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영화관 '포포시네마' 프로젝트 진행기 ①
한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민과 의사결정,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관의 경우 투자비도 다른 업종에 비해 높고 인허가적으로 신경 써야 될 부분들이 더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영화관을 오픈하기 위한 과정을 대략적으로 서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제안 단계
입점할 공간 찾기, 투자타당성 분석, 대략적인 컨셉안 통한 입점 제안, 계약 조건 논의
2. 계약 단계
세부 계약 조건 협의, 입점 계약 체결
3. 기획 단계
컨셉안 기획, 영사 설계, 영사장비 스펙 결정, 인테리어 업체 계약 → 공간 기획 → 공사 규모&일정 확정
4-1. 공사 단계
단계별 공정 진행, 공정 감리, 공사 중 발생 이슈 처리, 세부 디테일 협의
4-2. 세부 운영안 기획 단계
점장 등 운영 인력 채용, 요금 설정, F&B 판매품 확정, 가전&가구 구매, 운영시간 및 상영회차 확정,
오픈 마케팅 안 기획
5. 인허가 단계
소방인허가, 전기안전전검, 상영관 등록(시군구청)
6. 오픈 준비 단계
예매 시스템 세팅, 결제 및 F&B 테스트, 운영 시뮬레이션, 오픈 광고 집행
7. 오픈 단계
사전 내부 오픈 테스트 진행, 무료 시사회 진행, 그랜드 오픈
이번 포포시네마 프로젝트에서 필자는 '4-1. 공사 단계' 직전에 투입이 되었다. PM으로 확정이 된 날에서 이틀 뒤면 공사가 시작되는 시점이었기에 저번 글에서 밝혔듯이 10일 정도 공사를 지연시키고 프로젝트 현황 파악 및 세팅을 한 후 공사를 시작했다.
8월 30일. 드디어 포포시네마 조성을 위해 공사(철거)가 시작되었다. 약 일주일에 걸친 작업 끝에 철거가 완료되었고, 전체 공간 확인을 위해 현장에 재방문했다.
기존 CGV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것이 마치 하얀 도화지를 새로 받은 느낌이었다. 이 황량한 공간이 어떻게 키즈 영화관으로 탈바꿈할지 기대가 되었다.
아쉬웠던 부분은 필자가 너무 공사가 임박한 시점에 투입되면서 전체적인 공간 기획에 대해 심도 깊게 생각해 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특히 매점 부분이 많이 고민이 되었다. 前 프로젝트 담당자가 인테리어 업체와 공간기획을 하면서 기존 CGV 매점 자리에 포토존을 만들고 그 옆 공간을 매점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보니 매점을 철거 후 재조성하게 되면서 비용이 좀 더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필자가 공간 기획을 건드려버리는 순간 오픈예정일이 상당히 밀릴 수 있기에 기존 공간 기획을 따라가기로 했다.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아마 운영과 비용효율을 중시하는 필자는 ① 이미 조성되어 있는 매점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비용 절감 가능, ② 창고 공간의 확보 등을 이유로 포토존을 포기하고 기존 CGV매점을 그대로 살렸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부분이 공간을 기획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전 담당자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 이렇게 공간을 조성하면 ① 고객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생기면서 자발적인 바이럴이 가능해지고, ② 유동객이 많은 마트에서 고객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포인트 공간이 될 수 있다. 필자 또한 이 방안이 더 예쁜 공간을 만드는 데에는 더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공간을 기획하는 데에 정답은 없기에 누구의 판단이 맞다고 할 수는 없는 점은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
소방인허가를 위해 소방업체와 미팅을 진행했다. 보통 인테리어 쪽에서 알아서 잘 담당해 진행하지만, 영화관은 영상음향차단장치 및 제연설비, 객석유도등 등 다중이용업소로서 더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함께 미팅을 진행했다.
영화관이라는 느낌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무엇이 있을까? 그동안 영화관 업계에서는 3S라 하여 Screen, Sound, Seat를 영화관의 코어한 3요소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3요소 중 좌석(Seat)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졌다. 영화가격이 15,000원까지 올라오면서 관객들에게 높아진 영화값을 상쇄시켜 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시설 요소가 바로 좌석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새로 오픈하거나 리뉴얼하는 영화관들을 보면 좌석수를 줄여서라도 리클라이너 의자를 놓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필자가 추구하는 키즈 영화관은 일반 영화관과 다르게 평평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영화관은 원활한 관람을 위해 시야각을 확보하고 좌석을 최대한 많이 설치하기 위하여 단을 필수적으로 구성해야만 한다. 하지만 키즈영화관은 자녀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기에 좌석 수를 포기하고서라도 단 구성을 완전히 배제했다. 이는 좌석을 선정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평지에서는 높이가 높은 좌석이 앞 열에 배치되면 뒤에서 관람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키즈의 앉은키와 눈높이에 맞춰 시야각을 설계해야 한다. 또 최소 60분을 관람하는 만큼 좌석으로 인해 자세가 무너져 허리가 아프면 안 된다.
국내 유일의 키즈 전용 영화관인 밀크북 바이 모노플렉스를 리뉴얼하면서 키즈용 캐릭터 빈백을 도입했었다. 기존의 좌석에 비해 훨씬 컨셉이 살아났다. 또 걱정과 달리 빈백이라도 자세가 무너지거나 하는 문제가 없이 허리를 탄탄히 받쳐줬다. 포포시네마는 '그로서리 스토어'의 컨셉으로 작은 관이 스위트관, 큰 관이 프레시관으로 알록달록한 색감이 특징이다. 이에 밀크북에서 썼던 캐릭터 빈백보다는 원색을 지닌 키즈용 빈백을 찾아보고자 했다.
https://brunch.co.kr/@f007613562b4465/3
먼저 코펀 한국국제가구 및 인테리어산업대전을 참관해 보았다. 원하는 키즈 빈백은 없었지만 다양한 리클라이너 좌석과 소파 종류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DondeNN Design의 조약돌 소파가 인상적이었다. 푹신하고 모양도 독특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 보였다. 또 중국의 DOLBYMASTER라는 업체가 눈에 띄었는데, 소파에 블루투스 스피커가 내장된 것이 특징이었다. 가격도 저렴하여 카탈로그를 따로 요청했다. DOLBY 회사와는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점과 중국 회사라는 점에서 약간의 찜찜함(?)은 남았다.
다음으로는 일룸의 아코소파를 살펴봤다. 좌석 형태와 색상, 귀여움까지 완벽했다. 팀원들도 아기자기한 모습과 핑크퐁 캐릭터까지 있는 점을 좋아했다. 실제 크기를 확인하고자 재고가 남아있는 가까운 매장을 찾아 방문했다. 결과는... 너무 작았다. 거의 만 1~2세용 정도로 보여 아쉽게도 포포시네마의 좌석으로는 쓸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보니타 빈백을 살펴봤다. 색상도 다양하고 제품설명에 나와 있는 크기도 적당했다. 이에 종류별로 샘플을 구매해 밀크북 바이 모노플렉스에서 키즈 대상 테스트를 진행했다.
밀크북 바이 모노플렉스를 방문해 주신 고객님들께 무료 관람을 제공하고 자녀들(만 3세~7세)을 앉혀 줄자로 앉은키를 체크했다. 수치를 모노플렉스 팀의 영화관 설계 담당자님께 전달했다. 결과는 합격. 모노플렉스 팀원들도 포포시네마의 다양한 색감에 맞게 배치할 수 있는 새로운 빈백을 찾아 만족해했다.
수월하게 좋은 좌석을 선정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포포시네마의 첫 삽을 성공적으로 뜬 느낌이다.
모노플렉스 및 영화관 사업/인허가 관련 문의
E-Mail lbm@monople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