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을 거두다
오픈 주말 상영은 객석률 43%의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다음주 예매가 기대되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날씨 문제가 불거졌다. 풍랑이 강해 상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어 결국 상영을 취소했다. 당장의 상영 취소도 아쉬웠지만, 여름 동안 과연 얼마나 상영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부분이 가장 걱정되었다.
다행히 7월에는 큰 문제 없이 모든 주말에 정상적으로 상영을 할 수 있었다. 관객수는 들쭉날쭉 했지만, <라라랜드>의 경우 객석률이 최고 93%에 이르는 등 훌륭한 실적을 보여줬다.
하지만 좋은 실적과는 다르게 현장에서는 고객의 반응이 다르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① 이미 본 영화를 상영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높다.
② 개봉작은 안 트냐는 문의가 많다.
③ 관객들이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고 퇴장한다.
위의 3가지 피드백을 현장으로부터 접수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이것은 받아들여야하는 피드백일까? 물론 서비스를 구매자인 고객에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고객의 반응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자칫하면 상품의 컨셉과 기획 의도를 무너뜨려 상품의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결국 판매가 저하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광안리 SEA네마는 일반적인 영화관처럼 편안한 좌석과 큰 화면, 좋은 사운드 시스템을 구비하고 최신 영화 상영을 하고자 만든 곳이 아니다. 이벤트 성이 강하고, 바다 위에서 영화를 본다는 특별한 경험을 판매하는 곳이다. 또한 현실적인 문제로 스크린과 영사기를 고정하지 못했기에 상영 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광안리 SEA네마의 타겟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하고자 하는 고객들이기 때문에 대다수가 부산에 놀러온 외지인이고, 부산 주민이어도 결국은 1회성 고객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대형 개봉작을 받아올 수 없다면, 가장 컨셉에 맞는 영화를 틀어야 하고, 또한 컨셉을 맞춘 영화를 상영해 실적이 괜찮았다면 현 운영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 측에서는 순위가 떨어지는 작품이라도 괜찮으니 개봉작을 수급해달라며 개봉작 상영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필자 역시 광안리 SEA네마의 컨셉과 맞지 않고, 순위가 떨어지는 개봉작을 상영했을 때에도 상품이 매력적으로 보일 지 궁금한 부분이었기에 그렇게 진행해보기로 합의했다.
광안리 SEA네마의 첫 극장 동시 개봉작으로 씨네필운 배급사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를 수급했다. 22년 7월 13일에 개봉했으며, 장혁 배우가 주인공인 청소년관람불가 액션 영화였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의 배급사인 씨네필운 대표님이 모노플렉스의 사업 방향에 대해서 공감해주셨기에 가능했던 수급이었다.
5회의 상영 동안 객석률 30%의 실적을 보였다. 이전 총 객석률이 43%이었던 것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이후 <뒤틀린 집>, <파로호>, <리볼버> 등 중소형 배급사의 개봉작을 수급하여 상영을 진행했으나, 객석률은 20%로 더 떨어졌다. <비긴어게인>, <라라랜드>도 같은 기간에 총 3회차를 상영해 45%의 객석률을 거둔 것과 비교해본다면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성적을 거둔 것이 맞았다.
8월 23일 <육사오(6/45)>가 개봉했다. 중소형 배급사의 코미디 장르 영화에 유명한 배우가 거의 없었음에도, 웰메이드 코미디로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떨리는 심정으로 배급사인 홈초이스에 광안리 SEA네마 개봉 요청을 했고, 9월 첫주부터 상영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광안리 SEA네마 오픈 이래 가장 흥행작을 수급했기에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 대표님과 나를 비롯한 모노플렉스 팀원들도 기대가 컸다.
하지만 9월이 되자 바다 날씨가 급변했다. 태풍 힌남노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9월 내내 상영이 불가능했다. 기껏 가장 핫한 영화를 수급했는데, 한 달 동안 상영을 못했다. 아쉬운대로 10월에 상영을 진행했으나, 영화는 보통 개봉주 포함 3주 내에 관객이 대부분 관람하기에 이미 흥행이 끝난 시점이었다. 결국 저조한 실적을 거뒀고, 날씨가 추워져 올해의 광안리 SEA네마 상영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22년 광안리 SEA네마 오픈과 운영 과정을 돌아보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국내 최초의 바다 위 영화관을 만들었고, 야외에 바다 위라는 환경적인 어려움과 시설 적인 아쉬움, 날씨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불러모았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아쉬움을 잘 추려서 보완해 2023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4월에 다시 오픈 할 예정이다. 혹 독자분들 중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을 놀러가는 분들은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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