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의 신사업을 분석하다
코로나 시기 동안 사람들은 외부 활동을 거의 차단당하다시피 했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오프라인 쇼핑 대신 쿠팡, 로켓컬리와 같은 쇼핑&신속배송 서비스가,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 웨이브와 같은 OTT가 각광받았다. 반강제적으로 주거지 중심 문화가 활성화되자, 아파트 단지에서는 커뮤니티 시설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미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는 수영장, 헬스장은 물론 조중석식을 모두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이에 CGV는 GS건설과 업무협약을 맺고 21년 6월 서초 그랑자이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26석짜리 'CGV SALON 서초'를 오픈했다. 국내 최초의 커뮤니티 시네마의 탄생이었다.
처음 CGV가 아파트 커뮤니티에 영화관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는 의아함이 더 컸다. CGV의 규모와 사업 모델로 볼 때, 소형 영화관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 기사 내용을 살펴보자.
◇영화관 건설 비용, GS건설·CGV·조합이 나눠 부담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내 영화관 1호 사업장이자 준공을 약 3개월여 앞둔 서초그랑자이는 당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당시 주민 공동시설로 계획한 공간에 당구장과 탁구시설 등을 고민하다가 영화관 입점 제안이 들어와 받아들이게 됐다. 이사회에서는 해당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일부 소수의 조합원은 반대를 했다. 운영비 부담 때문이다.
우선 해당 사업장에서의 영화관 건설비용은 조합, GS건설, CGV가 나눠 부담한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일반적인 복합문화공간을 지을 때 필요한 비용을 대고 CGV는 특수 영상기계와 특수 의자, 영화관에 필요한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불한다. 조합은 공사비에 가운데 가장 적은 비용을 지불한다.
GS건설이 건설 이외에 운영 및 유지 차원에서 지원하는 별도의 비용은 없다. 아파트 입주민 중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비 관객 입주자가 내는 기본 관리비 상승도 없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영화관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평당 수천만 원 하는 서울 금싸라기 땅에 지어놓았다가 애물단지가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무지개아파트(서초그랑자이) 조합 관계자는 “CGV는 가장 큰 부담인 임대료를 내지 않게 된다. 초기투자 비용은 적고 유지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임대료는 없으니 골드클래스임에도 일반 영화 관람 수준인 1만 원 대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영화관람 비용이 당초 계획한 것보다는 일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입주 및 개관을 앞두고 유지관리비를 어떻게 할지를 협의 중인데 이용객이 부담하는 방안 위주로 모색 중이다. 수수료를 좀 더 떼어놓는 방안을 구상하다 보니 당초 계획인 관람비는 당초 계획인 1만 원 초반대에서 플러스알파가 될 수도 있다”라며 “GS건설은 신축 아파트에 영화관 도입을 제안하며 추후 타 사업장 영업에 도움이 되는 정도지 큰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시공사의 역할은 말 그대로 영화관 시공, 여기에 영화예약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절차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제작 등에 그친다. 운영과 관리는 CGV와 입주자대표회의 몫이다.
※출처: 시사저널e ‘아파트 속 영화관’ GS건설-CGV 콜라보, 롱런 가능할까, 노경은 기자, 21.02.23
기사 내용 중 계약 내용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공간 건축비는 GS건설이, CGV는 영화관 인테리어 및 영사장비, 조합은 일부 공사비를 부담한다.
2. CGV는 임대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3. 이외 운영/관리 비용 부담은 CGV와 입주자대표회의가 협의한다.
4. 골드클래스(가격 35,000원)지만, 일반 가격(15,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다.
보통 상영관 1개를 지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6~7억 이상이 된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CGV가 부담했을 비용이 대략적으로 2억 5천~3억 원은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문제는 전기세, 수도세 등의 관리비는 차치하고 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느냐이다.
영화관은 애초에 박리다매의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티켓 판매로 버는 돈은 생각보다 적다. CGV 전체 매출액의 60%가 티켓 매출이지만, 티켓 매출액의 50~60%는 영화를 공급한 배급사의 몫이다. 그렇기에 수익성이 좋은 매점 매출이 중요하다. 코로나 시기 동안 방역 정책에 의해 매점을 제대로 팔지 못한 부분이 손익에 있어 가장 치명적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서 CGV SALON 서초의 상영내역을 살펴보니, 영화 상영부금 기준금액을 12,000원으로 설정했다. 티켓 가격이 15,000원인데 영화 상영부금이 12,000원이라는 것은, 나머지 3,000원은 추가요금으로 설정해 CGV가 그대로 가져가거나 입주자 대표회의와 나눈다는 뜻이다.
최악을 상정해 추가요금을 모두 입주자 대표회의에 준다고 가정할 경우 CGV SALON 서초의 1인당 티켓 매출이익은 다음과 같다.
티켓 가격 12,000원
- 영화발전기금(티켓가의 3%) 350원
- 배급사 부금(50%) 5,825원
- 부가세 583원
= 티켓 매출이익 5,242원
보통 영화관 객석률이 25~30% 정도인데, 코로나 이후로는 20~25%도 되기 어려워 보인다. 좌석수도 적고 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가정하여 객석률이 35%라고 가정했을 때, 예상되는 연간 매출 이익은 다음과 같다.
ⓐ 연간 상영 횟수: 365일 × 일 4회 상영 = 1,460회
ⓑ 연간 총 좌석수: 26석 × 1,460회 = 37,960석
ⓒ 예상 객석률: 35%
ⓓ 1인당 수익: 5,242원
ⓔ 예상 연간 판매량(ⓑ×ⓒ): 37,960석 × 35% = 13,286명
ⓕ 예상 연간 매출이익(ⓓ×ⓔ): 13,286명 × 5,242원 = 69,645,212원
CGV SALON 서초에는 카페 1인 근무자가 있는데, 하루 6시간씩 2인이 로테이션으로 근무한다고 가정하고 인건비를 계산해 보면 29,685,200원(시급+주휴수당+4대 보험비)이 나온다. 과연 이 인건비를 CGV가 부담할지,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부담할지, 나누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그냥 CGV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위 매출이익이 그대로 CGV의 수익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비가 2억 5천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3.6년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지점이다. 여기에 CGV의 시스템 운영비와 본사에서 영화 콘텐츠를 전송하고 상영세팅하는 인력의 인건비까지 계산한다면 4년이 훌쩍 넘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돈이 안된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첫 영화관 사례이기 때문에 CGV가 투자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되지만, 대기업 간의 업무 협약에서 처음 이후에 조건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이 조건 그대로 CGV가 아파트 커뮤니티에 영화관을 지을 수는 없다. 거의 땅 파서 장사하는 수준이다.
이 계약의 가장 큰 문제점은, CGV가 수익 구조를 오로지 영화 매출로만 잡았다는 점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의 복지시설로 들어간다면, 영화관 장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CGV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CGV 영화관 자체를 판매 상품으로 만들어 아파트에 판매했어야 한다.
CGV SALON 서초 이후로 2년에 가까운 기간이 흐르도록 2호점이 추가되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20년 말에 CGV의 구원투수로 취임한 허민회 대표가 아파트 커뮤니티 시네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GS건설과의 MOU는 최병환 前 대표 때 체결되었다) 재무적으로 완전히 망가진 상태의 CGV가 손익적으로 좋지 않은 모델을 확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에 CGV는 아파트 커뮤니티 시장에서 추가적인 확장이 이루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GV와 사업모델이 다른 우리 모노플렉스의 경우, 커뮤니티 시네마가 아주 잘 맞는 모델이기에 현 상황을 기회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지난 3월 11일(토)에 디에이치자이개포에 8석짜리 커뮤니티 시네마를 오픈했다. 다음 글에서 모노플렉스의 커뮤니티 시네마 오픈 이야기를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