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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스푼 Dec 26. 2023

쉴 수 있으니까 청춘이다

과장된 부의 세계

회사를 그만두는, 혹은 회사를 다니지 않는 20~30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나름대로 정리해 본 단어가 있다. ‘과장된 부의 세계’


회사를 그만두는 친구들에게 앞으로 뭐 할 거니? 라고 물으면 과거와 달리 쉬겠다는 대답이 많다. 이유는 번아웃이 왔다는 것이다.

내가 말한다. 그 정도로 번아웃이면 선배세대는 재도 남지 않았겠다고. 그러면 나보고 꼰대란다.


언젠가 말했다. 각자의 세대에서 경쟁하는 거라고. 지금 해군장교 경쟁자가 이순신 장군일 수 없듯, 칼루이스 경쟁자가 우샤인 볼트일 수 없듯. 나도 그들의 세대에 그리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왜 그렇게 내가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던 직장의 가치가 떨어졌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 친구들이 그만두는 이유 중에는 회사가 과거 같은 중요함이 덜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주로 들어왔던 직업에 대한 조언은 ‘첫회사가 중요하다.’, ‘어디든 참을성 있게 3년은 다녀야 한다.’, ‘아무리 아파도 회사에 가서 쓰러져라.’ 등의 말이었는데 굳이 그 말이 아니더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쉰다는 것은 낙오 또는 정상사회에서의 이탈을 의미했기 때문에 이직할 곳을 정해두고 그만두는 경우 아니면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즉, 퇴직은 이직을 위해 필요한 절차였던 것이고 퇴직이 휴식을 의미하지 않았다. 멀쩡히 회사 다니다 놀겠다는 자식을 곱게 쳐다보는 부모도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회사는 사회였다. 그만큼 사회에서 사람 노릇하는 척도로써 중요했다.


왜 그랬을까?

돈을 벌고, 차를 사고, 집을 살 수 있는 수단이 사실 그것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정형화된 직장이 아니어도 돈 버는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아파트를 사서, 주식을 해서, 비트코인을 해서, 유튜브를 해서, 인스타를 해서, 스타트업 한다고 투자를 받아서…

그런 식으로 월급보다 고수익을 올리는 친구들이 주변에 꼭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부의 세계가 주변에 가깝다 보니 스스로도 그런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친구들도 많았을뿐더러, 이미 본인을 그런 능력자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이런 것을 ‘과장된 부의 세계’라고 이름 지었다.

과장됐다는 것, 자기 스스로를 실제보다 더 크게 믿는다는 것의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학기 중에는 방학을 기다리며 방학 때 토익 점수를 올리면 된다 생각했지만, 막상 방학이 끝나도 영어는 제자리였던 경험말이다.


과장된 학습능력과 같이 부의 세계도 과장된 것을 너무 믿고 있다. 그래서 마치 내 능력 안에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자존감이 앞선 세대보다 높도록 교육을 받은 그들은 결과적으로 자기과장도 더욱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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