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디톡스를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가끔 멈추게 될 때가 있다.
처음부터 스마트폰에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도 스마트폰을 꽤 많이 활용하고, 수년 전에는 유튜브를 중독적으로 본 적이 있다. 재테크 카페에 가입해 활동할 때에는 글을 쓰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댓글은 꽤 열심히 달았었다. 사람들의 공감에 기분도 좋았다.
지금은 중학생이 된 아이도, 또래의 친구들과 달리 초등학교 6년 내내 핸드폰 사달라는 말 한 번을 한 적이 없었다. 지금은 태블릿PC나 데스크톱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언제든지 쉽게 멈추고, 책도 읽고 조절에 딱히 어려움을 겪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출근길 버스에서 폰으로 게임을 하는 성인 남성을 보고, 인도를 걸으며 거울 보듯 폰을 눈앞에 들고 걷는 중년 아저씨를 보았다. 아이들도 별다를 것이 없었다. 남자아이들은 게임을, 여자아이들은 SNS를 끊임없이 들여다보았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저건 아닌데...'라고 생각했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 대해 부모도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스마트폰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어린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두뇌구조가 바뀌고, 소위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까지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하며, 지금까지 회자되는 전설의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이 2007년. 영유아기부터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 아이들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다. 이 아이들이 성인기가 되어 사회에 나설 때, 이들은 또 어떤 범주로 구분 지어지고, 어떤 양상을 보일까?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고, 소위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아이들만의 문제는 당연히 아니다. 신기술의 출현이라는 것은 특정 세대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쳐, 사람들의 일상과 행동을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을 보면, 활동적으로 지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하루 종일 넘쳐나는 시간 속에 대부분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시는 것을 본다. 평균 수명은 매년 늘고 있어 '시간'이 넘쳐나고, 건강 상태도 점점 좋아져 집에서 누워만 있을 일도 별로 없다. 인터넷과 온라인 활동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시다 보니, TV가 유일한 친구이자, 낙이자, 시간을 쏟는 대상이 된 것이다. '우리 세대가 나이 들면 TV 대신 폰이나 태블릿PC를 들고 유튜브나 웹 소설 류를 보겠구나.'
다시 아이들로 돌아와,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이유가 너무 슬프다. 너무 공감이 가서 더 슬프다. 부모와 사회가 가져다준 동일한 목표와 동일한 기대. 게다가 부모 세대엔 없던 꿈도 찾으라고 한다. 뭘 좋아하는지 갈피를 못 잡겠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꿈을 갖는 것마저도 '숙제'가 되어버렸다.
내가 예전부터 교육, 그중에서도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가 있다. 가장 순수하고 정의감이 큰 시기의 아이들. 자기 인생을 찾고 어른이 되어가느라 바둥거리는 아이들을 사회나 어른들은 '사춘기'라는 타이틀로 규정지어 버린다. 이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무력감, 자신에 대한 믿음이 점점 사라져 스마트폰에 점점 몰입되고 있다. 목표의식도, 공부를 왜 해야 하는 지도,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남들 하는 대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시간을 보낸다.
스마트폰 연구를 하면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디톡스를 할 수 있는가이다. 어떻게 삶에서 내 시간을 되찾고 중요한 것으로 채워 넣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한 것도 이 지점이다. "스마트폰을 과하게 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어요?" "중독적으로 폰을 보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늘 강조했던 대로, 소모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좋지 않은 '습관'은 좋은 '습관'으로 대체해야 한다. 나는 그 답을 독서에서 찾았다. 몸을 움직이는 운동도 매우 좋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며 독서를 통해 두뇌에 에너지를 더하는 것은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성인도 물론 독서만큼 좋은 대안을 찾기 어렵지만, 아이들에게 특히 좋은 이유가 있다.
사람은 원래 잘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크게 변하는 것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죽을 고비를 넘겼을 때, 둘째, 인생의 바닥을 경험했을 때, 셋째, 뛰어난 스승을 만났을 때이다. 세 가지 모두 내면에서 스스로 나타난 변화가 아닌 외부의 계기(자극)가 작동한 경우이다. 스승을 만나고 독서를 하는 이유도 외부로부터 좋은 자극을 얻기 위해서이다. 제대로 된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 익숙한 자신만의 방식에서 벗어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힘을 기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스승이 있을까? 아이들에게 좋은 가르침과 희망을 주고 싶은 부모님이나 어른들도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다. 의도와 달리, 부정적인 생각을 전달하고, 아이들은 시도해 보기도 전에 안 된다는 패배주의에 빠지게 된다.
독서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양서라 할 수 없는 가볍고 시류에 편승하는 책들도 많긴 하다. 하지만, 좋은 책은 저자의 삶을 통째로 담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력과 지식,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 담겨 있다. 책 한 권으로 저자의 삶과 지적 수련, 필력을 내 것으로 얻을 수 있다.
독서를 하면 좋다는 것을 하도 들어서 막연히 동의하곤 하는데, 사실 독서가 좋은 이유는 과학적이고도 명확하다.
문일지십(하나를 들으면 미루어 열을 안다).글을 수없이 보면, 주제 중심으로 파악하고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생긴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빠르게 파악하게 되고 향후 진행될 상황에 대한 유추와 추론 능력이 좋아진다. 어떤 직업을 갖든, 무슨 일을 하든, 말귀를 잘 알아듣고 상황 파악이 빠르고, 상황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귀한 인재로 평가받는다. 회사의 일원이 되는, 사업을 하든 중요한 능력이 된다.
관주위보(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요새 아이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이 인터넷 검색으로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를 단순히 수집하거나 단편적으로 가공하는 것은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다. 노벨상 수상의 24%를 차지하는 유태인의 교육은 '온리 원(Only 1)'에 있다. 항상 2,3위와 경쟁하는 넘버 원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힘, 경쟁이 필요 없는 가치 창출이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고 두뇌가 명석하고 심성이 선한 민족이다. 좋은 스승을 통해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만 한다면, 유태인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문일지십과 관주위보로 가치가 있는 지식을 갖추었다고 해도 나만 알고 있다면 의미가 없다. 진짜 지식은 언제라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청산유수(거침없이 말을 잘 하는 모습)와 일필휘지(붓을 한번 휘둘러 줄기차게 써 내려감). 말과 글을 통해 표현하여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과 세상에 자신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행합일(알면 반드시 행하고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킨다)을 통해 독서의 효과가 완성된다. 내면화된 지식을 행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는 재화로 이어지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로 환산하는 것은 나의 지식과 실력을 가장 잘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력하게 권하고 독서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공부도 하는 이유를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 독서도 왜 하는지, 독서를 하는 게 내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야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아 할 수 있다. 그래야 성과가 난다.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인다.'라고 되뇌이는 순간, '스마트폰'은 항상 내 머릿속을 맴돈다. 지양해야 할 대상에 집중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스마트폰에 빼앗긴 시간과 내 두뇌를 되찾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원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것에 집중을 빼앗긴다.
원하는 것에 집중해야, 원치 않는 것에 집중을 빼앗기지 않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