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스마트폰 과의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에서 좀 벗어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하고 싶어 칭얼대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나옵니다. 일주일 내내 집에서 아이와 씨름하다 보니, 주말엔 콧바람 쐬며 외식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린아이를 돌보며 커피 한 잔, 밥 한 끼 먹기가 녹록지 않습니다. 아이가 엄마 마음을 알 리가 있나요? 아이도 자기 나름대로 즐거운 '몰입'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하니 주위 눈치도 보이고, 이 순간을 모면하고자(?) 스마트폰에서 유아용 영상을 하나 찾아 틀어줍니다. 때로는, 시력 보호에 더 낫겠지 싶어 폰 대신 좀 더 화면이 큰 태블릿 PC로 틀어 주기도 하지요.
순수하게 교육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요새 유아용 콘텐츠가 얼마나 많습니까? 유튜브만 켜면 공짜로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영어 만화에서 학습용 콘텐츠까지 엄마들을 혹하게 하는 것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유년시절부터 PC 기반 인터넷이 보편화된 환경에서 자란 80~90년 대생 엄마들의 경우, 이러한 디지털 기반 학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업무처리나 여가시간 활용을 넘어서 자녀를 돌보는 데 사용되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현상입니다. 영유아의 스마트폰 사용은 주로 부모에 의해 노출되기 때문에 부모의 태도나 인식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결과(「영유아의 스마트 미디어 사용 실태 및 부모 인식 분석」, 2019)를 소개해 드릴게요.
만 12개월~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 602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9.3%의 영유아가 스마트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초 이용 시기는 12~24개월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201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영유아의 미디어 매체 노출 실태 및 보호대책」, 육아정책연구소), 당시 이미 영유아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53.1%, 최초 이용 시기는 평균 2.27세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2004년부터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매년 실태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2018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아동의 20.7%가 과의존 위험군입니다. 2015년 대비 8.3%p 증가한 것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정보화진흥원, 2019)
연구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하는 이유에 대해 시간을 때우거나 아이들의 재미를 위해서, 부모가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막연하게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며, 육아 도우미 정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인지능력 상승이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발달장애, 중독에 대한 우려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스마트폰 이용 시기가 빠를수록, 시간이 길수록, 우울과, 공격성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굳이 연구가 아니어도 대부분 '그럴 것'이라는 예측은 할 수 있는 부분이죠. 스마트폰에 초점을 둔 연구가 아니어도,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접하는 영상물의 과도한 시청에 따른 우려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그 모든 활동을 너무 손쉽게, 끊임없이 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양육자의 양육 태도와의 연결 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아담 앨터)>에 따르면, 아이들은 부모가 '실종 상태'에 빠진 것을 알아차릴 때, 즉,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처음으로 디지털 세상을 만난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좀 더 살펴볼게요. 부모가 영유아 자녀에게 스마트 미디어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방해받지 않고 다른 일을 하기 위해(31.1%)', 아이를 달래기 위해(27.7%)가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납니다.
어머니의 경우 다른 일을 하기 위한 목적이 35.0%, 아버지의 경우 아이를 달래기 위한 목적이 33.3%에 달했습니다. 결국, 자녀의 필요보다는 부모의 필요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부모 세대가 사회화 이후 온라인 세계를 접했다면, 현재의 어린아이들은 사회화는 물론 대면 상호작용을 배우는 것과 동시에 온라인 환경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만 3세까지의 인지적, 정서적 경험은 주로 무의식에 저장됩니다. 나중에 자라서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평생을 가는 성격과 인지능력에 영향을 주는 이유입니다. 영아의 온라인 노출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이지요.
이쯤 되면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가슴이 답답합니다. 할 일은 많고, 바쁘고 지친 삶에서 좋은 부모의 노릇까지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요? 엄마의, 부모 자신의 스트레스 관리도 쉽지 않은데요.
이해는 됩니다. 그것도 꽤 공감이 가요. 하지만, 그나마 어릴 때가 부모의 영향력이 가능한 시기입니다. 조금 편하자고 이 시기를 넘기면, 초등학교, 중학교로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아이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스마트 기기에 '과의존'되어 갈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것을 개인에게, 부모에게 알아서 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정책적인 '부모 교육'을 통해 정확한 실상, 문제의식과 실행 방법을 알려주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모차에 태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 주고, "아 이렇게 하니까 편하고 좋네~"라고 웃으며 걷던 아이 엄마 이야기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