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러큐스대 유학기 1997
씨라큐즈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입을 모아서 씨라큐즈의 겨울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씨라큐즈의 겨울은 무척 추워요.” “눈이 많이 와서 어떤 날은 학교에 가지도 못해요.” “한국보다 더 추워요.” “무지하게 추운 것 보다 조금 더 춥다고 보면 돼요.” “근처에 호수가 있어서 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도 많이 와요.”
나는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겨울이 싫다. 겨울에는 온몸이 추위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겨울이면 꼭 실내수영장에 다녔고 일부러 휴가를 내서 잘 못 타는 스키도 가끔씩 타러 다니곤 했다. 그래야 겨울을 제대로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씨라큐즈에서는 겨울에 할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스키를 타러 다니거나 비디오를 빌려서 방안에 쳐박혀 있는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씨라큐즈 주변에 있는 스키장은 모두 10군데 정도된다. 이 작은 지역에 있는 스키장들이 한국에 있는 스키장 숫자만큼 되고 슬로프도 더 많고 길다는 것. 골프장도 이 근처에 10여곳이나 되니까, 미국은 정말 자연의 축복을 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씨라큐즈의 겨울은 길다.
그 긴 겨울 동안에는 햇볕도 잘 나지 않는다. 날씨가 대체로 음울하다. 그래서 겨울에 어쩌다 햇볕을 보게되면 씨라큐즈 대학에는 팬티만 입고 캠퍼스를 뛰어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날씨 때문에 정신신경과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음울한 날씨 속에서 성격도 침울하게 변하는 것이다.
씨라큐즈대학의 텔레비젼과 3학년인 이재인이라는 한국인 여학생은 “이곳에서는 어머니날(5월11일)까지도 눈이 온다”면서 “겨울은 보통 11월부터 4월까지로 6개월 정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겨울에는 밖에 잘 나가지 않으니까 “공부하기도 좋고, 심심하면 비디오를 빌려서 본다”면서 “겨울에는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차를 닦을 필요가 없으니까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곳에 다니는 자동차들 3대중 1대는 차체 옆부분이 심하게 녹슬어 있다. 염화칼슘 때문이다. 씨라큐즈에서 시장선거를 할 때면 주요 이슈가 두가지라는 것이다. 하나는 눈 치우는 문제, 또하나는 공원 관리문제. 눈 치우는 차들은 앞에 불도저 처럼 눈치우는 장비를 달고, 뒤에는 염화칼슘을 뿌리는 깔대기처럼 생긴 장비를 달고 있다.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아침에 학교에 갈 때쯤 되면 길이 웬만큼 치워져 있다. 길 위에는 물론, 굵은 염화칼슘들이 널려있다. 눈이 온 뒤에 길이 말라도, 아스팔트가 염화칼슘 때문에 온통 하얗게 변해서 중앙의 노란 선이 잘 안 보일 정도다.
차량에는 녹슬지 않도록 언더코팅 (Under Coating)을 해야하고, 가죽옷에는 ‘가죽보호제 (Leather Protection)'를 칠해야 한다. 신발가게에서는 방수겸용 가죽보호제를 판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눈 치우는 차들이 두 대나 있다. 이 차들은 눈이 오면 새벽부터 온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눈을 치운다. 문제는 차 위에 쌓인 눈. 아침에 언 눈조각을 차에서 벗겨내는 것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 아예 아파트의 차고를 빌렸다. 한달에 52불 (42,000원 정도). 아파트의 관리사무실에 있는 캐롤린이라는 아줌마가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차고를 빌리면 정말 편리하다”면서 차고를 빌리라고 권했던 것. 그 덕분에 겨울에 차에 쌓인 눈 치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물론 시동을 미리 걸어놓을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날씨도 흐리고, 눈도 많이 오는 이유는 다름아닌 “호수효과”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