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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관매니저 Mar 01. 2023

바다 위 영화관을 만들다 ②

광안리 SEA네마를 오픈하다

22년 5월,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에서 주문한 에어스크린이 도착해 설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아갔다. 휑하던 빠지에 놀이기구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으니 아주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에어스크린과 놀이기구가 설치된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 빠지


가장 문제가 되는 스크린과 영사기 고정 문제는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H빔을 바다에 박아서 고정시키기에는 태풍으로 인한 파손이 우려됐고, 대안으로 제시된 대형 스테빌라이저 제작은 엄청난 견적에 가로막혀 채택되지 못했다. 결국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 측에서 끈으로 단단히 고정시키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이 바다 위 영화관의 이름은 '광안리 SEA네마'로 정해졌다.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 대표님의 아이디어였는데, 고객이 이 영화관의 위치와 특별함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작명이라고 생각했다. 대표님과 상품 구성, 예매 방식, 콘텐츠 수급, 운영 방식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논의를 진행 후 서울로 돌아와 영화관 인허가를 시작했다. 


영화관은 인허가 방식에 따라 상설 영화관과 비상설 영화관으로 나뉜다. 상설 영화관은 365일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으로 소방, 전기안전, 건축 용도 외 다양한 법령 기준을 충족해야 허가가 나는 영화관이다. 비상설 영화관은 일종의 이벤트 영화관으로, 법령 기준이 없는 대신 연간 120일만 상영이 가능하다.


광안리 SEA네마는 야외 시네마로 비상설 상영관만 가능했기에, 아래와 같이 영화관 신고 절차를 진행했다.

① 구청에 영화상영업 신고

② 전송 사업자 선정

③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가입

④ 부과금관리시스템 가입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등록된 '광안리 SEA네마'


이제 가장 어려운 부분인 콘텐츠 수급이 남아있었다. 배급사에 광안리 SEA네마의 오픈을 알리고, 개봉작 수급을 요청했다. 물론 야외 영화관이기에 불가능한 일인 것은 알고 있었다. <탑건: 매버릭>, <마녀 2>, <브로커>, <쥬라기 월드 3> 등 여름을 노린 대작들이 개봉했지만 광안리 SEA네마에서는 상영할 수 없었다.


전략을 변경하여 광안리 SEA네마와 맞는 컨셉의 영화를 리스트업 했다. 여름, 바다, 밤, 즐거움, 연인, 해양레포츠 등 키워드를 대입해 보았다. 만들어진 리스트를 놓고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 측과 논의한 결과 <라라랜드>, <비긴어게인>, <너의 결혼식>의 세 작품이 광안리 SEA네마의 첫 상영작이 되었다. <라라랜드>, <비긴어게인>의 배급사인 판씨네마와 <너의 결혼식> 제작사인 필름케이와 단매방식(상영 1회당 고정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협의하여 콘텐츠 수급을 성사시켰다.


수급한 작품의 사전 상영 테스트를 위해 광안리를 다시 방문했다. 바람이 거의 없어 상영을 하기 아주 좋은 날이었다. 마침내 영사기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스크린에 닿았다. 적당한 어두움, 상점의 네온사인, 아파트의 불빛, 바다의 잔잔한 물결, 비릿한 바다 내음까지 정말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외국에서나 볼 법한 분위기가 광안리 바다에 펼쳐졌다


아무리 잔잔한 바다라도 약간씩 화면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훌륭한 분위기였다. 과연 관객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했다.


마침내 광안리 SEA네마 패키지 예매가 오픈되었다. LED 패들보드 1시간 체험 + 영화 관람 + 펍 생맥주 1잔에 요일에 따라 35,000원~45,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구성이었다. 이외에도 요트 탑승, 제트 스키 체험 등 해양레포츠센터 다운 패키지가 옵션으로 제공됐다.

22년 6월 17일, 대망의 첫 상영날이 다가왔다. 홍보 시작과 첫 상영의 텀이 짧아 관객은 원하는 숫자만큼은 아니었지만, 시작하는 데에 의의를 두었다. 아름다운 상영이었다.


광안리 SEA네마의 첫 시작. 아름다운 상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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