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현재와 미래

시러큐스대 유학기 1996

by 비마

미국에는 1,500여개의 크고 작은 일간신문들이 발행되고 있다. 그중에서 전국 규모의 신문이라고는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 (The Wall Street Journal), 유에스에이 투데이 (USA Today)등 3개 정도. 전국규모의 신문사만 10개가 넘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미국신문은 거의 대부분이 지역신문들이다. 워싱턴 포스트가 그렇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Los Angeles Times)가 그렇고, 시카고 트리뷴 (Chicago Tribune)이 그렇다. 그리고, 씨라큐즈에는 포스트 스탠다드 (The Post-Standard)가 있다.


씨라큐즈의 신문을 보자.


해럴드 컴퍼니 (The Herald Company)라는 회사가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데, 경쟁자가 없다. 완전히 독점이다. 이 회사는 조간신문 포스트 스탠다드, 석간 헤럴드 저널 (The Herald-Journal), 일요판 헤럴드 아메리칸 (The Herald-American)등 3개의 신문을 발행한다. 왜 같은 이름으로 조석간과 일요판을 발행하지 않을까.


조석간 문제는 간단하다. 같은 이름으로 조석간을 발행하면 어느 것이 조간이고 어느 것이 석간인지 구별이 안된다. 따라서 신문판매대에서 신문을 사는 사람들은 한참을 살펴봐야 한다. 그러니, 차라리 이름을 다르게 붙이는 것이 간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일요판의 발행이다. 일요일에 발행되는 신문은 판매부수가 가장 많다. 조간인 포스트 스탠다드가 하루에 8만부, 석간인 헤럴드 저널이 7만부인데 비해 일요판인 헤럴드 아메리칸은 무려 22만부나 된다. 씨라큐즈의 인구가 50여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많은 발행부수이다. 신문사의 설명은 일요일에 사람들이 집에서 편하게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일요일 발행부수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배달도 체제가 다르다. 배달 전문 회사가 신문사와 계약을 한다. 그 회사는 배달만 해주고, 신문사로 부터 일정액의 돈을 받는다. 물론 그 배달 전문 회사는 신문을 배달하면서 각 업체로부터 광고 팜플렛들을 받아서 신문과 함께 배달해주고, 업체들로부터도 돈을 받는다. 평일 배달회사와 일요일 배달회사도 다르다. 일요일 신문과 평일 신문을 함께 구독한다면, 돈을 두 군데에 따로 내야한다. 씨라큐즈 지역에는 모두 250개 배달회사들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이들 3개의 신문들을 한데 묶어 씨라큐즈 신문들 (Syracuse Newspapers)이라고 부른다.


11월의 어느날 씨라큐즈 신문사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연수생 담당인 호텐슈타인 교수가 그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씨라큐즈신문사의 한 고위 간부는 이 신문사가 1829년에 설립됐으며, 1939년에 뉴하우스 (Newhouse)라는 유명한 언론 가문이 이 신문사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현재 직원은 550명. 워싱턴에 특파원 1명을 두고 있다. 3개의 신문이 같은 편집국에서 나온다.


이 신문의 편집국장은 한국의 기자들에게 “한국신문에는 정부의 제약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모욕적인 얘기로 운을 뗀 뒤, “그러나, 미국신문의 기본 개념은 감시견 (Watchdog), 즉 정부의 비판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신문사들은 개인기업에 불과하지만, 헌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고 말한 뒤, 최근에 씨라큐즈의 한 법원에서 재판 중에 판사가 기자에게 나가라고 명령, 씨라큐즈 신문사가 그 판사를 고소했는데, 마침내 신문사가 승소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해보라고 했다. 나는 "당신에 편집방침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해 잘 이해못하겠다는 듯 "그게 무슨 얘기냐"고 되물었다. 나도 질문이 너무 범위가 크고 추상적임을 깨달았다. 나는 다시 물었다. “이 신문에 미스 뉴욕주 (Miss New York)로 선발된 처녀가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나가기 전에 연습으로 춤추는 장면등 그녀의 사진이 1면에 두 번이나 크게 (일면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나오는 것을 봤다”면서 “ 왜 별 의미없는 칼라 사진을 그렇게 크게 게재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신문은 더 진지하냐”고 되물었다.


편집국장은 그에 대한 대답을 확실하게 하지 않았고, 할 말을 못찾는 듯 머뭇거리다가 그냥 나가버렸다. 그러자 그와 함께 들어와 있던 팀 애체프라는 간부(아마도 편집부국장인듯)가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의 설명은 사람들이 보기 좋도록 만들고 관심을 끌기위해 그런 편집방침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신문을 될 수 있는대로 많이 팔아보려고 1면을 화려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씨라큐즈 신문들의 1면은 사진이 기사보다 훨씬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한다. 한국에서는 스포츠신문들을 제외하고는 그런 편집방식을 본 적이 없었다.


이 신문의 특이한 사업중에는 뉴스라인 (NewsLine)이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독자들이 신문사에 전화를 건 뒤 특정한 네자리 숫자를 누르면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전화로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미국내에서만도 300여개의 신문사들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담당자인 스탠 린호스트 (Stan Linhorst)의 설명이었다. 그런 서비스를 전체적으로 말할 때에는 오디오텍스 (Audiotex)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뉴스라인의 정보들은 모두 4,906가지나 됐는데, 그중 2,285가지는 이 지역 초중등 학교 교사들의 정보였다. 교사들의 정보는 숙제 직통전화선 (Homework Hotline)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각 교사들이 신문사의 컴퓨터에 학생들에게 내주는 숙제의 내용을 녹음시켜 놓으면,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언제든지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숙제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이다. 각 교사는 자기만의 고유번호를 갖고 있다. 따라서 모두 2,285명의 교사들이 그 서비스를 이용해 학생이나 부모들과 교신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정보들중에는 에이피 (AP)에서 제공하는 세계뉴스 서비스와 신문사의 속보, 업체들의 상품선전, 지역사회 정보등이 있었다. 이 서비스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씨라큐즈 지역의 인구가 50여만명인데, 한달에 무려 50여만통의 전화가 뉴스라인에 온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뉴스라인 이용자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가는 추세였다.


신문사는 이 정보들의 앞에 광고를 붙임으로써 수입을 올렸는데, 그 수입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신문사는 뉴스라인을 이용하면, 속보경쟁에서 텔레비젼이나 라디오를 이길 수 있고 독자들에게는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때에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서비스의 큰 장점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독자들이 필요한 뉴스를 필요한 때에 제공받는 “뉴스 온 디맨드 (News On Demand)"의 개념이었다.


이 신문사는 물론, 인터넷에 온라인 신문 (Online Newspaper) 웹사이트 (Web site)도 개설했으나, 뉴스라인의 사용자가 온라인 신문 이용자보다 훨씬 더 많았다.


이 오디오텍스나 온라인 신문 등의 뉴미디어 (New Media)사업이나 1면 편집의 혁신등은 미국신문들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즉, 텔레비젼에 밀려서 주된 정보제공자의 역할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의기의식 때문에 이런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서 텔레비젼보다 더 위력적인 정보제공매체가 탄생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미국신문들에는 팽배해 있다.


미국신문들이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분야는 바로 인터넷 신문 또는 온라인 신문이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온라인 신문을 개설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해, 워싱턴 포스트, 유에스에이 투데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등 큰 신문들 뿐만 아니라 씨라큐즈신문 같은 지역신문들도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사업이 돈을 버느냐 하는 것. 한 학기동안 미국신문을 공부하면서 아직까지 온라인 신문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신문은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신문들이 너도 나도 할 것없이 웹사이트를 만들었지만, 그것으로 돈을 벌고 있지는 못하다. 광고비가 아직은 많지 않고, 독자들에게 유료서비스할 경우 아무도 그것을 보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내에서 판매부수, 수익, 권위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신문, 바로 월스트리트 저널이 96년 9월초 전자신문 유료서비스를 선언했다. 즉, 1년에 49달러 (41,000원 정도)를 내거나, 아니면 이미 월스트리트 저널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 (1년치 구독료 164불; 138,500원 정도)은 1년에 29달러(24,500원 정도)만 추가로 내면, 온라인 월스트리트 저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이 유료화가 성공할 것이냐가 미국 신문들 또는 언론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신문이 온라인 신문 유료화에 실패한다면, 아무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국의 언론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