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
버스 안에서 김신회 작가의 심심과 열심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작가님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고전 읽기에 번번이 실패한다고 고백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이라는 걸 마크 트웨인의 문장을 인용하는데, 그 고백과 마음에 절실히 공감했다. 나도 매번 고전 읽기 도전해야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슬그머니 주먹을 풀곤 했으니까. 김신회 작가님은 글을 쓰기 위해 고전이나 꼭 좋은 글을 읽기보다는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 무언가를 읽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야 독서를 계속할 수 있다. 독서는 즐거움 이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이어 말했다. 그 부분을 읽는 데 '와! 글쓰기랑 똑같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퍼뜩 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혹시나 그냥 흘러가버릴까 봐 버스 안에서 급하게 가방 안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들었다. 스마트폰 메모에 쓸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외출하면서 혹시나 내가 글을 쓰게 되고 싶어 질지도 모르니 노트와 펜을 챙긴 게 내 머릿속에 남아서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인 거다. 아무튼, 급하게 노트와 펜을 펼치고 이미 흐려지는 생각들을 급하게 다시 복기하여 받아 적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이 책을 더럽게(?) 읽는지 처음으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내가 책을 구매했던 상태 그대로 보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품으니 책 읽는 태도가 달라진다. 책을 읽으며 어떤 구절을 마주했을 때 내 생각이 두둥실 떠오르면 그곳에 몹시 낙서를 하고 싶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하다. 놓치고 싶지 않다. 이 정도면 이미 나 글쓰기에 중독된 거 아닐까?
독서는 즐거움이라는 말은 내가 도서관에 자주 가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나는 도서관에 목적 없이 간다. 이 말은 즉슨 빌리고 싶은 책을 정해서 도서관에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날 그날 서가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책을 뽑아 느낌이 오면 대출해서 읽는다. 물론 예전에는 누군가가 혹은 유명인이 추천해 준 책, 꼭 읽어야 한다는 책, 고전 목록을 잔뜩 목록화해서 하나씩 빌리기도 했었다. 근데 그렇게 빌려간 책은 가방에서 우리 집 책장으로, 이동만 했을 뿐 책장이 가볍게 훌훌 넘어가진 않게 되는 걸 발견했다. 그 이후로는 책을 고르는 데 스스로의 직감을 믿기로 했다. 내 눈에 우연하게 띄어서 내 흥미를 자극하여 읽게 된 책은 즐겁게, 끝까지 읽게 되더라. 글쓰기도 독서와 비슷하지 않을까?
여기저기서 글쓰기를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런 방식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을 건네오지만 결국은 내 마음대로 내 느낌 가는 대로 믿고 써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고 말한 김신회 작가님처럼, 그냥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써 내려가면 되는 거지! 글쓰기는 즐거움이어야 하니까. 다른 사람이 기준이 된 독서에서 내가 중심이 된 독서로 이동했을 때 훨씬 책을 자주 읽고 즐겁게 읽었던 것처럼. 글쓰기도 나를 중심에 두고 쓰고 싶은 대로 툭툭.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주고 떠다니는 생각을 콱 잡는 거다. 그렇게 쓰다 보면 유쾌한 감정이 소복이 쌓이지 않을까? 다음엔 뭘 쓸까. 어서 하루가 지나고 새로운 생각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모래사장에서 파도가 그림을 지워가도, 편편하게 다시 고와진 모래 위에 꺄르르 웃으며 다시 낙서를 하는 그 마음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