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플렉스에는 없고 포포시네마에는 있다
모노플렉스에 입사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넘었다. 그동안 10여 개의 컨셉 영화관을 오픈했는데, 팝콘에 대한 고객 수요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사실 모노플렉스 영화관에서는 팝콘을 잘 팔지 않는다. 팔더라도 팝콘을 직접 튀겨 파는 것이 아니라 완제 팝콘을 판매한다. 그래서 모노플렉스 고객들의 후기에서 '팝콘이 없어서 아쉬웠어요'나 '직접 튀기는 팝콘이 아니어서 별로 먹고 싶지가 않았어요', 심지어 '팝콘이 없어서 다시 방문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와 같은 평들을 심심찮게 발견하곤 한다.
그러면 팝콘을 직접 튀기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모노플렉스라는 사업의 한계점과 연관이 된다. 모노플렉스는 파트너사의 유휴 공간을 영화관으로 탈바꿈시켜 소위 '부캐'로 소형 영화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 사업에 인력적, 운영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모노플렉스는 원격 상영 운영 시스템을 수립하여 영화를 수급부터 배포, 재생까지 대행해 파트너사가 영화관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복잡한 과정을 겪지 않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파트너사는 현장에서 고객 안내와 청소만 진행하면 되도록 심플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이렇게 영화 상영 부분에서 파트너사의 영화관 운영소요를 획기적으로 없앴지만, 매점을 운영한다면, 특히 팝콘을 직접 튀긴다면 상당한 운영 소요가 발생하게 된다. 팝콘 기계는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콘센트를 단독으로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매장의 전기 용량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부족할 시에는 전기 공사를 해야 한다. 팝콘 기계를 설치했다면 다음으로 팝콘 재료를 발주해야 한다. 팝콘용 옥수수, 소금, 기름, 필요하면 카라멜이나 기타 시즈닝을 사야 한다. 이를 담을 용기도 선정해 구매해야 한다. 하루 판매가 끝나면 팝콘 기계를 청소해줘야 한다. 기름을 쓰기 때문에 꼼꼼히 닦아야 하는 것은 물론, 팝콘 알갱이와 부스러기가 많아 기계와 상영관을 잘 청소해줘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판매가 잘 된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10~20석 남짓한 소규모 영화관인 모노플렉스에서 팝콘이 과연 잘 팔릴지에 대한 부분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팝콘을 직접 튀기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에 따라 현재 모노플렉스 영화관 대부분에서는 팝콘을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일부 간이매점식으로 운영하거나 팝콘이 요금에 포함되어 있는 영화관에 한해 완제 팝콘을 판매/제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포포시네마는 모노플렉스의 유일한 직영점이다. 2 개관에 100석 이상의 규모로 한국민속촌 자동차극장을 제외하고는 모노플렉스 극장 중에 가장 큰 규모이다. 그동안 고객의 팝콘에 대한 높은 수요를 확인한 만큼, 이곳에서는 반드시 팝콘을 직접 튀겨 팔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갓 튀긴 따뜻한 팝콘, 그동안의 모노플렉스에는 없고, 포포시네마에는 있다.
최고의 팝콘 기계를 찾다
팝콘을 직접 튀기기로 결정했으니 팝콘 기계를 찾을 차례이다. 모노플렉스 운영 담당 프로님의 검색으로 펀코리아라는 일산에 위치한 팝콘 기계 업체를 찾아 방문하게 되었다.
일산에 위치한 펀코리아 사무실, 다양한 팝콘 기계가 전시되어 있었다
방문날 마침 펀코리아 대표님이 계셔서 국내 팝퍼기 역사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펀코리아는 특히 국내 팝퍼기의 원천 제조기술을 보유한 곳으로, 지속적으로 팝퍼기를 발전시켜왔다고 한다.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 놀랍게도 펀코리아의 팝퍼기는 CGV에서 팝퍼기를 쓰면서 느꼈던 불편사항을 거의 대부분 개선시킨 상태였다.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는 골드메달과 크레토스라는 브랜드 팝퍼기를 이용하는데 크기가 커 대량으로 팝콘을 제조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① 팝콘이 튀겨진 것을 까먹고 히터를 끄지 않으면 팝콘이 그대로 타버려 냄새와 청소로 고생하고,
② 솥 바닥에 카라멜이 잘 눌어붙어 청소하기가 매우 힘들며,
③ 팝퍼기가 고장 나면 수리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④ 팝콘 솥 자체가 엄청나게 무거워 다치기가 쉽다는 단점들이 있다.
펀코리아의 팝퍼기는 이 4가지 가장 큰 단점들을 모두 개선시켰다.
① 팝콘이 튀겨지면 자연스럽게 솥 뚜껑이 열리는데 이걸 센서가 감지하여 바로 히터를 자동으로 끈다. 이에 따라 팝콘이 탈 일이 없어졌다.
② 내솥 코팅이 잘 되어 있어 카라멜 팝콘을 튀겼음에도 카라멜이 바닥에 눌어붙지 않는다.
③ 국내 기술이다 보니 수리 비용도 저렴하다.
④ 팝콘 솥이 매우 가벼우며 솥만 교체하면 되어 아주 간편하다.
거의 대부분의 불편함이 해소된 펀코리아의 팝퍼기
포포시네마의 팝퍼기는 멀티플렉스 팝퍼기처럼 용량이 클 필요가 없기에 펀코리아의 팝퍼기가 가장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최신 팝퍼기인 FR-A2800을 2대 주문하기로 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좋은 기기를 선정할 수 있어 감사했다.
팝콘 박스 만들기
모노플렉스 팀에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디자이너가 있다. 온/오프라인 홍보물 디자인은 물론, 패키지 디자인, 인쇄물 디자인은 기본이고 잘 모른다면서 혼자 피그마를 독학해 기초적인 UX/UI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브랜드 디자인까지 하는 넘사벽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능력자다. 이에 모노플렉스에서 디자인이 필요하면 내용과 중요 포인트만 전달하면 모든 것이 알아서 착착 만들어진다. 포포시네마의 팝콘 박스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에게 포포시네마에 팝콘 박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팝콘 박스가 만들어졌다.
포포시네마의 팝콘박스. 뚜껑이 있는 것이 중요 포인트다.
아이들이 먹을 것이므로 일반적인 영화관의 팝콘(대)보다는 작고, 팝콘(중)보다는 살짝 큰 크기로 결정했다. 특히 디자이너의 강력 주장 포인트가 있었는데, 바로 뚜껑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팝콘을 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먹고 남은 팝콘을 집에 가져가기 쉽도록 하자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남은 팝콘을 집에 가져간다면 포포시네마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더 오래 남길 수 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오늘도 우리 디자이너에 대한 존경심이 한 층 더 쌓였다.
※시리즈
④ 포포시네마 먹거리 구성하기: 팝콘
⑤ 포포시네마 먹거리 구성하기: 델리&과자&음료류
모노플렉스 및 영화관 사업/인허가 관련 문의
E-Mail lbm@monople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