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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Aug 17. 2021

초등 아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제한 고민이에요.


"초등학생 스마트폰 사용 괜찮나요?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준 뒤로 하루 종일 그것만 보고 있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장시간 사용 괜찮을까요? 시력이 많이 떨어질까 봐 걱정도 되고요. 가끔 눈도 뻑뻑하다고 하네요. 초등학생 스마트폰 걱정이 태산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의 거의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요새는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의 기능이 안되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학교나 학원의 소통도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합니다. 그러니, 부모 입장에서는 안 사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나마 처음에는 인터넷 사용이 안 되는 것으로 사주었다가도, 아이가 '친구들은 다 있다.' '다른 애들은 몇 년 전부터 썼다.'라고 하면 마음이 약해지지요.



서두에 소개한 글 안에 문제점들이 다 나와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준 뒤로 하루 종일 그것만 보고 있다.' 사주었기 때문에 보는 것이고, 하루 종일, 즉 너무 과도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문제입니다. 동시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는 것에 무력감이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시력이 나빠진다는 신체적인 문제점도 제기되었네요. 


특별할 것이 없는 고민이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제점 들입니다. 사실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성인들도 스스로 절제하지 못해 힘들어하며 상담을 원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이들을 더 우려하는 이유는, 두뇌가 아직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요.  온라인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면 보낼수록 온라인 환경과 콘텐츠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두뇌가 세팅됩니다. 



[연도별/대상별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비율(단위:%)] 

※ 「과기정통부-NIA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보고서」 / ZDNet Korea '하루종일 폰만 보려는 아이들'(2021.8.5) 기사 중 발췌


우리의 뇌는 신경가소성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행동에 관여하는 신경 회로가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점점 퇴화됩니다.  예전에 책을 좋아했어도 오랫동안 읽지 않다가 다시 읽으려 하면 '잘 읽히지 않는다'라고 느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짧고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처리가 일상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다량의 정보를 빠르게 스캔하는 능력은 발달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것은 '지루하다'라고 느끼게 되지요. 조금 길거나 사고를 요하는 글을 읽기 힘듭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활동을 힘들고 지루하게 받아들입니다.


부모님들은 인생을 수십 년 살아보셨으니 아실 테지요. 인생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동시에, 하고 싶어도 좀 참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지요.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요? 원래 사람은 무료하고 인내심이 요구되는 활동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과 훈련을 통해 지루하거나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힘을 기르는 것이죠. 인간은 동물과 달리 100여 년에 이르는 수명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특성상,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장기간 유지되어야 할 인간관계, 경제활동, 신체단련 그리고 가장 어려운 멘탈 관리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우리의 삶과 함께 하는 것들입니다.


고민을 토로한 부모님께서 '시간'을 언급하셨으니 시간의 관점에서 한 번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현실에서의 인간관계와 신체단련, 미래의 경제활동을 위한 능력을 갖추는 데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시간'이라는 삶의 기본 바탕이 있어야 시작될 수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월이 쌓일수록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게 됩니다. (건강하다는 전제하에) 유일하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산인 '시간'. 이 시간을 스마트폰을 종일 들여다보느라 다 빼앗긴 다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해볼 기회조차 없어집니다. 내 인생의 기회를 내 스스로 박차게 되는 것이죠.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거나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죠. 내 시간, 에너지, 두뇌를 소진하면서 소비하는 겁니다. 


두뇌 측면에서도 좀 살펴볼까요? 클렘슨대학교 조직심리학 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벤저민 하디는 저서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하는가>에서  두뇌의 도파민 의존성에 대해 말합니다. 도파민 분비를 촉발하는 자극제들로 가득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뇌는 도파민에 의존하게 되었고 환경은 의존성을 더욱 높인다고 밝힙니다.


벤저민 하디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하는가>/비즈니스북스


일을 하다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지루해지면, 일을 붙들고 애쓰기보다는 순식간에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립니다. SNS를 확인하거나 뉴스를 검색하거나 달콤한 간식거리를 찾거나. 뇌의 쾌락 중추에 일시적인 보상을 제공하고 도파민을 분비시킵니다.  


잠깐의 기쁨, 그러나 오래 지속되지 않고 후회와 갈증이라는 장기적인 부작용만 남깁니다. 결국 도파민에 대한 뇌의 의존성만 커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벤저민 하디는 '도파민 중독과 감각적 쾌락 추구가 미국인의 1순위 목표가 되었다.'라고 밝히며, 지금은 '현재를 즐기라'라는 메시지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뿐이겠습니까? 'YOLO'가 바로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원하는 것을 향해 최선을 다해 맘껏 살아보라'라는 원래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순간을 즐기라는 태도로 변질되었지요. 


아이들은 회복탄력성이 좋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과몰입 되었다가도 다시 되돌아오는 것는 어렵지 않습니다. 부모의 노력을 통한 환경 변화를 통해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제때 해야 할 경험들, 쌓아야 할 지식들, 그에 따른 적절한 두뇌와 신체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위의 부모님의 걱정에 대해 어느 분이 아래와 같은 글을 남기셨네요. 


"제발 뺏으라고 부탁드리고 싶네요. 제 동생도 이른 나이에 폰을 쓰다 보니 공부는커녕 글을 읽는 것조차 싫어하게 되었어요. 영상매체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은 아무래도 글 읽는 것에 지장이 많아져요. 미래를 위해서라면 엄한 것 같더라도 시간을 정해두고 빨리 자제를 시키세요."


너무 늦기 전에 아이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세요. 강압적으로 스마트폰을 빼앗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아이와 충분한 대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특별히 재미있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더 좋은 것으로 아이의 일상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상황을 개선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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