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규제 책임을 부모에게 전가

시러큐스대 유학기 1997

by 비마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에서는 포르노 영화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포르노 비디오를 빌려주는 비디오대여점도 성업중이다. 그러나, 버젓한 영화관에서는 포르노를 볼 수가 없다. 작고 음침한 포르노 전문 영화관이 따로 있는 것이다.


버젓한 영화관들이 포르노 영화들을 상영하지 않으니, 영화업자들은 포르노 영화들로는 큰 수입을 올릴 수 없다. 대신 포르노 영화업자들은 작은 포르노 전문 상영관이나 비디오 제작으로 돈을 번다.


그러나, 포르노라는 등급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영화협회 (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라는 곳에서는 영화업자들이 만들어서 가지고 오는 영화들만을 심사한다. 영화업자들은 영화협회로부터 자기 영화들의 등급을 받아야할 의무는 없다. 등급을 받지 않고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영화 상영관들은 제한된다. 다시말해, 극장들 스스로가 판단해서 도가 지나친 영화들, 즉 포르노라고 볼 수 있는 영화들은 상영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영화협회는 1968년부터 영화등급심사제를 도입했는데, 처음에는 “G" "GP" "R" "X"등 4가지 등급만들 매겼다. "G"는 청소년이 보기에 별 문제가 없는 영화, “GP"는 약간의 섹스가 나오는 영화, “R"은 전면 누드까지도 나오는 영화이며 “X"는 "R"등급의 영화보다 섹스행위나 누드의 노출이 심한 영화들에 붙여졌다.


영화협회는 1984년 다시 “PG-13"이라는 등급을 추가했다. 이것은 13세 이하의 청소년이 이 영화를 볼 경우 부모가 동반해서 특별히 조언을 해야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등급심사제는 심한 폭력에는 관대하고 덜 위험한 섹스에는 엄격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영화협회는 1990년10월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헨리와 준”이라는 영화에 대해 “X"등급을 매김으로써 거센 비난을 받았다. "X"등급을 받으면, 영화상영관의 수가 제한된다. 그런 영화는 상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영화관이 많기 때문이다. 카우프만 감독은 이에 강력히 항의하고 등급심사위원들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영화협회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헨리와 준“이라는 영화에 대해 ”NC-17"이라는 새로운 등급을 적용했다. “X"등급은 없어졌다.


즉, 17세 이하의 청소년은 볼 수가 없다는 것인데, 사실상 “X"등급에서 명칭만 바뀐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협회가 “X"등급의 이름을 바꾼 이유는 포르노 영화업자들이 등급심사도 받지 않은 채 자신들이 직접 ”X" “XX" "XXX" 등의 등급들을 매겨서 비디오시장에 내놓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X"등급은 포르노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현재 “X"라는 등급이 들어간 영화들은 모두 포르노라고 볼 수가 있다.


이처럼, 등급심사의 목적은 청소년들을 지나친 섹스와 폭력이 담긴 영화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96년12월, 텔레비젼 업계는 이 등급심사제를 자기들도 실시키로 결정했다면서 잠정적인 등급심사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 텔레비젼 업계는 그때까지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대해 아무런 등급도 매기지 않았었다. 따라서 청소년을 위한 텔레비젼 운동 (Action for Children's Television)등 많은 시민단체들이 텔레비젼의 프로그램을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텔레비젼의 갑작스러운 등급심사제 도입도 정부로부터 더 심한 규제를 받기전에 스스로가 먼저 자율적으로 규제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텔레비젼 업계가 마련한 텔레비젼 등급심사 계획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TV-G", 모든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TV-Y", 7세 이하는 볼 수 없는 “TV-Y-7", 부모가 함께 봐야하는 ”TV-PG", 14세 이하의 청소년들은 볼 수 없는 “TV-14", 성인만이 볼 수 있는 ”TV-M"등으로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텔레비젼 프로그램 등급심사제에 대해서는 비난도 많다. 즉, 텔레비젼 프로그램의 폭력과 섹스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외면하고, 텔레비젼의 문제를 부모의 문제로 돌려버렸다는 것이다. 텔레비젼에서 아무리 폭력과 섹스를 방송해도,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그 프로그램들을 못보게 하면 그만 아니냐는 것이 이 등급제의 논리인 것이다.


미국내에서 텔레비젼의 영향에 대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씨라큐즈대학의 조지 콤스톡 (Geroge Comstock)교수는 이같은 텔레비젼 프로그램 등급제에 대해 “텔레비젼 방송사의 사회적인 책임을 부모에게 전가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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