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영국 초등학생 KS 1 (2)

제2절 영국 초등학교 2학년

by 백지

1. 학교 시간표와 심화 학습

2학년이 되면서 학교 시간표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수업은 1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영어, 수학, 과학, DT(Design & Technology), PSHE(개인·사회·건강·경제 교육), 컴퓨터, 그리고 포레스트 스쿨(야외 체험 학습)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포닉스 수업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1학년 때 있었던 챌린지 타임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정규 수업의 비중이 커지고 내용도 점차 심화되었다.

수학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구구단 학습이 시작되었다. 2단과 5단을 먼저 배우고 이어서 10단을 익혔으며, 다음 학년에 올라 최종적으로 12단까지 외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두 자릿수 덧셈과 뺄셈, 그리고 매주 곱셈과 나눗셈에 대한 쪽지 시험을 보기도 했다. 20문제 중 2문제 내로 틀리면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었고, 점차 푸는 시간을 줄여나가면서 반복 학습하는 과정이었다.

수업에서는 문제 풀이뿐 아니라 숫자블록(Number Blocks), TTRS(Times Tables Rock Stars), Cool Math 같은 다양한 온라인 학습 도구를 함께 활용하여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수학적 사고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각 학기마다 새로운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우리 사회(세계 지도), 오래된 장난감, 뜨겁고 차가움(적도와 극지방), 우주, 그리고 전 학년 공통 주제로 우리가 먹는 것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로 이루어졌다. 숙제도 이에 맞춰 매주 하나씩 해나갔다.




2. 매일 책 읽기: 프리 리더를 향하여

영국 초등학교1학년 때는 주로 파닉스(Phonics) 중심의 책으로 읽기의 기초를 다졌다. 처음에는 줄리아 도널슨(Julia Donaldson)이 글을 쓴 《Songbirds Phonics》 시리즈로 파닉스 규칙을 익혔고, 리듬감 있는 문장과 짧고 명료한 이야기 덕분에 글자와 소리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이후에는 옥스퍼드 출판사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기초 독서 프로그램인 《Oxford Reading Tree》 시리즈로 넘어가, Biff, Chip, Kipper와 그 가족이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 고빈도어(high-frequency words)와 문장 읽기를 익혀 나갔다. 이처럼 파닉스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독서 교육을 통해 읽기의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다. 2학년이 되면서 점차 줄거리가 있는 책들을 접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학년에 맞는 독서 수준을 고려하여 책 읽기 레벨을 총 12단계로 나누어 운영했다.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하면 '프리 리더(Free Reader)'가 되어 아이가 자유롭게 원하는 책을 선택하여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아이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꼭 프리 리더가 되어보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는 매일 10~20분 정도 꾸준히 책 읽기에 집중했다. 때로는 책 읽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아이의 유튜브 계정에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도록 했지만, 점차 단계가 올라갈수록 소리 내어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이의 집중력도 흐트러져 힘들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고민 끝에 독서 방식을 바꾸어 눈으로 책을 읽고 내용을 요약해 보기로 했다. 독서 습관을 제대로 들이려면 결국 눈으로 읽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짧은 요약 영상을 찍어 유튜브'쇼츠(Shorts)'에 올리며 새로운 독서 습관을 만들어 나갔다.

이전에 궁금해했던 ORT(Oxford Reading Tree)와 렉사일 지수(Lexile Measure), AR 지수 역시 바로 이러한 학교의 책 읽기 단계와 연관된 시스템이었다. 집에서는 이러한 레벨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학교에서는 이 단계에 맞춰 아이의 독서 능력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었다. 영국 초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북 밴드(Book Bands)'와 같은 독서 레벨 시스템은 아이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읽으며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고 점진적으로 실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3. 스쿨 카운슬이 되다

2학년이 시작되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그날은 런던으로 뮤지컬 '라이언 킹'을 보러 가는 날이기도 했다. 아이가 '스쿨 카운슬(School Council)'에 뽑혔다는 것이었다. 스쿨 카운슬이라는 말이 낯설었던 나는 아이에게 이것저것 질문했다. 어떤 역할인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선출된 건지 궁금했다.

아이는 스쿨 카운슬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께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한 반에서 남녀 각 한 명씩 선출되며, 2학년 내내 활동하게 된다고도 했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떠나는 포르투갈 여행길 Whsmith에서 구입한 파멜라 부차트의《미래의 빌리언에어 일기 (Diary of a Future Billionaire)》를 읽으면서 영국 학교의 스쿨 카운슬이 우리나라의 '학급 반장'과 비슷한 위치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빌리언에어를 꿈꾸는 벤(Ben)의 친구 비랄(Bilal)이 스쿨 카운슬이라는 내용을 읽으면서 자신의 일이 더 쉽게 다가왔다. 학교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학부모와 교사 위원회를 돕는 역할이었다. 학교 여행을 계획하고, 기부를 받아 운동장을 개선하고, 심지어 식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을 보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매월 열리는 전체 회의에 참석해야 했고, 학교 행사 도우미, 심지어 응급 치료 키트(First Aid Kit)를 옮기는 역할까지 했다. 아이에게는 작지만 확실한 책임이 주어진 셈이었고, 처음에는 파란색 바탕 은색 글씨로 쓰인 스쿨 카운슬 배지를 자랑스러워하며 매일 옷깃에 달고 다녔다.

스쿨 카운슬 활동이 시작되면서 아이의 학교생활은 확연히 달라졌다. 책임감이 생긴 듯 매일 아침 스스로 일찍 일어나 등교 준비를 했고, 학교 가는 길에는 "오늘 회의 있어!"라며 설레는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학교에 대한 기대와 참여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회의는 주로 학교 도서관이나 학교 부속 교회 강당에서 진행되었다. 회의가 있는 날이면 아이는 집에 돌아와 그날의 안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운동장에 턱걸이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왔어," "학교 앞 자동차 통행을 줄이자는 제안도 있었어." 자신의 의견을 진지하게 전달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작은 리더로의 성장이 느껴졌다.

스쿨 카운슬 활동 중 아이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캔터베리 시장을 직접 만난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아이는"어떻게 하면 시장이 될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시장은 아이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하고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그 이후 아이는"시장은 경찰보다 더 힘이 센 사람이래!"라고 말하며 권력의 개념을 조금은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스쿨 카운슬 활동을 통해 아이는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졌고, 책임감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자랑스러워하던 작은 배지는 이제 단순히 직책을 나타내는 물건을 넘어, 아이의 성장과 자긍심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증표가 되었다.




4. 방과 후 프로그램

1) 일상 운동

방과 후에는 축구 수업을 듣고, 수영과 테니스도 꾸준히 이어갔다. 일주일에 한 번, 킹스메드(Kingsmead)에서 30분간 홀리 선생님께 수영 강습을, 그리고 켄트 대학교(University of Kent) 스포츠센터에서 한 시간가량 닉 선생님께 테니스 강습을 받았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는 영국에서의 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 나갔다.

2024년 어느 봄날 테니스장에 딸린 자전거 판매소에서 어린이용 두 발 자전거를 구해왔다. 안전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코스들을 찾아다니며 신나게 달렸다. 주요 코스는 다음과 같았다. 딜 성(Deal Castle)과 워머 성(Walmer Castle)으로 이어지는 해안가를 따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역사적인 성들을 스쳐 지나갔다. 집 근처에서는 모리슨(Morrisons) 슈퍼마켓으로 이어지는 스타우 강변(Stour River)을 따라 잔잔하고 평화로운 풍경 속을 달리는 것을 좋아했다. 곧게 뻗은 평평한 길로 이어지다 보니 저만치 혼자 내달릴 수 있어서였다. 그리고, 휘츠테이블(Whitstable) 해안가에서는 그림 같은 어촌 마을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또한, 켄트 대학교에서 캔터베리 시내로 이어지는 자전거 길은 숲 속을 지나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내리막길이 이어져 아이는 속도감과 함께 브레이크 잡는 법을 배워나갔다. 자전거를 타며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마을 풍경을 더욱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었고, 다양한 활동과 함께 아이는 영국에서의 학교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나갔다.


2) 파자마 파티와 슬립 오버

1학년을 마친 뒤, 아이는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나 '슬립오버(sleepover)'를 해보고 싶어 했다. 첫 경험은 여름 방학 때 아이의 친구 준모 가족이 살고 있는 스위스 베른을 방문했을 때였다. 아이는 우리와 떨어져 준모네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처음으로 부모 없이 밤을 보내고 난 다음 날, 아이는 한층 성장한 듯한 표정으로 자신감이 넘쳤다. 부모와 떨어질 때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는 분리 불안을 떨치고'형님이 된 기분'이라며 뿌듯해했다.

그 이후로 캔터베리에서도 마음이 잘 맞던 한 살 터울 동생 도원이네 집에서 부모와 떨어져 잠을 잤다. 도원이는 자신의 새 레고를 기꺼이 뜯어주었고, 아이는 레고 만들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날 밤에는 타이타닉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잠에 들었고, 아이는 타이타닉 박물관이 있는 북 아일랜드 벨파스트에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3) 영화 데이트

춥거나 비가 와서 실외 활동이 어려운 날이면, 아이와 함께 캔터베리의 영화관을 자주 찾았다. 아이는 영화를 보다가 "몇 분 남았어?"라는 질문을 자주 했는데, 처음에는 영어로 된 영화가 잘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그럴 때마다 조용히 귓속말로 영화의 진행 상황을 짧게 설명해 주며 도와주었다.

영화의 스토리나 등장인물에 익숙해지도록, 극장에 가기 전에는 영화 트레일러를 보여주고, 다녀온 후에는 리뷰 영상을 함께 보며 자연스럽게 내용을 복습했다. 요즘도 가끔 영화 도중 "얼마나 남았어?"라고 묻지만, 이제는 영화가 무섭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라, 끝나가는 것이 아쉬워서 묻는 말로 바뀌었다.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어 하기도 했다. 수영 수업을 마치고 지우, 채우와 함께 《릴로 앤 스티치》를 보기로 했다. 상영 등급이 'U(Universal)'여서 아이들끼리 보기에 무리가 없었기에, 좌석을 확인해 준 뒤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나눠주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도 충분히 즐겁게 영화를 봤다고 했다. 《릴로 앤 스티치》는 하와이에 사는 외로운 소녀 릴로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 스티치가 친구가 되어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이야기다. 엉뚱하고 코믹한 장면들 속에‘가족’과‘소외’라는 주제를 담고 있어 아이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래곤 길들이기》가 PG(Parental Guidance) 등급으로 개봉하면서 세 아이가 다시 모였다. 바이킹 마을 소년 히컵이 마을의 적으로 여겨지던 드래곤 ‘투슬리스’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서로를 이해해 가며 용기와 책임감을 키워가는 이야기였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스펙터클한 비행 장면과 함께, 편견을 깨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번에는 나도 함께 영화를 관람했는데, 아이들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영화 세계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가 끝난 뒤, 아이들은"우리 한국 가서도 꼭 영화 모임 하자!"라고 약속을 나누었다.


4) '이 주의 스타'와 성적표

아이는 2학년이 되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다. 이 주의 스타도 몇 차례 선정되었다. 크게 세 영역에서 선정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주 동안 친절하거나 우정을 베푼 경우(Christan Value Certificate), 수업시간이나 숙제를 독립적으로 스스로 잘 해낸 경우(Achievement Certificate),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경우(Growth Mindset Certificate)로 나누어서 이 주의 스타를 뽑았다. 이 주의 스타가 되면 매주 전 학년 예배(worship)가 이루어지는 교회에서 이름이 호명되고 강당 앞에 나가 상장을 받았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 늦은 오후 메일로 전해지는 학교 소식지에도 이주의 스타 이름이 올라왔다. 2학년이 된 아이는 목요일마다 제출하는 숙제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리고 교사를 미소 짓게 하는 우정을 발휘했고, 수학시간에는 할라피뇨 문제를 끝까지 풀기 위한 노력이 엿보여 이 세 영역에서 차례대로 이 주의 스타가 되었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이주의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닌 것을 잘 알기에 그랜드 슬램을 이루었다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아이의 성장을 한껏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2학년 과정을 마칠 무렵 1학년 때 처음 받았던 친절을 사유로 상장을 하나 더 받았는데 그 의미가 남달랐다. 학교에서 잘 알지 못했던 1학년과 학교에 익숙해진 이후의 친절은 큰 차이가 있었을 것을 잘 알았기에. 2학년 성적표는 과목별로 더 세분화되었다. 각 영역 Above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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