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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관매니저 Mar 31. 2023

영화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

6,000원이 15,000원이 되기까지, 영화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

영화 가격의 변천사

2023년 현재 주말 기준 영화 1편의 가격은 1인에 15,000원이다. 커플이 영화를 본다고 가정하면 팝콘 세트까지 4만 원은 기본적으로 지출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가성비 좋은 문화생활로 여겨졌던 영화는, 코로나 시기 동안 3번에 이은 가격 인상과 더불어 영화 1편 가격에 여러 명이 구독할 수 있는 OTT의 대성공과 대비되면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1998년 CGV가 처음으로 멀티플렉스(1개 영화관에 2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곳, CGV 이전의 영화관들은 모두 스크린이 1개인 단관극장이었다)인 CGV강변11을 개관했을 당시 영화 가격은 6,000원이었다. 그마저도 조조할인과 통신사 할인을 적용하면 단돈 2,000원에 관람이 가능했다.


첫 번째 영화 가격 인상은 그로부터 2년 뒤인 2000년이었다. 7,000원이 되었다. 다시 1년 뒤인 2001년에는 처음으로 주중, 주말 가격 차등제가 도입되었다. 주중엔 7,000원, 주말에는 8,000원이 된 것이다. 각종 할인적용까지 감안한 실제 평균 관람가격은 2004년 6,364원에서 2008년 6,521원으로 5년간 6,000원 초중반대를 유지했다.


옛 CGV 입장권 / 출처: 전단지 총각의 영화창고 https://m.blog.naver.com/aj5500/220969323786


두 번째 가격 인상은 그로부터 8년 만인 2009년에 이루어졌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개봉한 대작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 맞춰 주중/주말 모두 1,000원씩 인상한 것이다. 이로써 영화가격은 주중 8,000원, 주말 9,000원이 되었다. 가격인상에 힘입어 평균 관람가격은 2009년 6,970원으로 전년대비 449원 증가했고, 2010년에는 7,832원을 기록하며 평균 관람가격이 7,000원대에 진입했다. <트랜스 포머: 패자의 역습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740만 명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세 번째 가격 인상은 4년 뒤인 2013년에 이루어졌다. 주말 요금 기준으로 처음으로 10,000원대에 진입했다. 일률적인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반발을 의식했는지, 항공사의 가격차등 정책처럼 영화관에서도 지역·요일·시간별로 관람가격을 달리하는 탄력요금제를 도입했는데, 그 결과 2013년 7,271원이었던 평균 관람가격이 2014년에는 7,738원이 되었다.


2016년에는 네 번째 가격 인상과 더불어 좌석차등요금제와 시간대별 차등요금제가 도입되었다. 그 결과 주중/주말 가격 모두 10,000원 대가 되었고, 평균 관람요금은 2016년 8,032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8,000원대에 진입했다.

롯데시네마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 출처: [현대경제신문] 영화관, 편법논란에도 가격차등제 ‘강행’ 16.04.22


네 번째 가격 인상부터 가격인상의 시기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가격 인상은 2년 뒤인 2018년에 이루어졌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가격인상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18년 주중 11,000원, 주말 12,000원이었던 영화가격은 2022년 주중 14,000원, 주말 15,000원이 되었다.


평균 관람가격 역시 가파르게 상승해, 2018년 8,383원, 2021년 9,657원을 기록했고, 2022년 상반기에는 10,078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00원대에 진입했다.


멀티플렉스 영화 가격 인상 시점 / 출처: [KOFIC 이슈페이퍼 2022-06] 영화티켓지수로 알아본 영화관람가격 적정성 점검 p.2


이렇게 1998년 6,000원이었던 영화가격은, 2022년 15,000원으로 1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약 70% 상승했으니, 영화가격은 물가상승률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왜 영화가격은 물가상승률에 비해 이렇게 가파르게 오른 것일까? 그 이유는 영화관의 정산 방식에 있다.




내가 낸 티켓 가격이 배분되는 과정

먼저 영화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를 알아보자. 투자사는 영화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제작사는 영화를 제작한다. 배급사는 제작된 영화를 영화관과 배급 계약을 통해 제공하며, 영화 홍보 마케팅을 진행한다. 이를 영화관에서는 소비자에게 최종 판매를 담당한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이렇게 영화가 영화관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된 금액을 이해관계자 간에 나누게 되는데, 다음과 같다.

① 우선 영화관에서 판매된 영화매출 중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 납부하게 된다.
    (영화관 → 영화진흥위원회 매출의 3% 납부)

② 남은 97%를 배급사와 영화관이 50:50으로 나눈다. 외국영화인지 한국영화인지, 서울인지 지역인지에 따라 나누는 비율이 45%~60%까지 약간씩 다르다. 여기에서는 계산의 편의를 위해 평균수치인 50대 50으로 계산하기로 한다.
     (영화관 → 배급사로 남은 금액의 50% 지급)

③ 배급사는 받은 금액에서 집행된 홍보 마케팅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의 10%를 수취한다.

④ 나머지 금액을 투자사 60%, 제작사 40%로 지급한다.
    (배급사 → 나머지 금액의 투자사 60%, 제작사 40%로 배분)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정산 부분이 좀 복잡할 수 있는데, 영화관 입장에서만 계산해 본다면 판매된 티켓가격의 약 48.5%만 수익이 되며, 그마저도 10%는 부가세로 빠지게 된다. 헷갈리는 분들은 필자가 예전에 만들었던 아래 영상(약 2분 40초)을 참고하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NqPOPwIsM-o




영화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

위 정산 과정을 종합해 보면, 내가 낸 15,000원의 티켓가 중, 영화관이 가져가는 금액은 5,296원~6,619원으로, 매출이익률이 35~44%에 불과하다. 이전 글에서도 간혹 밝혔듯, 영화관은 박리다매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 영화 매출을 올리고, 영화 매출보다 더 수익성이 좋은 매점 판매와 광고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한다. 이렇게 만들어낸 매출에서 각종 판관비를 제외해야 한다. 최소 1억 이상의 임대료와 몇천만 원이 넘는 관리비, 인건비 및 각종 공과금을 제외하면, 멀티플렉스의 최종 영업이익률은 4~7%가 된다.


문제는 임대료, 인건비, 소모품비, 관리비 등, 각종 비용이 함께 오른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영화 티켓가격은 오르는 대로 영화관 수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른 금액의 약 40% 정도만 영화관 수익이 되기 때문에, 수익성의 유지를 위해서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70%가 오르는 동안 영화가격은 150%가 상승해야만 했던 것이다.


결국 대형 멀티플렉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영화가격은 필연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2018년도 영화관 매출/비용 구조 (본인 제작)


물론, 멀티플렉스들도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CGV는 컬처플렉스라는 이름으로 영화 콘텐츠 자체 외의 수익을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세계 최초로 4DX, ScreenX 등의 자체 기술 개발로 영화관을 체험의 공간으로 확장하려 했으며, Gold Class, Cine de Chef 등의 각종 특별관은 물론, 영화 굿즈를 판매하는 씨네샵까지 판매증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했다.


하지만 방향성이 잘못되었다. 제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화했듯이, 식음료 업계도 프랜차이즈에서 개성 있는 개인 음식점과 카페가 주류가 되었듯이, 영화관 역시 근본적인 판매 방식이 바뀌어야만 한다.(이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식은 다른 글에서 제시하도록 하겠다)




멀티플렉스 비즈니스 모델의 종말

코로나가 오기 전인 2019년은 세계 영화 역사상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해였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졸작으로 예상했던 <극한직업>이 무려 1,626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고, 4월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1,397만 명을, 6월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1천만 관객을, <알라딘>이 1,300만 명, <겨울왕국 2>가 1,37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천만 영화만 5개가 나왔다. 8월에 개봉한 <엑시트>도 천만에 조금 못 미치는 942만 명을 달성했으니, 사실상 6개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촛불은 꺼지기 전이 가장 밝다고 했던가. 2019년 가장 뜨거운 시기를 보낸 영화업계는 2020년 코로나와 함께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특히 영화 1편 가격으로 여러 명이 구독할 수 있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성장은 영화관을 '가성비 좋은 문화생활'에서 '비싼 문화생활'로 고객 인식을 변화시켜 버렸다. 


18~22년 연도별 총 관객수 및 매출액 /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코로나가 종료된 22년에는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까지 관객수가 회복되었지만, 영화업계 전반에서는 코로나 이전과 같은 수준의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의 부채율은 몇천 퍼센트를 넘은 지 오래고, 향후 최소 20년간은 손익을 내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멀티플렉스 비즈니스 모델을 종언을 고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 그 답을 찾기 위해 필자를 비롯해 영화업계 전체가 고심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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