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러큐스 유학기.1996)
7월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1776년에 독립한 미국은 1800년에 수도를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으로 옮겼다. 독립기념일 행사는 워싱턴의 몰 (Mall) 지역에서 벌어졌다.
집주인 부부는 함께 워싱턴 시내에 가서 축제를 구경하자고 제의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SBS의 K기자, 조선일보의 K기자등 연수생 몇 명과 함께 돌아다녔다. 스미소니언 박물관 앞에 임시로 가설한 야외음악당에서는 4인 밴드가 재즈를 연주했고, 청중들 중에서는 흥에겨워 무대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이얼린을 켜는 악단의 리더는 제법 나이가 든 사람이었다. 한 50세쯤 됐을까. 자신의 음악에 도취돼 가끔 눈을 감고 연주를 했다. 그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음악이 좋아서 평생 음악만 한 사람 같았다.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평생을 산다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행진이 시작됐다. 미국내에 있는 각 소수민족 그룹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행진을 한 뒤, 어린이 영화배우, 미스 아메리카등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스타들이 크라이슬러의 스포츠카를 타고 차례로 지나갔다. 그 스타들은 모두 백인이었으나, 슬프게도 운전수들은 모두 흑인이었다. 누구의 축제인가.
백인들의 축제였다. 흑인이나 동양계 미국인들은 모두 백인들의 들러리였을 뿐이다.
아메리칸대학의 게리 위버 (Gary Weaver) 라는 국제관계학 교수는 연수생들을 위한 IIE 초청 강연에서 “앵글로 색슨계통의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미국의 상류계층을 형성한다고 믿고 있으며, 사실상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아니면 미국사회에서 크게 출세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 말은 연수기간동안 내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인 제약이 앞으로도 한참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것도 자명했다.
위버교수는 그러나, 특이한 현상중의 하나는 미국사회에서 동양계 미국인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인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특징은 교육수준이 높고, 소득수준이 빨리 증가하는 것”이라면서 은근히 추켜세웠다.
그러나, 미국사회는 여전히 총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백인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소수민족들은 그 속에서 기를 못펴고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