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효과 (Lake Effect)

시러큐스대 유학기 1997

by 비마

"호수효과"라는 말은 생전 처음 씨라큐즈에서 들었다. 대체 호수에 무슨 "효과"가 있다는 말인가.


씨라큐즈는 미국내에서 가장 눈이 많이 오는 도시이고, 네번째로 강수량이 많은 도시이다. 1992-93년 겨울에 200인치 (508센티미터)의 눈을 본 이 도시는 1994-95년에는 60인치 (152cm)로 잠시 눈에서 해방되는 듯 했으나, 95-96년 시즌에는 160인치 (406cm)만큼이나 눈이 쌓이는 것을 봐야 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적설량이 많은 것이 근처에 있는 5대호 중의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 때문일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만 해오던 이곳 사람들은 1990년에는 드디어 120만 달러 (10억원 정도)를 들여 “호수효과(lake effect)”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더 이상 폭설에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온타리오 호수는 씨라큐즈로부터 북서쪽으로 40마일 (64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씨라큐즈 쪽으로 부는 북서풍이 엄청난 양의 습기를 씨라큐즈 쪽으로 실어다주는 것이다. 찬 바람이 따뜻한 물 위를 지나면서 습기를 빨아들이고 그 습기는 얼어서 눈이 되거나 구름이 된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겨울에 구름이 많이 끼고, 비나 눈이 많이 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눈과 구름을 미리 알 수 있느냐 하는 것.


과학자들은 도플러 레이다 (Doppler radar) 기술을 이용해서 적설량, 바람의 속도, 수면 온도, 공기의 온도 등을 측정함으로써 호수효과를 추적했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호수효과로 눈이 내리려면 우선 온도가 맞아야 한다는 것. 즉, 온타리오 호수의 수면온도가 5,000 피트 (1,500 미터 정도) 상공의 공기의 온도보다 화씨 23도 (섭씨 5도 정도) 만큼 높을 때 눈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눈이 씨라큐즈 지역에 내리려면, 시속 16 킬로 (Km)에서 40 킬로 정도의 북서풍이 불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조건이 맞으면, 온타리오 호수로부터 40마일 (64킬로 정도) 떨어진 지역까지 폭설에 뒤덮일 수가 있다. 그 대신 눈이 내리는 넓이는 보통 1마일 (1.6킬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말하면, 호수효과로 생기는 눈은 호수로부터 최대 길이 40마일까지 내릴 수 있으나, 그 넓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좁고 긴 눈의 띠”라고나 할까.


폭설은 대부분 11월말에서 3월중순 사이에 발생하지만, 때로는 9월말에서 4월중순까지도 폭설이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가장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은 캐나다와 접하고 있는 5대호 주변이다.


그래도, 씨라큐즈 사람들은 눈을 싫어하지만은 않는다. 1996년 12월이 되자, 사람들은 그해 크리스마스도 역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지 않는 해는 10년에 한 번 정도. 그런데, 1996년의 크리스마스 이브때에는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눈대신에 비가 오고 있었다. 텔레비젼 방송의 일기예보 담당자도 이를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호수효과 (Lake Effect)라는 말을 수십번이나 반복하면서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아침이 되어서야 눈이 내린 것이다. 어쨌든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예년에는 보통 10월말이나 11월초부터 눈이 내리고, 폭설이라고 부를만한 눈이 몇번씩 왔었으나, 1996년 겨울에는 정초까지도 눈 다운 눈이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까지 생각하면서, 씨라큐즈의 추위나 눈도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997년 1월7일에 그야말로 “뭔가 보여주는” 눈이 온 것이다. 방송들은 눈이 6인치가 쌓였다고 했고, 그날 저녁에는 시내에서나 시내를 관통하는 큰 도로에서나 교통체증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지나간 뒤 30분 뒤에 똑같은 길을 되돌아 오는데, 발자욱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날의 최저기온은 섭씨 영하 17도였다.


그 다음날 지역신문인 포스트 스탠다드는 지역면 머릿기사에서 “많은 중부뉴욕 주민들은 호수효과 폭설이 이 지역을 휩쓸고 지나감에 따라, 올 시즌들어 처음으로 겨울의 진면목을 맛보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30분사이에 모두 65건의 교통사고가 비상전화인 911에 접수됐고, 이날 10시까지 모두 6인치 (약 15.2 센티미터)의 눈이 씨라큐즈의 핸콕국제공항 (Hancock International Airport)에 쌓였다. 씨라큐즈 북쪽에 있는 오스웨고 郡(Oswego County)에는 6일 아침부터 7일밤까지 쉬지 않고 눈이 내려 모두 30.5인치 (약 77.5 센티미터)나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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