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

시러큐스 유학기 1996

by 비마

미국정부는 한국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이 돼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부, 세계를 이끄는 정부로 인식이 돼 있을까, 아니면 한국같은 약자를 윽박질러서 자기 나라의 이익을 챙기려는 정부로 인식이 돼 있을까. 그러나, 미국정부는 비교적 부패하지 않은 정부, 합리적인 인물들이 이끄는 정부인 것으로 대부분 인식이 돼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미국정부가 자기나라 국민에게 핵물질 관련 생체실험을 했다면, 믿어지는 일일까. 다음은 씨라큐즈 지역신문에 실린 에이피 (AP)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1945년과 46년, 2년에 걸쳐서 미국정부는 맨하탄 계획 (Manhattan Project)이라는 이름으로 뉴욕주의 로체스터 (Rochester)시에 있는 스트롱 메모리얼 병원 (Strong Memorial Hospital)에서 48명의 시민에게 플루토늄, 우라늄, 폴로늄, 라듐, 소듐, 또는 방사성 납을 주사했다. 물론, 시민들은 자신이 무슨 주사를 맞는 지 몰랐다.


1996년12월, 미국의 에너지 장관인 헤이젤 오리어리 (Hazel O'Leary)는 맨하탄 계획 피실험자들중 마지막 생존자인 메리 쟌 코넬 (Mary Jean Connell)이라는 74세의 할머니를 로체스터의 한 호텔에서 만나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 자리에는 다른 희생자 11명의 가족들도 와 있었다.


코넬 할머니는 우라늄 234와 235를 584 마이크로그램 (microgram)이나 주사로 맞았는데, 그 양은 현재 인체주사 허용치의 5,000배나 되는 것이었다. 그뒤로 그녀는 평생 요도감염, 신장통, 고혈압 등에 시달려야 했다.


이 사실은 미국정부의 비밀문서 공개계획에 따라 밝혀진 것인데, 이미 사망한 또 다른 희생자인 에드나 바돌프 (Edna Bartholf)라는 사람의 조카는 미국정부를 상대로 6천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다른 사례는 우리나라의 이문옥 감사관을 생각나게 하는 것.


국무성의 한 관리인 리챠드 누치오 (Richard Nuccio)는 미국 중앙정보부 (CIA)가 과테말라에서 행한 비행을 한 국회의원에게 알려줌으로써 정부로부터 “복수”를 당해야 했다. 다음은 “워싱턴의 복수”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즈 96년11월11일자 사설을 요약한 것.


“95년에 누치오는 미국 중앙정보부가 과테말라에서 90년대 초반에 있었던 두건의 살인사건에 연관돼있을 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당시 하원의원인 로버트 토리첼리에게 전달했다. 그 두건의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은 미국인 여관주인인 마이클 드 바인과 과테말라의 게릴라인 에프레인 바마카였다.


토리첼리의원은 누치오로 부터 들은 정보를 공개하면서 훌리오 로베르토 알피레즈라는 콰테말라의 대령이 중앙정보부로부터 돈을 받고 있었으며, 알피레즈가 미국인인 드 바인의 살인사건에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지 H.W.부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이끌던 미국 행정부가 그 살인사건 때문에 과테말라에 대한 군사원조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뒤에도 중앙정보부는 오랫동안 과테말라 군부에 비밀리에 재정지원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중앙정보부는 그 두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정보도 계속 숨겨왔었다.


토리첼리의원의 정보 공개후 중앙정보부는 관련 직원을 징계했고, 미국정부는 중앙정보부의 과테말라 군부 지원 행위에 대해 개탄스러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누치오가 이에 대한 정보를 토리첼리의원에게 전달한 것이 알려지자, 국무성은 법적, 관료적인 앙갚음을 누치오에게 줬고, 법무성은 누치오의 행위가 위법행위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또 중앙정보부는 누치오의 비밀취급인가를 해제하려고 시도했다.”


지난 90년 재벌 비리와 정부 부처의 비리를 언론에 고발한 이문옥 감사관은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그것이 이 감사관에 대한 정부의 보복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긴, 누구든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 밝혀지면,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기 보다는 그 사람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이 정부의 공적인 일에 관한 것이라면, 정부는 그에대해 반성이나 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잘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는 미국정부도 한국정부보다 별로 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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