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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관매니저 Feb 28. 2023

바다 위 영화관을 만들다 ①

불가능에 도전하다

22년 3월 경, 회사의 영업팀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 광안리 바다 위에 영화관을 만드려 하는데 가능하겠냐는 내용이었다. 


수상 영화관! 핀터레스트에서 새로운 영화관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검색했을 때나 보던 것이었지, 실제로 구현을 시도하는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좌) Soneva Jani, (우) Alamo Drafthouse Rolling Roadshow / 출처: https://www.venuereport.com


의뢰자는 광안리 바다에서 빠지, 제트보드, 수상스키, 패들보드, 유람선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 활동을 운영하는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였다. 지난 22년 2월,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업 공모에서  '바다 위 극장' 아이디어를 제출해 선정되었고, 이를 실제로 구현할 파트너를 찾던 중 우리 회사에까지 연락이 닿게 된 것이었다.

※관련기사: 한국관광공사 선정 부산 산·학·관 협력 관광프로젝트는 ‘바다 위 극장’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동네방네 비프'로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바다 위 영화관 / 출처: 연합뉴스 가을밤 패들보드 위에서 영화를…부산국제영화제 새로운 시도 2021.10.13


이미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에서는 위 사진에서 보듯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바다 위 영화관' 이벤트를 진행해 본 이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회성 이벤트와는 다르게, 상시 운영하는 영화관을 설치/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야외 영화관에 바다 위라는 환경적 제약에 따라 심사숙고가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


첫째, 개봉작 수급이 불가하다. 관객 입장을 관리할 수 있는 실내 영화관과는 다르게 바다 위에 스크린이 노출되어 있다 보니 불특정 다수가 영화를 볼 수 있어 배급사에서 개봉작 공급을 아예 해주지 않는다.

둘째, 기개봉작 수급 비용이 비싸다. 이벤트로 야외극장에서 상영을 진행할 시 이미 지난 작품을 돈을 주고 사 와서 틀게 되는데, 이때 1번 상영당 얼마를 주겠다는 '단매'라는 방식으로 콘텐츠 계약을 맺게 된다. 영화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흥행했던 작품의 경우 회차당 최대 300만 원을 부르기도 한다.

셋째, 날씨에 따라 상영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자동차극장의 경우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영 자체는 가능한데, 이곳은 바다 위다 보니 비가 오거나 풍랑이 있을 시에는 안전 문제로 인해 상영이 불가능하다.


위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꼭 한 번 시도해보고 싶었던 컨셉의 영화관이었기에 회사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모노플렉스의 브랜드 가치에 꼭 필요한 영화관이며, 바다 위에도 영화관을 만들었는데 어디는 못 만들겠냐는 상징이 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어려운 과정 속에 결국 계약 도장을 찍었고,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곳이 영화관이 될 수 있을까?


22년 4월 7일, 본부장님과 마침 새로 입사한 디자이너, 마케터와 함께 첫 현장 답사를 갔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아직 빠지가 개장을 안 해 휑한 공터를 보며 스크린과 프로젝터 설치 위치를 생각해 보았다.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 대표님과 미팅해 서로의 구상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처음 의도한 바와 가장 차이가 났던 부분은 스크린의 위치였다. 우리는 당연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했던 것처럼 벽에 고정시켜 설치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바로 앞 아파트 주민이 바다 조망을 가린다며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벽에 설치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스크린을 바다에 띄워야 한다. 생각도 못한 난제의 등장에 어안이 벙벙했다. 스크린을 바다에 띄운다는 것은 영사기도 바다에 띄워야 한다는 뜻이고, 그 뜻인즉슨 스크린과 영사기가 동시에 흔들린다는 것이다. 

"대표님 이건 안됩니다 무조건 고정시켜야 합니다. 영화 보다가 토할 수도 있어요."

심각한 우리의 말에 서로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고 1차 미팅을 마쳤다.


스크린과 영사기 위치가 너무 어려워졌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야외에 스크린을 설치하면 개봉작을 수급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자동차극장처럼 입장객 제어가 가능한 경우에는 개봉작 수급이 가능해지는데, 자동차극장을 제외하고 야외 시네마로 개봉작을 수급받는 경우는 강원도 양양의 쏠비치 호텔이 운영하는 '선셋 시네마'가 유일하다. 지난 21년에 처음 개장한 이 영화관은, ① 호텔 이용객만이 입장할 수 있는 해변에 위치해 있고, ② 호텔 창문으로 볼 수 없게 가려져 있어 입장객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바다 위 영화관은 사방이 뚫려 있어 배급사와 협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다. 우선 최대한 노출이 덜 되는 방향으로 스크린 위치를 잡고,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배급사를 설득하기로 계획을 짰다.


강원도 양양 쏠비치 호텔에 있는 '선셋 시네마', 야외 시네마이지만 일부 개봉작을 상영한다 / 출처: 쏠비치 양양 홈페이지




※다음 이야기: 바다 위 영화관을 만들다 ② 광안리 SEA네마 오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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