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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쪼질이의 비상 선언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돼!

by 이지

일말의 경제관념 없이 살아온 지 어느덧 서른 해가 된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아늑한 울타리 안에서 매달 용돈을 받으며 살았다. 용돈은 불려야 할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저 분수에 맞게 잘 쓰고 다녔다. 그러다 아마 중학생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라는 책을 읽고 100만 원을 모아보겠다고 설쳤던 때가 있었다. 달성했냐고? 놀랍게도 달성했다. 그때쯤 한 대학에서 주관하는 봉사활동 체험 수기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는데 그 상금이 꼭 100만 원이었다. 그 100만 원은 나의 진달래색 노스페이스 바람막이가 되었고, 엄마와 사 먹은 맛난 밥이 되었고, 자잘자잘하게 나눠져 무언가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내 경제관념이라는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막연한 생각이 든다.


내가 재테크 쪼질이로서 별 탈 없이 서른 해를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프리랜서이기 때문인 것 같다. 돈이 훅 들어올 때는 와! 이렇게 많아도 되나! (사실 그렇게 많지도 않다.) 싶다가 없을 때는 아예 0원에 수렴해 버리기 때문에, 돈이 없다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대 후반이 되면서 적어도 통장 잔고의 자릿수가 7자리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게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돈이 들어올 때 절약을 하려고 애쓰고, 돈이 들어오지 않을 때 절약한 돈으로 살아가려고 애쓴다. 이렇게 1년 365일 내내 근검절약을 실천하는데 왜 재테크 쪼질이냐고?


'재테크 쪼질이'라는 닉네임을 갖기 위해서는 응당 돈에 대해 잘 몰라야 한다. 그게 나다. 내가 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많으면 좋은 것',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것', '없으면 죽는 것'... 또 '갖고 싶은 것' 정도다. 돈을 불리려면 소득을 늘리고 근검절약하여 저축하고 그다음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데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근검절약뿐이다. 그렇다고 근검절약을 잘하느냐? 사람이 1년 365일을 절약하려고 하다 보면 어느 날 폭주하게 된다. 덜컥 몇십만 원의 필요 없는 물품을 사버리거나(그동안 절약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잖아!), 일주일 내내 배달음식을 먹는다든가(그동안 냉장고 파먹기 했으니까 이 정도 유행하는 음식은 먹어줘도 되잖아!) 하는 식으로.


그렇게도 그럭저럭은 살아지니까 여태껏 재테크 쪼질이로서 잘 살아왔다만, 느낌이 왔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돼! 지금 나의 경제관념은 완전히 삐뽀삐뽀, 그러니까 비상이다. 나이의 앞자리가 3으로 바뀌는 지금, 이제는 스스로 목숨을 부지하지 않으면 부끄러워야 한다. 주거 안정, 결혼 자금, 노후 대책 같은 단어들이 내게서 멀지 않다. 언제까지 떠돌이로 살기는 싫으니 어딘가에 진득하게 정착하고 싶고, 혹시 모를 결혼을 대비해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돈은 갖고 있고 싶고, 지금부터 향후 2-30년이 내 인생 최고의 고소득 기간일 텐데 그 이후의 삶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차근차근 공부해보려고 한다. 여기에 쓰이는 글들은 일주일간 재테크 쪼질이가 공부한, 돈과 재테크에 대한 요약본이 될 것이다. 재테크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분들이나, 혼자 재테크 공부하는 게 재미가 없어서 같은 재테크 쪼질이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목도하고 싶은 분들, 어려운 말들은 모르겠고 비슷한 수준의 누군가가 풀어주는 돈과 재테크 관련 글을 읽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여러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공부합시다. 저는 이 문장에 책임을 다해볼게요. 매주 월요일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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