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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Mar 01. 2024

글쓰기

그게 뭔데!

 글을 진득하게 쓰는 게 참 어렵다. 하나의 시리즈로 쭉 연결해서 쓰고 싶었는데 시리즈를 쓰는 게 너무 쉽지가 않다. 특히 에세이는... 분명히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쓸 때는 즐겁긴 한데, 워낙에 지난 시간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고 매번 다른 이야기를 한 편으로 꺼내 쓰자니 회로가 그렇게 잘 돌아가지를 않는다고나 할까. 그냥 가끔 와서 일상을 남기는 것 외에는 역시나 어려운 건가 싶고... 그러면 또 좀 슬퍼진다. 나는 왜 글을 꾸준히 못 쓰는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싶었다면서 말이다.


 작업할 만한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것, 오래 만난 애인과 이별한 것,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임이 너무 재미있는 것 등 변명할 말은 너무 많지만 뭐, 알고 있다. 무슨 말을 하든 그저 변명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변명을 해서 무엇하나- 내가 끈기가 없는 탓이다. 끈기가 없고 쓰고 싶은 게 없고. 쓰고 싶은 마음이 자꾸 작아져만 간다. 예전엔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쓰고 싶은 마음이 부족해서 시간만 남아돈다. 쓰고 싶은 게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사람들은 알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자꾸만 사라진다는 뜻인데. 내가 내 시간과 돈과 마음을 투자해서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글을 써도 써도 모자라기 마련인데, 이제는 그런 것들이 자꾸만 줄어든다.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였던 과거의 내가 참 부럽다. 이렇게 글에는 비문만 늘어나는데-


 이 글은 최근의 내 근황이자 관심사이자 의식의 흐름이기도 하다. 요즘은 애인과 이별하고 난 후에 할 일이 없어서 친구들과 인터넷 속 세상에 모여서 게임만 주구장창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게임만 하고 살 순 없기에 일주일에 두 번씩 PT를 받고, PT쌤의 감시아래 건강한 음식들만 찾아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휴대폰 알림은 조용하고 옆 자리가 비었다는 사실 자체는 공허하지만, 이별이 그렇게 아프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뭐라도 해야 하는데... 생각하는 중이다. 최근 우리 업종에 일이 너무 없어서 나도 쉬고 있는데 두 달째 놀고 있자니 (그중 3주 정도는 본가에 다녀왔다.)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지경까지 왔다. 아- 뭐라도 해야 하는데. 그래서 글이라도 써보려고 아이패드를 잡았다가 또 내려놨다가 그 짓을 일주일 넘게 하고서 겨우 이 글을 쓰고 있다.


 나 정말 뭐 좀 써야 할 텐데. 이렇게 감성이 말랑말랑할 때 특히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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