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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Aug 21. 2021

중2 아이와 스마트폰 전쟁

아들이 밤늦게 방문 닫고 몰폰을 해요.

아들이 밤늦게 방문 닫고 몰폰을 해요.

스마트폰을 하는 것도 보기 싫은데, 문 닫고 방에서 몰래 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그 심정, 부모라면 모두 공감이 가실 겁니다. 아이 방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장면이 스마트폰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책을 읽고 있거나, 아니면 차라리 곤히 잠든 모습이라도요. 너무 기대가 컸나요? 



일단, 중학교 2학년이라는 특수성을 이해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급격한 성장과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시기이지요. 특히, 남자아이들은 이 시기에 주로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입을 닫고 방문도 닫습니다. 비슷한 시기 여자아이들이 사사건건 엄마와  목소리를 높이고 언쟁하는 것과는 좀 다른 양상이지요. 



굳이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이 시기에는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부모님들이 '힘들다'라고 느끼는 부분이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럼, 아이들 입장을 좀 들어볼까요? 저도 중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빙의를 좀 해볼게요. '하루 종일 학교 수업하고, 학원 가고, 숙제하고, 힘들어 죽겠다.' '맘껏 하고 싶어도 할 시간도 별로 없다.' '엄마 눈치 보여서 밤늦게 숨어서라도 좀 하려고 했더니, 또 들켜버렸네. 망했다...' '아 답답해...' 좀 과했나요? 



인생을 먼저 살아본, 그래서 무엇이 중요한 지 느낀 바도 많고 후회도 있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생활과 태도가 답답합니다. 건강도 걱정되고요. 나도 잘하진 못했으니, 아이도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아이는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모든 걱정과 불안함, 바램, 책임감이 다 뒤섞여 나오는 반응은 '분노'와 '좌절감'입니다.



"스마트폰 좀 그만 보랬지! 차라리 잠을 자던가, 어두운 데서 불 끄고 뭐 하는 거야!" 온 집안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아이도 속상하고, 엄마도 밤새 잠이 안 옵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생활은 알면 알수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느낌이 듭니다. 일상의 모든 기능이 폰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학교나 학원, 부모나 친구와의 연락, 교통, 지불 기능, 정보검색, 심지어 코로나19 자가 진단도 스마트폰 앱으로 처리합니다.



이러한 필수 기능만 사용하면 좀 좋을까요?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것은 모바일 게임, 웹툰, 과도한 유튜브 시청, SNS와 같은 활동들입니다. 필수 기능들이 있으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고,  다른 활동은 조금만, '적당히' 했으면 좋겠지요.



여기서 부모님들이 아셔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두뇌의 특성과 온라인 활동을 할 때의 두뇌 작용입니다. 전두엽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셨지요? 전두엽은 대뇌의 앞부분에 위치하며 기억력, 사고력, 추리, 계획, 문제 해결, 감정 등 고등 정신작용을 관장합니다. 이 전두엽의 앞부분을 덮고 있는 대뇌 피질이 '전전두피질'인데, 전전두피질은 복합적인 감정과 가치, 미래설계 등을 처리하며 논리적인 사고도 담당합니다. 



우리 뇌의 '대뇌피질' 구조 / 출처 :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독일의 유명 경제학자이자 심리학 박사로, 신경 마케팅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한스-게오르그 호이젤은 저서<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Brain View)>를 통해 인간의 두뇌작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춘기와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든 시기인데, 그 이유를 두뇌 연구 측면에서 설명합니다. 전전두피질은 20~22세가 되어서야 완전히 성숙합니다. 그러니, 두뇌 측면에서 아직 미숙한(?) 십 대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미래 계획이나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한스-게오르그 호이젤<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비즈니스북스



또한, 뇌 속 호르몬(특히 성호르몬)의 극적 상승으로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강한 동기가 생깁니다. 이로 인해, 내적 긴장감을 일으키고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며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특성을 보이게 됩니다. 



친밀감과 안정감을 중시하던 어린 시절에서 서서히 탈피하며, 불안감이 커지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작동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Brain View> 중 발췌



두뇌는 사소한 행동의 반복을 습관으로 받아들여 해당 신경회로를 강화하게 됩니다. 이것이 '신경가소성'이라고 하는 두뇌의 특성입니다. 온라인 활동에 몰입할수록 짧고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주로 접하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회로가 강화되는 것이죠.  시간을 들여 정보를 재가공하고 분석하는 지적 활동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처음엔, 신기하고 흥미로워 가끔 들여다보던 온라인 콘텐츠들이, 습관처럼 고착화되어 딱히 재밌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몰입하게 됩니다.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성인들도 자신의 과한 스마트폰 활동을 자각하고 '그만두고 싶지만 자력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라고 토로합니다. 



아이가 밤에 문을 닫고 몰래 했다는 것은, 부모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서, 또는 스스로도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여겨서일 수도 있겠지요. 



몰래 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격한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라도 일단 심호흡을 하고, 아이와 차분하게 대화를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 아이를 재우고, 서로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 이야기를 해 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때,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거나, 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에, 아이가 시간을 들여 몰입해서 할 만한 활동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동기부여를 해주시고, 격려를 해주셔야겠지요. 중학생 정도 되면 적극적 개입보다는 아이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지켜봐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좋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비난을 하고 강압적으로 나오면, 아이는 반성하는 마음보다는 마음의 문을 닫게 되고, 상황은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전쟁'같이 느껴지시겠지만, 아이 역시 '맘속의 전쟁', 그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두뇌를 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이의 입장을 공감하고, 아이 스스로 개선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전쟁이 아닌,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계획하는 건설적인 일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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