전엔 저랬다. 나에 대한 질문에 확답하기가 곤란했다. 내가 사실은 어떤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답을 체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를 의심하면 의심할수록 답을 내리기가 더 어려웠다.


고민과 달리 결과는 늘 같은 INFP였다. 정식 검사에서도 INFP였다.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일정 시간을 넘으면 제출한 답과 무관하게 INFP로 판정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작은 결정이 필요한 때가 있었다. 자주 머릿속이 복잡했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을 몸소 실현하기도 했다. 파고들수록 순수하고 무결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머리만 아프고 찾아냈던 적은 없었다. 그러다 결국 아무 결정도 하지 않으면 의미 없이 머리만 지끈지끈했다.


이유는 결정의 배경이 아니라 설명에 가까웠다. 같은 이유로도 정반대의 결정이 도출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명확한 이유를 찾는 것보다 결정하는 것 자체였다.


무슨 일이든지 민트 초코를 사 먹는 것처럼 해내면 좋겠다. 아이스크림은 맛있었고 그 밖에 다른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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