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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Aug 17. 2021

자녀 스마트폰, 언제 사줘야 할까요?


스티브 잡스는 왜 자녀에게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까요?



다른 IT 거물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자기기의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하며 자녀들의 기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당황스럽습니다.  스마트폰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우리에게 신세계(?)를 열어 준 세계 최고의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이  자녀들에게는 사용을 제한한다니요? 실제로 미국 IT업계 임원들은 자녀가 만 14~16세가 되었을 때 스마트폰이나 태플릿 PC 등 전자기기 사용권의 자율성을 준다고 합니다. 



자녀에게 언제 핸드폰을 사주어야 할지 많은 부모님들이 고민하십니다. 핸드폰을 사주는 것에 대해 생각하시는 동기는 두 가지로 귀결됩니다. 첫째,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 연락과 스케줄 관리를 위해, 두 번째는 아이가 '친구들은 다 있다'라고 하면서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할 때.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라고 하기에는 처음  스마트폰을 갖는 나이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스마트폰 갖는 시기를 고민하게 되는지가 더 근본적인 질문이겠지요.



아이들의 뇌 발달과 습관 형성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뇌 구조와 습관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되신다면 결정이 쉬울 수 있습니다.



뇌 이미지.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전전두피질 / 출처 : 위키백과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부교수이자 심리학과 겸임교수인 애덤 알터는 저서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인스타그램을 창립한 엔지니어 중 하나인 그레그 호크머스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독성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클릭하고 싶은 해시태그가 늘 존재하며,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게 되어 사람들은 거기에 완전히 사로잡힐 수 있다."



매일같이 수많은 앱과, 새로운 콘텐츠들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쏟아져 나옵니다. 재미있고 편리하죠. 그런데 문제는 사용자들이 적당히 조절해가면서 사용하기가 대단히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기술자들은 사용자들의 행동 분석과 심리 패턴을 활용합니다. 지금도 어떻게든 더 오래 머무르고 기획자의 의도대로 행동하게끔 머리를 짜내고 있는 것입니다.



기획자가 인간 심리를 바탕으로 한 '이성적' 접근으로 전략을 짜내는 동안, 우리는 머리를 비우고 이끌리는 대로 온라인상을 배회하고 다니니, 우리의 의지로 어찌 버텨낼 수가 있겠습니까. 



'중독'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요.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도박 중독... 우리가 익히 들어온 중독은 보통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삶이 망가진 극 소수에 해당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결과들을 보면, 중독은 물질 자체보다는 환경과 상황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니코틴 중독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도파민 중독을 일으키는 니코틴이 체내에서 빠져나가 물질 자체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담배 생각이 나고, 결국 몇 개월 금연에 성공했다가도 다시 되돌아오는 것은 심리적, 환경적인 영향이 매우 큽니다.



늘 담배를 피우던 상황, 회사에서 직장동료들과 잡담하거나, 술 한잔하는 자리,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을 때, 항상 입에 뭔가를 물고 깊이 들이마신 그 행동이 각인되어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다시 담배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를 간파한 것이죠. 온갖 장점을 가진 이 기기의 매력에 아이들의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금지시킨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한 명뿐이라면, 그의 괴짜 같은 면의 일부라고 치부하고 넘길 수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실리콘 밸리 IT업계 거물급 임원들 중 상당수가 자녀들에게 만 14세가 되어서야 사주거나 시간을 제한하는 등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애덤 알터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부키



애덤 알터는 저서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통해, 환경이 중독 유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례에 등장하는 한 게임중독자는 중독 치료기관에서 완치 후 치료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거주지로 돌아갔고, 온라인상 친구의 '게임 딱 한 판만 하지 않을래?'라는 문자 하나에 5주간 집 밖에도 안 나가고 씻지도 않고 배달음식으로 때우며 내리 게임을 하고 맙니다. 이후 자발적으로 치료센터에 다시 들어가 치료 후, 이번엔 거처를 치료센터 근처로 옮기고 일을 새로 구하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죠. 



가끔은, 신경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의 경고가 과장되었거나 일반화하기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싶어집니다. 저도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니까요. 아주 편리하고 좋은 시대라고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연구가 지속되고 관련 학술지식이 쌓일수록 우리 대다수가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에 조종당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몇 살에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가장 좋은지라고 한다면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친구들은 다 있다'라는 논리를 들이대면 대부분의 부모님이 말문이 막히시지요. 어쩔 수없이 우리는 무리 안에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니까요.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소개된 사례를 좀 더 말씀드려볼게요. 심리학자 캐서린 스타이너-어데어는 의미 있는 말로 우리에게 경각심을 줍니다. 많은 미국 아이들이 부모가 '실종 상태에 빠진' 것을 목격할 때, 즉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릴 때 처음으로 디지털 세상을 만난다고요. 



한 아이는 "우리 엄마는 거의 항상 저녁 식탁에서 아이패드를 보고 있어요. 뭐 하냐고 물으면 언제나 '잠깐 확인할 게 있어.'라고만 대답해요." 같은 또래 또 다른 아이는 "엄마한테 같이 놀아달라고 해도 휴대폰 문자 메시지만 계속 보내요." 정말 너무한다고요? 부모가 저래서 되겠냐고요? 이 시점에서 가슴이 뜨끔하지 않는 부모님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무슨 의미인지 간파하셨나요? 진짜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언제 사주느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변을 한 번 관찰해 보세요.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자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통이 되는 가정의 아이는 스마트폰 중독이 없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주위에서 확인한 사례가 그렇고, 거의 확신의 수준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필요한 기능을 사용하거나, 오락적으로 허용되는 시간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핸드폰에 매달려 지내거나, 스스로의 의지로 STOP 하지 못하는 것이 심각한 것입니다. 일상의 외로움, 무료함, 불안, 심리적 압박 이 모든 감정의 해결을 온라인상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모든 것은 균형이 중요합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오프라인 활동들과 온라인 활동이 균형을 이루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핸드폰을 줄이는 행위'보다는 '오프라인 활동을 늘리는'데 목표를 두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사람은 무엇인가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세울 때, 지향점을 중심으로 하면, 한 번 실패해도, 또 실패해도 '다시 하면 되지'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리셋이 됩니다. 반면, '밤에 치맥을 하지 말아야지.', '스마트폰을 보지 말아야지.'하고 그만둬야 할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 달라집니다. 실패했을 때 한두 번 더 해 볼 수는 있지만, '아, 난 역시 안돼.'하고 부정적인 자아상이 확대되고, 심지어 주변에서 시도할 때, '내가 해봤는데 안되더라. 포기해.'라는 부정적인 암시를 마구 퍼뜨리게 됩니다.



이제 통제력이 없는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지 감이 오셨나요? 손에 쥐여 주고, 꼭 필요할 때만 쓰라고 하는 것은 공허한 말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스마트폰을 가능하면 늦게 사주시는 것입니다. 최소한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통화와 문자 등 제한적 기능만 있는 핸드폰을 사주시는 것이 적절합니다. 



아이와 스마트폰 구입 문제로 실랑이하는 것이 불편하시다면, 조금 더 어렵지만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아이와 가능한 많이 대화하시고 아이의 생활에 관여하시고, 아이가 오프라인에서 충분히 활동하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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