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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쳉헤르 온천

자연과 가장 친화적인 나라, 몽골

by 밍요

여행 첫날 숙소로 khangai resort의 리조트 숙소에서 묵게 되었다.

숙소 입구에는 제비가 집을 지어놔서 제비 새끼들이 밥 달라며 삐약삐약 거리고 있었다.

제비 둥지 아래에는 배설물로 인해 수건을 깔아놓았고, 제비들은 왔다 갔다 거리며 새끼를 돌보았다.

청소하는 게 힘들 텐데, 제비를 내쫓지도 않는구나..

숙소에서 함께 살고 있는 제비들



여행을 하면서 몽골에 대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몽골은 어느 나라보다도 자연 친화적이며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이다.


유목민이 동물들을 기르며, 풀과 물을 찾아 돌아다니며, 삶을 이어나가는 방식. 자연을 인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인간의 삶의 방식을 맞춰 살아가는 유목민들.


자연에서 나오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들을 이용해서 게르를 짓고,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며 이동하는 방식.

그 어느 때보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지구에서, 자연을 보존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생활 방식.


살아있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만, 죽음 또한 자연의 일부로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생명과 죽음, 자연과 인간이 이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

살아 움직이는 생명도 당연하지만, 삶이 다하고 죽은 후 뼈로 남겨지는 것들도 당연한 자연의 순리라는 듯이 치워지지 않은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널부러진 야크의 뼈




온천물에는 파리나 이물질이 둥둥 떠다니기도 하는데, 더럽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인위적이지 않아 더 좋았다.


8월인데도 날씨가 쌀쌀해서, 물에서 김이 펄펄 난다.

물에서 나오면 꽤 추워서 물 밖으로 나갈 때는 비치타월로 꽁꽁 싸매고 나가야 한다.

총 네 개의 온천이 있고, 물의 온도나 양이 조금씩 다르다. 제일 따뜻한 온천물에 사람들이 모인다.

여유로운 쳉헤르 온천

하룻밤 자고 나니 온몸이 건조했었는데, 유황물로 목욕을 하고 나니 피부가 부들부들해졌다.

자주 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유황물이 가끔 사용하면 좋지만, 너무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안 좋다고 한다.

유황성분이 있어서 그런지 손이 미끌미끌하고 비눗물을 씻어도 뭔가 안 씻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변에 불빛이 거의 없는 캠프라, 별을 보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더라도 이렇게까지 어둡고, 또 이렇게 넓은 공터를 찾기란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원 없이 별을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남편과 함께 돗자리를 들고, 별을 보기 좋은 구석진 곳으로 걸어갔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졌다.

문득, 오후에 가이드가 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최근에 이 마을 근처에서 늑대 소리가 들렸대요. 요즘 러시아 쪽에서 먹을 게 없어서 늑대들이 내려오나 봐요. 그래도 캠프 근처는 항상 사람이 많으니까 늑대가 오진 않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개 짖는 소리, 소가 우는 소리에도 심장이 두근댔다.

‘혹시 진짜 늑대 때문에 짖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어둠 속에서 말발굽 소리까지 들려왔다.

누워서 별을 보려고 어두운 곳을 찾아갔지만, 무서워서 돗자리를 펼 수가 없었다.

결국 앉지도 못한 채로 두려움 속에서 별을 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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