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얼된 키즈 영화관, 고객의 반응은?
캐릭터 빈백을 먼저 교체하고, 키즈 텐트, 동물 쿠션, 헌팅트로피, 미러볼, 포토존용 풍선과 다락방에 놓을 자석칠판, 자석놀이 교구, 매트, 종이블록까지 여러 날에 걸쳐 인테리어 변경을 진행했다.
Before&After로 보니 소요된 비용에 비해 분위기가 훨씬 자유롭고 아기자기해진 느낌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테스트 겸 밀크북 고객들에게 무료로 극장 체험을 안내했다.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자녀분들 이용하는 모습 촬영해 홍보용으로 사용해도 될지 문의드렸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어린이 친구들의 캐릭터 빈백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좋았다.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리뉴얼 직전인 20년 12월에는 대구에서 신천지 문제로 코로나 확진자수가 1,000명 대로 증가하면서 월관객수가 42명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인테리어 변경 완료 시점이 1월 말이었는데, 이때부터 관객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방문한 고객들이 놀라워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온라인에 후기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인테리어는 변경했지만 아직 리뉴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극장에서 뛰어노는 것 외의 콘텐츠가 필요했다. 키즈 인플루언서의 컨설팅으로 아이디어를 얻었던 '야광 댄스 타임' 도입을 위해 캐릭터 디자인과 영상 제작을 할 차례였다.
먼저 귀여운 캐릭터가 필요했다. 옥토넛, 콩순이 등 기존에 존재하는 인지도 있는 캐릭터를 고민했으나, 아직 우리 브랜드 규모에 접목시키기에는 로열티가 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뭔가 좋은 수가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번에 교체한 캐릭터 빈백이 눈에 들어왔다. 아기자기한 빈백에 려진 버스와 공룡을 보고, 이것을 캐릭터화시켜보기로 했다. 이름은 '모노'와 '렉스'로 명명했다. 렉스는 플렉스로 할까 고민했으나, 공룡 빈백과의 연결, 2글자 맞춤 등의 사유로 렉스로 최종 결정했다.
크몽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자를 검색하고, 그중 압도적인 만족도 후기를 보유하신 '물고기센터'님께 의뢰를 했다. 아래 콘티를 보면 느껴지겠지만, 콩떡 같이 말씀드린 것은 찰떡으로 받아주셔서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보내주셨다. 이때의 인연으로 지금도 영상 제작할 일이 있으면 항상 물고기센터님께 의뢰를 드리고 있다.
이렇게 밀크북 바이 모노플렉스의 리뉴얼이 완료되었다. 리뉴얼 완료와 함께 가격 체계를 변경하기로 했다. CGV에 있을 때 가장 의문이었던 점이 바로 키즈용 애니메이션의 가격이 일반 영화와 동일하다는 점이었다. 성인도 볼 만한 <극장판 포켓몬스터>나 <보스 베이비>, <겨울왕국> 같은 애니메이션은 이해가 되지만, <극장판 옥토넛 시리즈>, <공룡시대>와 같은 정말 아동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성인 가격이 12,000원~13,000원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가격이라고 늘 생각했다.
우리 극장이 키즈 전용 극장인 만큼, 키즈 위주의 가격체계를 가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본부장님과 며칠에 걸쳐 끝장 토론을 진행했다.
키즈 패밀리에게 가격은 가장 예민한 부분인데, 키즈 가격을 올려도 될까?
해봐야 아는 것이지만, 필자는 자신이 있었다.
첫째, 그동안 관객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기존의 가격에 대한 인지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어차피 오는 고객들은 새로 오는 고객이기에 이 가격이 기준점이 될 것이다.
둘째, 사실상 최초의 키즈 전용 영화관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CGV나 메가박스의 키즈시네마는 사실상 일반 영화관을 아주 약간 변형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관은 정말 키즈만을 위한 맞춤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기에, 유일무이한 키즈 전용 영화관으로서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셋째, 성인 가격을 현저히 낮추었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반 영화관에서 키즈 애니메이션을 보면 성인이 12,000원~13,000원을 내야 했는데, 보호자로서 7,000원만 내면 되는 영화관이라는 점은 기존 영화관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넷째, 영화 시작 전 30분의 놀이시간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순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놀이시간도 있기에 일반 영화관 대비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다섯째, 야광 댄스 타임의 도입이다. 30분의 놀이시간의 마지막 10분에 야광댄스타임이 포함되어 있는데, 야광제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끝장 토론 결과 성인과 키즈 가격을 역전시키기로 했다. 기존의 키즈 5,000원, 성인 주중 8,000원, 주말 10,000원에서 키즈 10,000원, 성인 7,000원으로 변경했다. 이는 기존의 영화관 업계에서는 없었던 최초의 시도로, 배급사들이 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었다. 기존에 계약을 맺은 배급사에 조심스레 말씀드린 결과, 큰 문제없이 합의가 되었다. 오히려 키즈 애니메이션이 주력인 배급사에게 환영받는 조치였다. 큰 시름을 덜고 21년 3월 21(수)에 가격을 변경했다. 리뉴얼 첫 주차 테스트를 위해 키즈/성인 일괄 7,000원 이벤트를 진행했다. 고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고 수정을 진행하고자 했다.
결과는 대성공. 고객 반응이 매우 좋았고, 인스타그램에 후기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실적이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대망의 5월 5일 어린이날,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전 회차가 매진되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월관객이 100명도 안되던 곳에서 회차 매진이라니...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간의 노력에 의미가 있음을 느꼈다.
이후에도 고객 반응을 보며 크고 작은 수정을 거쳐 키즈 전용 영화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21년에 비해 22년 월평균 관객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 네이버나 인스타그램에서 밀크북 바이 모노플렉스를 검색하면 후기가 넘치게 되었다. 비록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와 같은 멀티플렉스에 비할 관객수는 아니지만, 새로운 영화관 모델을 만들어가는 우리 모노플렉스 브랜드에 있어 밀크북 바이 모노플렉스는 이 모델이 시장에서 성립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최초의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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