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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대해 아시나요

저는 잘 모릅니다.

by 이지

- 브런치북 제목과 프롤로그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미 알겠지만,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재테크 쪼질이임을 우선 밝힌다. 이미 경제 용어 등 경제와 관련된 지식이 해박하다면 이 글은 굳이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돈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교과서로 삼은 것은 2012년에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이다. 아무래도 자본주의를 알아야 돈도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자본주의'라 해봤자 뭐,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 돈이 최고인 사회? 대충 사회시간에 배웠던 것 같은데... 이런 정도의 개념밖에 없어서 공부가 필요했다. '자본주의'는 생산 수단을 자본으로서 소유한 자본가가 이윤 획득을 위하여 생산 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사회 경제 체제를 말한다. 아무렴 교육의 대가 EBS인데 나 같은 쪼질이한테 '자본주의'정도는 설명할 수 있겠지. 결과적으로 재미있었다. 초보로써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입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EBS! 과연 12년 교육 과정 내내 '수능특강' 등으로 이름을 날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다큐멘터리도 수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풀어내려고 했을 테니 이보다 초보에게 어울리는 교과서는 없을 것이다. 이번 글은 이 다큐멘터리의 복습, 요약본이자 초보자로서 (아마도) 또 다른 초보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놓은 글이다. 이 글을 보다 흥미가 생기거나 글이 뭐 이렇게 엉성해 싶으면(흑흑) 직접 보는 것도 추천한다.




1. 돈은 빚이다


1화의 제목은 <돈은 빚이다>다. 처음 영상을 재생하면서 이게 뭔 소린가 싶었는데 차근차근 보다 보면 이해가 간다. 돈 = 빚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려면 돈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어릴 때 1000원에 사 먹던 콜팝을 기억하는가? 콜라 컵 위에 조그마한 치킨너겟들을 올려주는, 분식집에서 판매하는 꽤 비싼 간식이었다. 얼마 전 집 앞 초등학교 근처에서 사 먹은 콜팝은 그때보다 콜라도 치킨너겟도 양이 줄었는데도 가격이 3000원에 육박했다. 중학생 때까지 1000원이었으니 (양을 생각하면) 3배 이상 물가가 상승한 것이다. 물건의 가격이 오르는 건 모두가 알 듯 공급이 과잉이거나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콜팝이 과잉 공급 되었을까? 아니면, 이제 학생들에게 콜팝은 인기 없는 간식이 되었을까?


물가가 상승하는 데는 그 외에도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돈의 양, 즉 통화량의 문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조폐공사가 돈을 찍어낸다고 알고 있다. 조폐공사에서 자꾸 돈을 찍어내서 통화량이 많을까? 사실 그들이 찍어내는 돈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은행들은 민간 은행이자 시중 은행이다.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으로 또 다른 기능을 한다. 어쨌든, 이 민간 은행들은 예금을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가 예금한 돈을 보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100원을 예금한다고 하자. 그러면 은행은 10원을 보관하고 90원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 준다. 그런데 내 휴대폰 계좌에는 여전히 100원의 예금이 남아있다. 고로 실제 돈은 100원이지만 세상에 유통되는 돈은 190원이 된다.


은행이 10원을 보관하는 이유는 정부와 은행이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법정지급준비금, 즉 지급 준비율이다. (100원을 예금하는 사람이 10명만 있어도 내가 갑자기 돈을 찾을 때 그 100원을 돌려줄 수 있다!) 왜 하필 10%냐면 보통 사람이 돈을 찾을 때 10% 정도만 찾기 때문이다. (왜 10%만 찾는지는... 쪼졸이는 알 수 없다.) 이 시스템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쉬워진다.


16세기 영국의 통화는 '금'이었다. 금은 모두 알겠지만 무겁고 나누기가 어렵다. 그래서 금세공업자가 있었는데, 그들은 금을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금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금화가 여러 개면? 여전히 무겁다. 금화를 만든 세공업자는 금고를 만들었다. 사람들의 금화를 금고에 보관해 주고, 그 보관증을 종이로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세공업자에게 금화를 맡기게 되자 이제 보관증이 통화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지폐인 것이다.) 세공업자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거나 한꺼번에 금화를 찾는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금고에 쌓여있는 금화를 보며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제 그 금화를 빌려주기로 한다. 물론 빌려주는 대신 이자를 받기로 하고서 말이다. 그 이자로 세공업자가 수익을 많이 내기 시작하자 금화를 맡겨놓은 사람들이 항의하기 시작한다. 내 돈인데 왜 니가 돈을 버냐! 이 똑똑한 세공업자는 그들에게 속삭인다. 야... 내가 빌려준 이자 받으면 너네한테도 쬐금 나눠줄게... 어때? 가만히 두는 것보다 낫잖아... 그 속삭임에 사람들이 OK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쬐금 나눠주는 것이 바로 예금이자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세공업자는 이제 알게 된다. 이 금고에 금화가 몇 개나 있는지는 본인을 제외하고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세공업자는 더 많은 보관증을 발행해서 없는 금화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이때 사람들이 보통 자기가 맡겨둔 금화의 10%만 찾는다는 걸 알았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사람들이 쫓아와 세공업자에게 맡겨둔 금화를 모조리 찾아가는데 그게 뱅크런(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동시에 돈을 찾음)이다. 흥, 다들 한꺼번에 안 몰려올 줄 알았지? 한꺼번에 금화 안 찾아갈 줄 알았지? 그렇게 세공업자는 파산한다. 이때 전쟁 때문에 돈이 필요했던 영국 왕실이 세공업자에게 가상으로 보관증을 발행하도록 허가하는데, 여러 가지 이해들이 엮여있지만 금화 보유량의 3배까지 허가하면서 세공업자는 다시 자리를 찾는다.


이 이야기에서 '금화'를 '돈'으로, '보관증'을 '지폐'로, '세공업자'를 '은행'으로, 영국 왕실을 '정부'로 바꿔 읽으면 현재 우리의 금융 시스템이 된다. 은행이 100억의 예금을 받으면 10억을 지급 준비율로 보관하고 90억을 대출해 준다. 이 90억은 난데없이 생긴 돈으로 '신용 통화'라 한다. 이 신용 통화가 생기면서 시중에 도는 돈이 190억이 되는데, 이 90억이 또 다른 은행에 갔다고 생각해 보자. 지급 준비율 9억을 제하고 81억이 또 다른 은행으로 간다. 또 10%를 제하고 72억이 다른 은행으로, 또 10%를 제하고 65억이 다른 은행으로...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대출을 하면 1000억까지도 가능하다. 이 통화 시스템을 부풀리는 작업을 '신용 창조' 과정이라고 한다.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계속해서 돈이 생겨나는 구조다. 이런 식으로 통화량이 오르면 비슷하게 물가가 오른다. 콜팝이 1000원에서 3000원까지 오른 것과 비슷한 그래프로 통화량이 계속 늘어온 것이다.

matryoshka-collection_1284-23653.jpg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이제 왜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돈은 빚이다>인 이유를 알겠는가? 현재 세상의 금융 시스템 상으로는 돈이란 게 눈에 보이지가 않는다. 단지 컴퓨터 화면에 존재하는 숫자로만 존재하고 있다.


마리너 에클스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은 1941년에 '우리 통화시스템에 빚이 없으면 돈도 없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게 또 무슨 말이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돈을 왜 찍어내는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중앙은행은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데 그 방법은 두 가지다. 이자율을 통제하거나 화폐를 발행한다. 이자율을 통제하는 것은 금리를 올리거나 내림으로써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보통 침체된 내수 경기를 활성화(=경기부양)하는 방법으로 쓰인다. 화폐를 찍어내는 것은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 통화량을 늘림으로써 경기 방어와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정책)이다. 이 방법은 기준 금리를 내려도 효과가 없을 때 사용한다. 자, 이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목적이 통화량 조절이라는 목적은 이해했다. 그러나, 그 목적 외에도 '왜'의 이유는 있다.


예를 들어 섬에 A, B, C 세 사람만 산다고 생각해 보자. A는 10,000원을 만들었는데, 이 돈을 B에게 빌려주고 일 년 뒤 이자율 5%를 더해 돌려받기로 한다. B는 이 10,000원으로 C에게 배를 하나 산다. 물고기를 열심히 잡아 이자를 벌기 위함이다. 그러면 B는 일 년 후에 10,500원을 갚을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이다. 이 섬에는 돈이 10,000원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물리적으로 '이자'에 해당하는 '500원'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A는 '500원'을 더 발행해야 한다. 하지만 A가 만든 '500원'을 B에게 빌려줘서 이자를 받을 순 없는 노릇이니, C가 B처럼 A에게 500원을 빌려가야 한다. 그러면 B는 C에게 물고기를 팔아서 이자를 갚을 수 있다. 그러면 C가 빌린 500원의 이자는? 또 그 이자만큼 A는 돈을 발행해야 한다. 발행하지 않으면 C는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앙은행은 돈을 발행해야 하고, 우리는 빚을 갚으려면 누군가의 대출금을 가져와야 한다. 즉, 누군가 빚을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하는 구조다. 모든 돈이 빚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시스템은 '빚 보존의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여기서 더해 빚 시스템이 있는 한 다른 사람의 돈을 뺏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며,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부터 우리의 경쟁이 비롯되었다고 알려준다.)


이렇게 돈이 계속 많아지면 과연 우리 모두에게 좋을까? 그것은 또 아니다.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는 것인데, 이러한 경제 현상을 우리는 통화 팽창, 즉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대체로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싫어하진 않는다. 흥청망청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짐바브웨를 보자. 짐바브웨에는 백조 달러가 유통되었었고, 물가 상승률이 2억 3천100만 퍼센트에 달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었다. (급격하게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물사 상승 현상이 통제를 벗어난 초인플레이션 상태다.) 41년을 통치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무지한 정책이 원인이었는데, 극심한 실업률을 극복하고 외채 상환을 위해 너무 많은 화폐를 찍어낸 것이다. 당시 짐바브웨에서는 화폐의 가치가 너무나 떨어져 종이를 사는 것보다 지폐에 글을 쓰는 게 더 나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돈이 많아지니 누군가 빚을 갚을 것이고 누군가는 파산을 시작할 것이다. 팽창이 멈추는 순간, 디플레이션이 일어난다. 통화량의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이다. 개개인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대량 부도나 파산으로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한 기업이 위축되면 생산을 줄이고 고용을 축소한다. 보통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인 우리는 수익이 줄어들고 경기는 침체된다. 통화량이 계속 축소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이후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숙명이다. 인플레이션의 호황이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빚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같은 금융위기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자본주의의 금융 시스템에는 물결처럼 순환하는 주기가 있다. 54년~60년의 주기로 좋았다 나빴다 순환을 하는데 이를 콘드라티예프 파동이라고 부른다. 2010년부터 세계 경제는 콘트라티예프 주기의 하락장에 들어섰다.


돈의 큰 그림을 보려면 미국의 금융정책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기축통화(국제 거래에 통용되는 결제 수단)가 달러이기 때문이다. 1944년 종전 직전 미국을 포함한 44개국의 대표들이 참가한 연합국 통화 금융 회의에서 '브레톤 우즈 협정'이 탄생했다. 미화 35달러를 금 1온즈로 지정(=금 태환 제도) 한 것이다. 이때부터 달러는 기축 통화로 통용되었다. (금 태환 제도가 살아있을 때 달러에는 '은행으로 가져오면 금과 바꿔준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베트남 전쟁으로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자 사람들이 달러를 가지고 은행으로 몰려들었다. 금으로 바꿔달라고 한 것이다. 여러 국가에서 달러의 가치를 의심하고 은행에 쌓아둔 금이 다 떨어지자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제를 폐지한다. 달러를 찍으려면 금이 더 필요했는데, 이제 미국은 금 없이도 달러를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이제 우리가 몰랐던 정보가 하나 드러나는데, 흔히 '연준'이라 부르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FRB), 즉 중앙은행은 정부기관이 아니다. 연방준비은행은 여러 민간 은행의 법인으로, 정부도 돈이 필요하면 연방준비은행에서 빌려가는 구조다. 말하자면 전 세계의 경제가 미국의 여러 민간 은행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기축 통화를 달러가 아닌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있어왔지만, 미국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없어서 앞으로 대체할 수 있는 통화가 나오기 전까지 달러는 계속해서 기축 통화로 통용될 예정이다.


여기까지 공부하고 나서 뭐랄까, 돈에 대한 믿음이 좀 흔들렸다고 할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왜 재테크할 때 '금테크'라는 말이 나오는지도 알 것 같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화폐는 금의 대체품일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금은 계속해서 기준이 되어왔으니 돈이 여유롭다면 금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돈이 빚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꽤나 큰 충격이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혹은 계좌이체를 주로 사용하고 현금을 사용하지 않은지 굉장히 오래되었는데, 그저 돈이 휴대폰 액정에 찍힌 숫자로서 존재한다는 게 크게 다가왔다. 돈이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 주저리주저리 내용을 요약해 두었다. 돈을 모르는데 재테크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2. 소비는 감정이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마트에 간 경험이 있는가? 예를 들면 홈플러스 같은 곳 말이다. 부모님이 끌어주는 커다란 카트에 타서 이거 사달라, 저거 사달라 하던 행복했던 때. 그때부터 우리의 쇼핑이 시작된다.

201812013299_206.jpg 웃겨서 가져옴. 출처 : 유토이미지

투니버스 등 만화 채널을 통해 한창 오타쿠 꿈나무로서의 시절을 보내던 때를 돌이켜보자. 도라에몽, 스펀지밥, 세일러문, 카드캡터 체리... 좋아했던 캐릭터들이 생각나는가? 그럼 다시 부모님의 카트에 탄 마트로 돌아가 보자. 주스 코너에 들렀는데, 도라에몽이 오렌지를 들고 있는 그림이 붙은 제품을 발견했다면? 마트에 앉은 체로 부모님에게 말하겠지. 엄마, 나 저거 사줘. 오렌지 주스 먹고 싶어. 그거 말고, 옆에 도라에몽... 부모님은 다른 오렌지 주스들을 쓱 보고서, 다시 도라에몽이 붙은 오렌지 주스를 볼 것이다. 가격 차이도 별로 없으니 하나 사줄까, 그렇게 도라에몽이 그려진 오렌지 주스가 우리의 카트 속으로 들어온다. 도라에몽이 붙어있는 데다 맛도 좋은 오렌지 주스, 그렇게 오렌지 주스가 우리 취향 한편에 자리를 차지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주스 코너에서 오렌지 주스를 쥐는 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잠재적 고객으로 취급된다. 아이들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면, 아이들은 어른들을 졸라 원하는 것을 손에 얻는다. 부모가 원하는 것을 사주는 기분 좋은 경험으로부터 아이들의 취향이 생성되기도 한다.


쇼핑은 무의식에서 비롯된다. 쇼핑을 할 때 합리적으로 의식적인 상태(알파)에서 하기보다 뇌의 베타 상태에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쇼핑을 할 때 사용되는 우리의 '의식'은 빙산의 일각보다도 적다. 오감을 활용한 마케팅에 무의식적으로 '사고 싶다'라고 생각을 하면 의식이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저거 필요했지, 아 원래 사려고 했어... 이런 식으로 말이다.


현대 사회는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다. 신경 과학과 마케팅을 합친 뉴로 마케팅이 사용되고 있는 정도다. 쇼핑은 감정이고, 마케팅은 감정을 부추긴다. 심지어는 어떤 브랜드를 구매할 때 우리 뇌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 지경이다. 뇌가 브랜드를 통해 나를 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거의 마케팅에 찌들어있다고 봐도 될 정도다.


소비는 네 가지 종류로 나뉜다. 생존소비, 생활소비, 과소비 그리고 중독소비다.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소비를 제외하고 과소비와 중독소비를 생각해 보자.


과소비 지수 = 월평균 수입 - 월평균 저축 / 월평균 수입


본인의 과소비 지수를 한번 계산해 보기 바란다. 참고로 나는... 0.8 이상이다. 0.6이 적정한 소비이고, 그 이상이면 과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를 하는 데는 4가지 유형이 있다. NEED(그 물건이 없어서), BROKEN(그 물건이 망가져서), BETTER(갖고 있지만 더 좋아 보여서), NO REASON(그냥). 여기서 BETTER과 NO REASON에 해당하는 건 과소비다.


소비를 하는 데 3가지의 감정이 작용하는데, 불안, 우울, 그리고 화다. 홈쇼핑을 보면 마감 임박이라며 불안을 조장하는 걸 볼 수 있다. 우울은 공허함과 상실감과 연결되어 다시 채우고픈 마음을 부추긴다. 사람들에게 배척당한다든지 하는 이유로 화가 나면, 이를 보완하고자 나를 치장하는 소비를 하게 된다는 식이다. 반대로 신용카드는 이러한 감정들을 배척하는데, 카드를 냈다가 다시 돌려받기 때문에 고통 중추가 마비된다. 현금을 사용하면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빼앗긴다든가, 잃는다든가 하는 느낌이 있는데 신용카드는 그런 느낌이 없기 때문에 돈을 쓰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아래는 다큐멘터리에서 제공한 간단한 쇼핑 중독 체크리스트이다. 몇 문항 되지 않으니 체크해 보기 바란다.


쇼핑 중독 체크 리스트


1. 쇼핑 습관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2. 쇼핑할 때 죄책감이 든다.

3. 쇼핑할 때 드는 돈과 시간이 점점 늘어나지만 별 다른 느낌이 없다.

4. 가족이 보지 못하도록 쇼핑한 물건들을 숨기곤 한다.

5. 쇼핑은 긴장이나 불안감을 풀어주는 취미 생활이다.

6. 물건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사는 그 행위 자체를 더 즐긴다.

7. 쇼핑을 한 뒤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집 안에 가득하다.

8. 주위에 돈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쇼핑을 많이 한다.

9. 얼마나 쇼핑을 많이 하는지 알면 다른 사람이 기절할 정도다.

10. 물건을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5,6,10번이 해당되면 기분파, 2,3,4,7,8번이 해당되면 과다 쇼핑, 1,8번이 해당되면 쇼핑 중독이다. 물론 간이 검사이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고, 정확한 결과를 요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다큐멘터리는 마지막으로 '행복한 소비'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행복한 소비란 물건에 대한 소비보다 삶의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게 쌓은 경험이 그저 소비하는 행위를 하는 것보다 더 오래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를 욕망으로 나누면 행복지수가 되는데, 분자가 계속 커지는 것보다 분모가 작아지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소비에 대한 욕망을 줄이고 경험에서 얻는 행복함을 늘리고자 한다면 행복지수를 올릴 수 있다. 경험을 위한 소비, 그것이 행복한 소비다. 자본주의란 소비의 과학과 인간의 나약함이 만나는 것이고, 소비자로서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조종당하고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내가 욕망하는 것이 사실은 나의 진짜 욕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 덜 당할 수 있지 않을까.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아서 가져왔다. 다 같은 쪼질이로서 재테크의 시작은 저축이니까.





3. 금융지능은 있는가?


결과적으로 금융지능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FQ, 즉 Financial Quotient, 금융에 대한 이해력이다. 금융 생활을 좀 더 효율적으로, 또 합리적으로 이뤄서 좀 더 나은 풍요로운 세상을 살기 위해 개개인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쪼질이로서 아마 FQ가 낮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FQ를 올리기 위해 다큐멘터리에서 제시한 몇 가지 비밀들을 여기에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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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행의 비밀


은행은 2000년 금융지주 회사법이 개정된 이후 펀드와 보험을 팔고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기관이 되었다. 은행들이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2002년 이후 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예금이자가 줄어들자 펀드는 인기를 얻었다. 은행 창구에서 은행원은 잘 나가는 펀드가 있다며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고, 사람들은 은행원의 설명을 들으며 펀드를 구매할지 말지 결정한다.


자, 은행원이 홍보하는 펀드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왜냐면 은행은 믿을만하니까? 답은 둘 다 '아니다'이다. 은행원이 특정 상품을 권하는 것은 본사에서 판매하라고 프로모션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행원은 펀드를 그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판매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펀드들이 존재하고 있고 은행원도 상품이 워낙 많다 보니 뭐가 뭔지 다 알 수가 없다. 금융 전문가들도 모르는 상품이 판매가 되고 있는데, 은행원이 어떻게 다 알고 우리에게 꼭 맞는 펀드를 추천해 주겠는가. 모든 상품은 장단점이 있다. 우리는 어떤 상품을 추천받을 때 좋은 점도 알아야 하지만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2001년 상호저축은행법(상호신용금고법)이 개정되면서 상호신용금고들이 하루아침에 '저축은행'으로 탈바꿈했던 일이 있다. 새마을금고와 같은 작은 금융 회사의 이름에 '은행'이 들어감으로써 사람들은 그들을 믿은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후순위 채권인데,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부채가 청산된 다음에나 상환을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었다. 저축은행이 파산하면 예금을 최대 5천만 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데 후순위 채권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후순위 채권을 팔았던 건 BIS 때문이었다. BIS는 총 자산 중에서 자기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기업 의무 구조와 건전성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즉, 은행의 자산이 얼마나 믿을만한가를 나타내는 숫자인 것이다. 예금을 빼서 후순위 채권으로 돌리면 은행의 부채가 줄어들어 BIS가 높아지므로 자산이 건전하다는 인정을 받는다. 후순위 채권 상품들은 높은 이자를 내세워 불티나게 팔렸지만 저축은행은 파산해 버렸다. 후순위 채권 구매자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높은 이자는 좋은 점이었지만 그 리스크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이다.


은행은 때로는 우리 편이 아니다.


(2) 펀드의 비밀


자, 그럼 펀드는 무엇인가? 펀드는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채권에 투자 후 수익을 나누어 갖는 금융상품이다. 투자자가 판매사에게 펀드를 사면, 그 돈을 수탁회사가 가지고 있다가 자산 운용 회사의 운용 지시에 따라 주식, 채권, 부동산 혹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은행에서 파니까 은행이 운용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어떤 펀드에 투자금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 나의 투자금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은행과 증권사가 수수료를 가져간다. 팔 때 받으면 선취, 나중에 받으면 후취, 90일 이전에 다시 팔고 싶으면 수익금의 70% 환매 수수료로 가져가는 식이다. 그다음으로는 수탁회사와 자금 운용 회사의 보수로 떼인다. 펀드가 잘 나가서 수익을 낸다면 상관없을 수 있지만, 수익이 없으면 원금에서 삭감한다. 판매 보수가 1% 오르면 수익률은 0.31% 정도 낮아지는데, 이게 10년이 쌓이면 무시 못할 숫자가 된다. 고로 펀드를 구매할 때는 수수료를 무조건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투자금 도둑이 있는데, '주식 매매 수수료'이다. 매매 회전율이라는 게 있다. 고객의 돈으로 주식을 샀다가 다시 돈으로 판매하는 건데, 자산 운용 회사가 우리가 준 돈으로 주식을 샀다가 산 주식을 전부 팔면 매매 회전율을 100%라고 본다. 미국 평균 매매 회전율이 100%이고, 200%만 되어도 깜짝 놀란다는데 우리나라의 대형 펀드들에는 매매 회전율 1400%-1500%가 허다하다. 회전할 때마다 매매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1400%-1500%면 수수료를 얼마나 떼이는 것인가. 그러니 매매 회전율과 주식 매매 수수료도 꼭 확인해야 한다.


쪼질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있어 가져왔다. 펀드 이름을 보는 방법이다.


이지에셋 디스커버리 주식형 4 class B

이런 이름의 펀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지에셋'은 자산 운용사다. 위에서 얘기한, 우리의 투자금의 운용 지시를 하는 회사다. 어떤 회사가 내 돈을 쓸지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이다. '디스커버리'는 투자 전략이다. 내 돈을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주식형'은 주로 어디에 투자하는 지다. 주식형 외에 채권형, 혼합형이 있다. '4'는 시리즈 번호다. 이 펀드 시리즈가 지금 몇 번째 이뤄지고 있는 건지 말해주는 것이다. 즉, 번호가 높은 것은 나름 잘 나가는 펀드이기 때문에 다음 시리즈로 연계되었다고 볼 수 있다. 'class B'는 수수료 체계를 말한다. class에는 A, B, C가 있는데 A는 선취, B는 후취, C는 선취도 후취도 둘 다 없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펀드를 구매할 때 이 펀드가 어떤 펀드인지 대충 가늠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입할 때 판매자가 제시하는 수익률은 모두 과거의 데이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지금 수익률이 높은 것은 지금이 정점일 수도 있다. 고수익 상품은 고위험 상품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자산을 다 펀드에 투자하는 대신 부동산, 예금, 채권, 펀드 등으로 나눠서 '분산투자' 해야 한다.


(3) 보험의 비밀


우선 밝히는데 보험은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예전에 변액 연금 보험 같은 것이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으나 대부분 상품의 실효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인기를 잃은 바 있다. 오히려 보험금이 낮은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고 다른 재테크 수단을 통해 돈을 불리는 것이 낫다.


보험은 정액보장보험(예:생명보험)과 실손보장보험(예:손해보험)이 있는데, 정액보장보험은 중복보상이 가능하고 실손보장보험은 비례보상이다. 예를 들어 1억짜리 정액보장형 암보험을 3개 들었다면 암에 걸렸을 때 3억을 수령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1억짜리 실손보장형 암보험은 몇 개를 들어도 손해 배상액을 나눠서 지급하기 때문에 딱 1억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실손보장보험은 딱 하나만 드는 게 낫다.


(4) 파생상품의 비밀


이제 좀 머리 아픈 파트인데, 세상에는 파생상품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 가치가 통화, 채권, 주식 등 기초 금융 자산의 가치변동에 의해 결정되는 금융 계약이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나도 그렇다.


쉽게 설명하자면 농부가 사과 농사를 짓는데, 그 사과에서 파생되는 상품들이 있다는 거다. 사과만 파는 게 아니라 사과 주스, 사과 잼, 사과 파이 같은 것들도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파생상품의 종류에는 선도 계약, 선물, 옵션, 스왑 등이 있다. 가장 쉬운 개념인 '선물'만 설명을 하자면 사과 농사를 짓는 농부는 올해 농사가 잘 될지 안 될지 알 수가 없는데 웬 업자가 찾아와서 어떻든 무조건 개당 100원에 사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농사가 잘 되면 농부가 손해를 보고 농사가 안 되면 업자가 손해를 보는 식이다.


파생상품은 2008년에 발생한 미국 금융 위기의 주범이다. 대출업자가 주식을 담보해서 대출해 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돈을 받을 권리를 증권으로 만들어서 투자 은행에 팔았다. 투자은행은 모기지론에서 파생될 상품들, 심지어 모기지론을 갚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상품까지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자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해지고 말았다. 파생상품의 원재료가 부실해졌으니 이를 근거로 만든 파생상품도 부실해졌고, 파생상품을 판매한 회사들이 손실을 갚지 못하고 파산했다. 부실 파생상품과 연계된 또 다른 파생상품들이 전 세계에 팔려나가 전 세계 경제 시장이 마비된 것이다.


2011년 우리나라 파생상품 거래량은 3,700건 이상으로 전 세계 거래량의 27%를 차지했다. 이때 벌써 3년 연속 1위였다고 한다. 파생상품은 말하자면 썩은 사과를 성한 사과와 섞어 파는 것인데, 쪼질이로서 파생상품 쪽은 우선 쳐다도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여기까지 이 글이 당신의 FQ에 도움이 좀 되었는가? 누군가 빚을 갚아 누군가 파산할 때, 나의 파산을 막으려면 FQ가 필요하다. 금융에 대한 이해력과 활용능력에 따라 빈부격차가 생긴다는데, 쪼질이인 우리는 아무래도 불리한 편이다. 그래도 이러한 정보들을 통해 우리의 FQ가 조금이라도 높아졌을 테니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투자자라기보다는 '금융 소비자'라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투자자 개념이면 보호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다. 2012년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고 우리는 보호받고 있다. 고로 '소비자'의 태도로, 어떤 금융 상품을 구매하든 모르겠으면 끝까지 물어보자. 뭐가 좋은지 말고 뭐가 안 좋은 지도 설명해 달라고 하자.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면 인터넷을 다 뒤져서라도 리스크를 찾아내자. 그리고 그걸 감수할 수 있는지, 나의 투자 스타일과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4. 세상을 구한 위대한 철학들


3화까지는 좀 미시적인 관점에서 자본주의 안을 들여다봤다면 4화부터는 '자본주의'라는 이름에 좀 더 근접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4화의 주된 내용은 아담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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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과 <자본론> 출처: 위키백과


(1) 아담 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는, 경제에 있어 한 없이 쪼질이인 우리도 분명히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글래스고 대학 교수로 재직한 시절 사람들의 본성과 행동을 꾸준히 연구하고 그 생각들을 모아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을 냈다. 이기적인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도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책인데, 그것이 가능한 것은 개인의 마음속에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는 '공명정대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라 답했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양심을 가지고 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으로 유명인사가 된 아담 스미스는 영국의 정치가인 찰스 타운젠드 공작과 인연을 맺는다. 공작의 양아들의 대륙여행에 가정교사로서 동행하며 3년 간 벤자민 프랭클린, 튀르고, 프랑수와 케네 등의 쟁쟁한 사상가들을 만난다. 18세기는 변화는 시대였다. 봉건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막 시작되던 때로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때는 국가의 부를 금과 은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로 보는 '중상주의' 사상이 지배적이었는데 아담 스미스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케네는 루이 15세의 주치의이자 경제학자로 유명했는데, 주치의였던 경험을 살려 사회를 하나의 육체로 보고 사회가 건강할 방법을 찾았다. 인간이 노동해서 식량과 원료를 얻고 상품을 유통해야 사회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케네는 토지만이 부의 원천이라는 '중농주의'를 주장했다. 아담 스미스는 케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대륙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쯤 아담 스미스가 살고 있던 글래스고는 담배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부강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는 그 모습을 보며 자유시장의 힘을 체감했다. 시장 경제는 사고파는 사람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으며 사회의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1776년 3월 성서이래 가장 중요한 책이라 불리는 <국부론>이 탄생한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는 모든 국민이 연간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이라고 새롭게 정의하며 '무엇이 국부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케네는 농업이 부를 만든다고 했으나 아담 스미스는 노동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가치는 노동에 의해 생긴다는 것이다. 모든 가치는 노동에 의해 생기므로 상품의 가치는 생산하는데 들어간 노동량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은 무엇일까?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 집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돈을 벌고 싶은 이기심 때문인 것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서 시장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한다. 자유로운 시장만이 개인과 국가를 부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은 국부론에서 딱 한 번 밖에 나오지 않지만 아담스미스는 그를 통해 완전한 자유 시장 체제라는 본인이 꿈꾸는 이상적인 시장 체제를 설명했다.


<국부론>은 첫 장에 근대 경제의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분업, 국민총생산, 무역과 개방의 중요성, 보호무역의 문제점 등을 말이다. 최초로 자유 시장 체제를 형성한 기본 틀이고, 지금도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를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는 명저로 경제학의 교과서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나 자유 무역을 신봉하고 거대 정부를 반대하며 자유 시장 경제를 지지했기 때문에, 자유로운 개인들의 이익추구라는 구절 때문에 사람들은 아담 스미스를 돈 많은 부자들의 편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가 설명한 개인의 경제적 이기심은 사회의 도덕적 한계 내에서만 허용된다. 그래스고 대학 교수 재직 시절 쓴 <도덕감정론>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인간은 도덕적인 존재고 경제도 그 도덕체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국부론은 결국 인간 행동 규범 안에서 생긴 것이다. 그는 대중을 돕는 최선의 길이 자유 시장 경제라 주장했다. 이기적인 행동도 공공의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국부론>의 유명한 문구 '국민이 대부분이 가난하고 비참하게 사는데 그 나라가 부유하다고 말할 수 없다.'를 봐도 그렇다. 그는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꾼 것이다.


(2) 칼 마르크스

19세기를 거치며 자유 시장 체제는 자본주의의 모습을 갖춰갔으나 자본가들에 의해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고통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칼 마르크스가 등장한다. 보통 칼 마르크스를 떠올리면 혁명적인 투쟁이나 공산주의를 생각하지만, 그는 최초로 '왜 가난한 사람은 항상 가난할까?', '자본주의는 정말 이상적인 체제일까?'라는 새로운 의문을 던진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다. 산업 혁명으로 기계 부품이 되어버린 노동자들의 삶을 보고 자본주의가 어떻게 그들의 삶을 파괴하는지 밝히고 싶어 했다. 헤겔의 변증법(세상의 모든 것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정반합의 법칙으로 끊임없이 변한다는 철학)과 포이에르바하의 유물론(물질이 세계를 지배하고 이끌어간다는 철학)을 받아들이며 유물론적 변증법이라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졌고 이를 경제학에 대입했다.


파리에서 영원한 동지인 엥겔스를 만났고, 엥겔스는 마르크스를 높게 사 <자본론>의 1권 집필을 마칠 때까지 후원금을 보냈다. 1800년대는 아동 노동자들이 학교도 못 가고 12시간씩 공장에서 일을 하던 시대였다. 엥겔스와 마르크스는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고 사회주의에 대한 생각이 일치함을 알았다.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보며 공산주의 조직과 만난 마르크스는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다. 혁명적인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1845년 벨기에 브뤼셀로 넘어가 프로이센 국적을 포기하고 비밀동맹과 접촉해 혁명을 꿈꿨다. 1848년 엥겔스와 공잔주의자 동맹의 강령을 밝히는 공산당선언을 썼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그 유명한 선언이다.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고 그 개선방향을 찾고,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변화가능한 것을 찾으려 했다. 그때쯤은 유럽 전역에 혁명의 폭풍이 불었는데 마르크스도 함께였다. 그는 유명해지고 명예도 얻었으나 잇따라 추방령이 내려졌다. 결국 혁명은 실패로 돌아가고, 1849년 마르크스는 영국으로 마지막 망명을 떠난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여섯 명의 아이 중 세 명의 아이를 잃는 아픔까지 겪은 마르크스는 몇 년 뒤 엥겔스의 도움으로 작은 연립 주택으로 이사하고 겨우 생활이 안정된다. 그리고 그는 바로 <자본론>의 집필을 시작한다.


<자본론>을 쓴 이유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수없이 읽고 수없이 인용했다. 1867년, 드디어 <자본론> 제1권, '자본의 생산과정'을 출간한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그는 유물론적 변증법을 경제학에 대입했다. 제일 먼저 다룬 것은 '상품'이다. 상품은 인간이 생산하고 사용하는 모든 물건이다. 쓸모가 있는지를 따지는 '사용가치', 교환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교환 가치' 둘 다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품은 노동을 통해 생산한 것으로, 상품의 가치는 생산하는데 들어간 평균 노동시간으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6시간 동안 6켤레의 신발을 만든다면 그 가치는 1 노동시간인 것이다. 화폐는 상품의 가치를 표시하는 수단으로 봤는데 돈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화폐의 물신성이 생길 것이라 경고했다.


마르크스는 아담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의 노동 가치론을 이어받아 노동이 최고의 가치라 전제했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의 '분업'은 오히려 노동자를 기계 부품처럼 만든다고 주장했다. <자본론>을 쓴 주요 목적은 '왜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은 항상 가난하고 반대로 놀고먹는 자본가들은 왜 점점 더 부자가 될까?'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였는데, 그 해답을 '이윤이 어디서 나오는가'에서 찾았다. <자본론> 1권의 주요 내용은 '어떻게 이윤을 남기는가'이다. 마르크스는 노동시간, 노동일수를 늘리는 '절대적 잉여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빵 공장이라고 생각해 보자. 원재료인 밀가루 1킬로를 1 노동 시간이라고 가정한다. 기계도 1개를 만드는 공정을 처리하는데 1 노동시간이 든다. 기계의 공정을 거친 빵을 다듬는 인간의 노동력도 빵 1개당 1 노동시간이 든다. 결국 빵 1개를 만드는 데는 3 노동시간이 든다. 1 노동 시간을 1,000원으로 환산하면 빵 1개의 가격은 3,000원으로 측정된다. 노동자가 1일에 8시간을 일한다고 생각해 보자. 3 노동시간의 가치를 지닌 빵이 8개 만들어지므로, 이 빵 8개는 24 노동시간의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기계나 원재료는 그 가치가 그대로 인정이 되는데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일당을 3,000원 밖에 주지 않는다. 8 노동시간의 돈을 받아야 하는데 5 노동시간이 비는 것이다. 그 비는 노동시간의 가치는 자본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이걸 '잉여가치'라고 한다. 노동자들이 가만있느냐고? 자본가에게 대들었다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만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아는 자본가는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더 오래 일을 시키고 일당은 더더욱 주지 않는다. 결국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자본가가 더 많은 이윤을 얻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노동 시간의 연장으로 만들어진 잉여가치를 '절대적 잉여가치'라고 정의했다.


자본가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도 않는다. 빵을 만드는데 시간이 드는 노동자를 줄이고 훨씬 빠른 기계를 늘리며 더 효율적으로 공장을 운영하려고 한다. 이는 결국 필요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잉여노동시간이 늘어가는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서 일하는 사람보다 일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은 날로 싸지고 자본가는 그만큼의 이윤을 얻는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생긴 이윤을 '특별 잉여가치' 또는 '상대적 잉여가치'로 정의한다.


마르크스는 최초로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해했다. 착취가 일어날 것이라 경고했다. 이렇게 실업률이 늘어가면 상품은 쏟아져 나오지만 팔리지 않으니 기업도 자본가도 망할 거라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사회주의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주의는 역사의 한 과정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봉건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나타난 것처럼 다음은 사회주의라고 본 것이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자본주의가 사라지고 공산주의가 도래할 것이라는 구조를 설명해 냈다.


1883년 마르크스의 사후 엥겔스는 그의 남은 원고들을 모아 <자본론> 제2권 '자본의 유통 과정', 제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 과정'을 발간했다. <자본론>은 사회주의의 성서라 불리며 성서보다 더 많이 팔린 책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그리고 한 세기 후 레닌 등 혁명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칼 마르크스는 억압받는 노동자들을 도와 공산주의 사회를 만들려 한 혁명가였다. 분명한 것은 그가 철학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자본론> 발간 후 140년, 붕괴할 줄 알았던 자본주의는 위기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며 살아남고 있다. 거기에는 마르크스의 여러 경고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주장했다. 생산이 쉬워진 신용화폐로 미래에 투자한다는 것이 자본주의다. 동시에 빚을 양산하고 디폴트를 일으키며 위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아담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꿈꾸고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통해 펼친 이상적인 세계는 결코 지금의 모습은 아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것이다. 자본주의는 아담 스미스를, 사회주의는 칼 마르크스를 오해했다. 그들에겐 오직 사람을 사람답게 보는 따뜻한 시선이 있었을 뿐이다. 그들이 꿈꾼 세상은 끝없는 자본주의의 탐욕이나 소수지배의 독재사회가 아니었다.


'자본주의'의 출발이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을 줄은... 앞선 화들에서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경쟁할 수밖에 없다.' 같은 얘기를 듣다가 아담 스미스가 인간을 사랑했다고 하니 좀 괴리감이 들었다. 그래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들어가는 시스템이라면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제 또 마르크스가 '착취' 얘기를 하니까 눈물이 나고... 이제 5화로 넘어가 보자.




5.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5화는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다룬다. (우스꽝스러운 랩무비와 함께...)


(1) 케인스

케인스는 거시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이다. 영국의 재무부에 근무하며 세계 1차 대전을 겪었는데, 이후 사표를 내고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 이론>이라는 책을 낸다. 그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의 원인을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봤다. 여기서 '유효수요'란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물건을 구매하려는 욕구'를 말한다.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효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개입하여 일자리를 늘리고 실업률을 줄여야 한다고 한 것이다. 거시경제학은 국민소득, 환율 등 국가 전체와 세계에 관한 경제현상을 연구하며 정부의 역할을 중시한다. 케인스 등장 전에는 반대로 미시경제학이 인기를 얻었는데, 가계와 기업의 의사결정과 시장에서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경제학으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케이슨의 거시경제학은 여러 정치가들에게 받아들여지며 미국의 뉴딜 정책으로 연결되었고, 뉴딜 정책은 성공적인 호황을 가져왔다.


랩 무비에서 그의 가사를 발췌해 왔다.


풍요 속의 빈곤. 물건은 넘쳐나도 사는 사람 없어.
보이지 않는 손만 믿다가 큰코다친 거야.
정부가 돌봐줘. 우리 보완책이 되어줘.
정부가 공장 세우고 다리도 놓아야 해.
일자리를 줘야 해! 돈이 돌게 해줘야 해!
유효수요를 늘리자는 심플한 원리.
이게 내가 만든 거시경제학. 케인스 레볼루션!


(2) 하이에크

하이에크는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로, <화폐 및 경기변동에 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람이다. 케인스의 거시경제학이 뉴딜 정책에 영향을 주며 호황을 가져왔으나,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위기를 맞이한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온 것이다. 하이에크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시장을 조작하려는 정치적인 힘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조정 능력을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거릿 대처의 '대처리즘',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랩 무비에서 그의 가사를 발췌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정부 믿다 큰코다쳐.
무능 정부. 부패 정부.
투자 너무 많아. 소비 너무 많아. 빚도 너무 많아.
고통스러워도 그냥 놔둬야 해.
보이지 않는 손이 조종해야 돼.
이게 내가 말하는 신자유주의. 세상을 구할 자, 하이에크!


(3) 복지국가

다큐멘터리는 끝으로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 한다. 자본주의에서 경쟁과 착취 등에 내몰린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느냐에 대해 얘기하며 2008년 미국 금융 위기, 2012년 한미 FTA 등을 다룬다. '자본주의'는 분명 고장 났지만, 여태껏 역사상 개개인을 부유하게 만든 것은 '자본주의'가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그것을 버릴 수는 없다. 고로 고쳐 써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는 가장 연약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의 안전망이다. 무조건 퍼주는 복지를 말하는 게 아니고, 교육과 기술 양성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가난한 자의 주머니를 채우면 소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확실히, 세상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빈곤한 사람들, 연약한 사람들을 내버려 두는 것은 언젠가 또 다른 위험으로 이어진다. 할렘가를 방치하면 부유한 사람들도 개인 경호원을 고용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미국이 그렇듯이 말이다.) 다큐멘터리에서 유럽의 여러 복지국가들과 창의성을 연결하며 '실패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을 보여주는데 울림이 있었다. 프리랜서로서 예술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나라서 그런지, 아니면 최소한의 복지도 별 같잖은 이유로 반대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어서 인지는 모르겠다.


유럽의 유명한 복지국가에서는 대학도, 의료도 공짜다. 우리 사회는 불안한 사회라 목돈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그들은 딱히 목돈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고로 그들은 재테크에 관심도 없다고.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쪼졸이에게는 어느 정도 비수를 꽂았다. 내가 재테크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 지점을 돌이켜 보면 '주거 안정의 꿈', '혹시 모를 결혼 자금 준비', '노후 대책' 같은 것들이었는데 전부 다 목돈이다.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어서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하다니. (다큐멘터리에서는 이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대신 공적인 해결책(복지)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뭐, 어떡할 건가. 사회를 내가 당장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복지든 뭐든 공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사적인 해결책이라도 대비할 수밖에.




어쨌든 오늘 이 글에서는 자본주의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들(기본적인 개념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심화를 알아야 기본이 뭔지 알지...!!)을 다뤘다. 아래에 글의 주제가 된 다큐멘터리 링크를 추가해 놓겠다. 내가 정리해 놓은 정보 외에도 더 많은 정보들이 들어있는 꽤 괜찮은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돈과 자본주의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1화 <돈은 빚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0LYMTsj_eqc

2화 <소비는 감정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swklI5vrBk

3화 <금융지능은 있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Iu-w6STAz64

4화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철학들> https://www.youtube.com/watch?v=LaGYPiGXynU

5화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E9nCQbHRPM


다섯 편 모두 시청하는 것을 권장한다. 개인적으로 영상을 워낙 좋아해서 영상으로 공부하는 게 큰 도움이 되었는데, 틀어놓고 설거지하기도 좋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도 잘해주니 안 끌리더라도 한 번쯤 보시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싫지는 않다. 어쨌든 돈을 벌고자 하는 개인의 이기심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나는 내 창의성과 능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돈을 벌고자 하기 때문에 착취를 당할지언정 착취를 하지는 않는다. 이런 식으로 개인의 '공명정대한 관찰자'가 살아있다면 이 사회에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거기에 복지가 함께 한다면 정말로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지도 않을까 생각한다. 자본주의 외에는 개개인을 부유하게 만든 사상이 없다는 것도 물론 한몫을 하고 말이다. (물론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쪽에도 관심은 있다.) 다른 방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것을 최선이라 믿고 움직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 돌아가는 시스템을 조금 알았으니 자, 포기하지 말고 쪼질이들이여 함께 공부하자!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재테크'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정보들을 가져오도록 노력해 보겠다. 책을 선정하는 중인데 좋은 책들이 워낙 많아 고민이 된다... 그리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정신 나간 사건들이 워낙 많아 집중력을 자꾸 잃게 되는데, 다들 알겠지만 이런 공부라는 것이 마음먹었을 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하는 법이지 않은가. 마음먹고 내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쪼질이 동지들이여, 믿고 기다리시라. 쪼질이의 좌충우돌 공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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