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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Sep 14. 2021

부자의 공간


얼마 전, 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유명 미대 교수이자 건축가이신 교수님이 공간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공간과 인간의 삶에 대한 개성 있는 관점과 철학으로 늘 말씀하시던 분이었고, 저도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갖던 터라 더욱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이런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부자일수록 자기만의 넓은 공간을 점유한다. 돈이 없으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고 점점 작은 공간으로 밀려 들어간다. 돈이 없는 사람은 작은 집, 그보다 더 없으면 고시원이나 원룸 한 칸을 소유할 수 있고, 그것이 어려우면 빌려서 지내고, 대학생은 카페로, 돈이 없는 더 어린 학생들은 PC방으로 간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었지요.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죠. 아무리 친밀한 가족과 친구라도 항상 붙어있는 것은 불편합니다. 



유튜브 영상 중 발췌. <우리나라 도시 이렇게만 바뀌어도 살만할 겁니다 |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교수, '공간의 미래' 저자 세바시 나머지 45분>



제가 얼마 전 글에서 이런 내용을 쓴 적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에서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심심해서인 것도 있겠지만, 낯선 타인과 좁은 공간에 모여있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법이 된다고요.('스마트폰 중독 탈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https://blog.naver.com/parrotyun/222499061509)  스마트폰에 몰입되어 있는 동안은, 주변을 인식하지 않고, 오롯이 혼자 있는 듯 지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교수님의 발언 중 "스마트폰을 포함한 가상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소득이 적다는 증명을 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가상공간에서 오래 머물게 된다는 것이죠. 제가 생각했던 것과 통하는 부분이 있어 놀라면서도 반가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정신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폰과 같은 가상공간에 몰입한다는 겁니다. 카페나 PC방에만 가려 해도 돈이 드니까요.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일부 유료 콘텐츠를 제외하고요.) 기기를 장만하고 매월 통신요금만 내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서울의 한 PC방에서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 DB ※ 출처 : 국민일보 2020.3.11자 기사 발췌



모든 공간을 사용하는 데에는 비용이 따라옵니다. 집이든, 사무실 공간이든, 카페든 어디든지요. 그럼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우리가 지출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간의 삶에서 가장 크고 소중한 가치, 모두에게 공평하고,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어야만 하는 '시간'입니다. 



제가 글을 계속 쓰면서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라고 표현했죠? 우리는 시간을 지불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맘껏 콘텐츠를 보게 한 누군가는 그 대가로 우리의 시간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불특정 다수의 그 시간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자본을 쌓아갑니다. 



섬뜩하지 않나요? 차라리 비싼 돈을 지불한다면 선택에 대한 고민도 해보고, 모두가 의식하지 못한 채 빠져들지는 않을 겁니다. 



시간은 어차피 내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고, 내 것을 누가 가져간다는 개념이 없어서 인지를 못 할 뿐입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고요.  



다시 돌아와서, 부자들은 오프라인의 다양한 인프라를 맘껏 누립니다. 집도 당연히 넓고요. 야외에서 운동을 하고, 여행을 가고, 심지어 비행기를 타도 공간이 널찍한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을 탑니다. 



물론, 일하느라 바빠서 여행도 거의 가지 못하는 부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부자들이 하루 몇 시간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산다는 건 왠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온라인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한 말이죠. 심심하다고 유튜브만 몇 시간씩 보고, 다른 사람의 SNS를 들락날락할 것 같지도 않고요.



부자들과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 그리고 온라인 생활에 매몰되어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다를까요? 시간을 쓰는 방식입니다. 공간을 다루는 건축학 교수님과는 조금 다르게 저는 시간의 관점에서 생각합니다. 부자들은 자신의 시간을 항상 자신에게 유리하게 씁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요. 



하루 중 남는 시간을 대부분 폰이나 태블릿PC로 유튜브, SNS, 포털사이트를 전전하며 시간을 쓰는 것은 남 좋은 일 시키는 겁니다. 스스로는 자발적으로 지식과 즐거움을 누린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실상은, 누군가가 돈을 벌기 위해 벌여 놓은 프레임에서 내 시간을 주고 그 시간은 누군가의 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제 말이 와닿지가 않는다고요?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요? 그럼, 온라인에서 매일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낸 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삶이 더 나아졌나요?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천천히라도 움직이고 있나요? 계속 이대로 하루하루를 보내면, 내가 부러워하는 누군가의 삶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이 드나요? 진심으로요?



온라인 환경이 지금 같지 않던, 예전의 사회 구조에서도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비슷했습니다. 부자들은 책을 읽고, 건강을 관리하고, 대화를 하고,자신에게 유리한 활동을 주로 했습니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소위 자본가들이 짜놓은 프레임 안에서 살아갑니다. 하라고 하는 일을 하고, 주는 만큼 돈을 받고, 적게 준다고 불평하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어 또 나가서 일하고요.



지금은, 우리가 '생각'이라는 걸 해야 할 시간에 폰만 보고, 영상만 주로 접하다 보니,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알면서 못 바꾸는 게 아니라, 아예 모르고 사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복잡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에 몰입되는 동안 정신적으로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한 것 기억하시지요?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쓸 때에도 나만의 정신적인 공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게다가 폰을 볼 때 시간을 지불하는 것과 달리, 이 경우는 시간도 내 것입니다. 시간도 공간도 온전히 내가 소유하고 컨트롤하는 방식입니다. 



게다가 시간을 온전히 내가 컨트롤 하는 훈련이 지속되면, 내 삶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정서적으로도 단단해져 주변의 영향을 덜 받게 됩니다. 시간과 공간,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많은 분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 보려고 고군분투하는 것을 잘 압니다. 저도 그러고 있으니까요. 이왕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썼으면 좋겠습니다.  늘 습관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하던 활동이 있다면, 시작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이게 내 삶에 유리한가? 나에게 득이 되는 행동인가? 내일 돌아봤을 때, 내 삶이 한 걸음 더 나아졌다는, 내가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까?



그럴 때의 선택이 무심코 집어 든 스마트폰은 아닐 거라고 생각이 되네요. 한 번씩 시도해 보시고, 효과가 있으셨다면 댓글로라도 알려주세요. 한 분이라도 변화가 있으셨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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