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님의 생일을 맞아 특별한 경험을 할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고민 중 LP바가 떠올랐습니다. 저도 여자친구도 가본 적이 없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니 LP바가 그렇게 많지 않더군요. 평범한 날의 데이트였다면 고민 없이 갔을 텐데, 생일을 맞아 가기에는 분위기가 안 맞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음악감상실 모어댄레귤러(MTR)를 우연히 찾게 되었습니다. 리뷰가 그렇게 많지 않은 걸 보니 생긴 지 얼마 안 된 느낌이었습니다. 리뷰 사진으로 보니 아담한 공간에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리뷰가 하나같이 너무도 힐링되는 공간이었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가격도 1인 1시간에 1만 원밖에 하지 않아 놀랐습니다. 네이버 예약 시 1인당 신청곡을 2개씩 적는 칸이 있어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콜드플레이와 포스트말론의 노래를 각각 2곡 씩 신청해 놨습니다.
18시 55분쯤에 도착하니 앞 타임에 한 분이 클래식 음악을 듣고 계셨습니다. 앞 타임이 끝나기 전에는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데요. 슬리퍼로 갈아 신고 19시 정시가 되니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처음 딱 들어섰을 때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장님의 취향이 곳곳에 느껴졌습니다. 특히 조명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좌석은 맨 앞 1석, 앞 4석, 뒤 4석 총 9석이 있었는데 맨 앞자리는 신청곡이 나올 때 나가서 듣는 자리입니다. 가장 사운드를 잘 들을 수 있는 자리라고 하네요.
신청곡은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종이에 기재해 사장님께 전달해 드리면 됩니다. LP가 있는 경우 LP로, LP가 없는 경우에는 아이패드로 신청곡을 틀어주십니다. 19시 타임은 저와 여자친구만 예약이 되어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네이버 예약 시 예약한 4곡 외에 10곡 정도를 추가로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에 심취해 즐기다 보니 영상을 많이 안 찍은 게 아쉬웠습니다. 아래 영상은 Maroon5의 Sugar를 LP로 틀은 짧은 영상입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소리를 제대로 담을 순 없지만 느낌을 한 번 보실 순 있을 겁니다. 사운드에 조예가 있진 않기에 잘은 몰랐어도 집이나 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던 건 확실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스피커는 탄노이 SGM 15가 메인 스피커이고 위에 별도로 슈퍼 트위터가 달린 형태라고 합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하나에 2,000만 원이나 하는 스피커네요. 파워앰프는 매킨토시 MC452로 인터넷에서 1,300만 원으로 나오네요. 프리앰프는 매킨토시 C50으로 930만 원, 턴테이블은 쿠즈마, 디지털 소스 플레이어는 에버 솔로 A8입니다. 전체적인 스피커 시스템이 최소 7,000만 원 이상 들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냉장고에는 탄산수와 병맥주들, 무알콜 맥주가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간단한 스낵류도 파시면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음악감상실이다 보니 분위기와 맞지 않아 판매를 하지 않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매출 위해서는 그래도 스낵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장실이 내부에 있는 것도 독특했는데요. 음악을 감상하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에 나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하셨던 것인지, 아니면 건물에 화장실이 따로 없어서 내부에 구성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편리했습니다.
1시간 동안의 행복한 감상이었습니다. 금액도 1인당 1만 원이라니 너무 저렴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장님과 잠깐 얘기를 나눠보니 오픈한 지는 4개월 되셨고 사운드에 미친 두 분이 만드신 공간이라고 합니다. 재방문 의사는 당연히 있고 앞으로 자주 오지 않을까 싶네요. 이 글을 보시는 이웃 분들도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