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였던 우리 외할머니

by 리모


우리 외할머니는 소녀였다. 우리가 누군지를 매번 알려드려야 하는, 분명 누군지 모르시면서도 그제야 누군지 안다는 모습으로 해맑게 웃으셨다. 어떤 날은 졸린데 깨웠다고 심통이 나서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으셨다. 그럴 때면 우리는 졸음을 깨워서 미안하다며 다른 날에 다시 보러 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서둘러 나오기도 했다.


날카롭고 힘이 넘치던 눈매는 어느새 살이 쪼옥 빠져 쳐지고 또렷하지 않은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음식을 씹고 삼킨다는 개념도 점차 잊어버리셨다. 당뇨 때문에 단 것을 피해야 하지만 무엇이라도 즐겁게 드셨음 하는 마음으로 달콤한 음료를 사서 갔다. 삼키는 법을 잊어 빨대를 휘젓다가 어쩌다 입에 음료가 들어오면 그제야 음료를 맛보시던 외할머니.

맞벌이로 바쁘셨던 부모님을 대신하여 우리 언니와 나의 어린 시절 동안 희생하셨던 외할머니는, 어느샌가부터 외로움과 치매를 겪으시다가 소녀가 되셨다. 다른 집 아기들은 그렇게 싫어하셨던 깐깐한 분이었음에도, 나와 언니의 똥기저귀를 갈고 어디든 업고 다니셨던 외할머니. 그랬던 당신을 우리가 보살피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별이 되셨다.


외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꼭 안아드리면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릴 걸, 혼자 계신 외할머니가 집에 놀러 오라고 할 때 한 번이라도 놀러 가서 같이 식사라도 한 번 할걸.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지나고 나서야 후회를 하는 것인지. 일생을 너무나 고생하셨던 당신, 정말 사랑하고 감사했습니다. 꿈에서 뵌다면 꼬옥 안아드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