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 우즈벡 1·2·3위 도시 방문기

[우즈베키스탄] 백두산보다 높은 캄치크 넘어(feat. 카자흐·키르기스)

by Keeper of HOPE

두 번째 세션. 앞선 세션이 #필카 #20세기였다면, 이번엔 #필카 #21세기다. 2000년 우즈베키스탄(feat. 카자흐, 키르기스), 2001년 몽골, 2002년 필리핀까지 3국이 해당한다. 500원에 국경 넘는 일은 없었고, 특별 이슈가 없는 필리핀은 생략한다.


실크로드의 중심 사마르칸트에서 일행과 찍은 사진. 필카라 원래 흐릿하기도 했지만, 인물을 알아볼 수 없게 필터로 처리했다.




15번째 나라는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Uzbekistan)이다. 2000년 8월 4일 17시 30분 김포국제공항을 떠나서 7시 30분의 비행 끝에 타슈켄트국제공항에 도착하니 21시. 한국과 시차는 4시간이었다. 공항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숙소를 정했고,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인구 3567만명으로 중앙아시아의 옛 소련 구성국 5개 나라 중 가장 많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1960만명, 타지키스탄 1078만명, 투르크메니스탄 761만명, 키르기스스탄 729만명 순인데, 인구 유출이 극심한 투르크메니스탄은 300만명 미만으로 본다.


면적으로는 세계에서 9번째로 넓은 카자흐스탄(272만4900km²)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이어 투르크메니스탄(49만1210km²), 우즈베키스탄(44만8978km²), 키르기스스탄(19만9990km²), 타지키스탄(14만3100km²)이 이어진다. 4개국 면적을 합쳐도 카자흐스탄의 절반도 안 되는 셈.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경제력은 중간 수준이다. 그나마 순위가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1인당 GDP는 카자흐스탄의 3분의1, 투르크메니스탄의 절반 선에 머문다.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우즈베키스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즈베키스탄 인구 중 고려인은 0.6%인데, 체류기간에 도움을 받다 보니 아주 소수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한국어는 거의 구사하지 못한다. 중앙아시아에 사는 고려인은 약 50만명으로 조선족의 4분의1 정도였다. 동유럽 거주 당시 익힌 간단한 러시아어로 소통할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이 면적과 경제력에서 중앙아시아 중간에 머무는데 반해, 수도 타슈켄트는 확고한 중앙아시아의 중심지다. 과거 소련 시절에도 모스크바,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키예프(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민스크(현 벨라루스 수도)에 이은 5대 도시의 하나였다.


타슈켄트는 1977년 일찌감치 중앙아시아 최초의 지하철을 개통했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알마티메트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앙아시아의 유일한 지하철이었다. 중앙아시아 역사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타슈켄트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 도시는 인구순으로 1위 타슈켄트(Tashkent), 2위 사마르칸트(Samarkand), 3위 페르가나(Fergana)였는데, 이번 여행은 타슈켄트로 입국해서 타슈켄트 인근 치르치크(Chirchiq)와 페르가나를 들른 뒤 다시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를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치르치크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화.


한국에서 동행한 일행의 생일이었다. 현지 청년들이 이 친구를 가운데 앉혀놓고 둥그렇게 모여 앉아 축하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니 다른 노래가 이어진다. 생일을 맞은 친구는 감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새로운 노래가 이어진다.


몇십 분째 이어지는 러시아노래에 포위된 우리 대한건아의 괴로운 표정이 역력하다.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지친 포로를 끌어냈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노래한다. 산책하고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주인 없는 원형축가는 계속되고 있었다. 구소련지역 사람들은 노래를 참 좋아한다.


20000804 Kamchik Pass Uzbekistan001a.jpg 백두산보다 높은 캄치크산맥. 타슈켄트에서 페르가나로 가려면 반드시 이 고개를 넘어야 했다. 현재는 기차터널이 개통됐다.


페르가나는 타슈켄트 인근 페르가나와 달리 승용차로 캄치크(Kamchiq)산맥을 넘어 5~6시간을 달려야 닿는다. 그나마 얼마 전 도로가 포장되면서 2~3시간이 단축된 것이라고 했다. 그전에는 8시간 이상이 걸렸던 셈이다. 당시 캄치크산맥 밑으로 터널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택시를 임대했는데 일반 승용차와 구별되지 않는다. 장소와 가격을 협상해서 타면 된다. 8월 한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6시간 거리의 황야를 에어컨 없는 차량으로 횡단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인지 캄치크산맥이 해발 2300m로 백두산보다 높아서 생각만큼 덥지는 않았다.


택시기사는 페르가나에는 젊은 사람들이 놀만한 곳이 없다며 대신 타슈켄트에 오면 대접하겠다고 했다. 뭘 좋아하느냐고 묻는데, 고기도, 생선도 안 먹고, 술·담배도 하지 않는다고 하자 놀라면서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묻는다. 그가 추진한 타슈켄트 미팅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운전이 거칠다. 과속은 기본에 추월도 아슬아슬했다. 중국에서 나름 난폭운전을 경험해 봤지만, 신호등 하나 없는 황야는 도심과 차원이 달랐다. 결국 사고가 났다. 무리하게 추월하다가 맞은편 차량과 부딪혀 왼쪽 사이드미러가 박살난 것이다. 깨진 유리에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던 점은 타슈켄트에서 페르가나로 가는 도중에 키르기스스탄을 지났다는 것이다. 거리가 짧아서 키르기스스탄 국경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금방 우즈베키스탄 국경으로 나왔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장한 운전자와 군인들의 굳은 표정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지도를 보면 키르기스스탄이 아닌 타지키스탄일 가능성이 있다. 오래된 일이라 확인은 어렵다)


페르가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젊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1876년 코칸트칸국이 러시아제국에 편입되면서 건설된 신도시다. 9세기에 유명했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 아흐마드 알 페르가니(Akhmad Al-Fergani)의 이름을 딴 공원과 그의 동상은 지금도 페르가나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활용된다. 물론 페르가나분지와 계곡에는 석기시대 이후 계속해서 인류가 존재했다.


20000804 Uzbekistan004a.jpg 9세기에 유명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아흐마드 알 페르가니(Akhmad Al-Fergani)의 이름을 딴 공원과 그의 동상




며칠 뒤 돌아온 타슈켄트는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도시였다. 구시가지의 하즈라티 이맘 광장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세 번째로 큰 모스크와 바라크 한 메드레세, 무이 무보락 메드레세가 있다. 그 밖에도 전통시장인 초르수 바자르(Chorsu Bazaar), 독립광장, 아미르 티무르 광장(Amir Timur Square)과 박물관, 타슈켄트 TV타워, 타슈켄트 지하철 등이 유명하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사는 아미르 티무르와 사마르칸트로 대표된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아무르 티무르로 발음한 것 같다. 티무르는 1360년 차가타이 칸이 침입했을 때 잠시 항복했다가 처남인 후세인과 함께 군사를 일으켜 몰아낸 우즈베키스탄 구국의 영웅이다. 칭기즈칸의 후예가 아니었기 때문에 칸을 칭할 수는 없었지만, ‘아미르’로 불리며 실질적 군주로 활약했다.


티무르는 1369년 즉위 후 사마르칸트를 수도로 정한 뒤 이듬해부터 35년간 원정을 떠났다. 1380년 호라즘을 병합하고, 5회에 걸쳐 동차가타이칸을 침입해서 1397년 복종시켰다. 1380년 이란지방의 카르토왕조를 멸망시키고, 1393년 자라일왕조의 아마드 왕을 바그다드에서 몰아냈다. 킵차크한국을 격파해 모스크바 근처까지 진격했고, 인도를 침입해서 델리를 점령했다.


아미르 티무르는 이틀 뒤 찾아간 사마르칸트에서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이 나라 최고의 관광명소이자,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사마르칸트는 타슈켄트에서 서북쪽으로 약 320km 떨어진 곳에 있었으며 전세버스로 5시간가량 걸렸다. 페르가나를 갈 때 키르기스스탄을 거친 것처럼 사마르칸트는 카자흐스탄을 거치는데 사막 한가운데 재래시장에서 빵을 사 먹기도 했다.


“칭기즈칸은 파괴하고, 티무르는 건설했다”로 요약되는 사마르칸트는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트란스옥시아나의 핵심 도시로서 장안(長安), 콘스탄티노폴리스와 함께 실크로드 하면 떠오르는 지명이다. 방문 이듬해인 2001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다.


그러나 2000년의 사마르칸트는 철저하게 무너진 도시였다. 13세기 초 몽골에 의해 약탈당한 뒤에도 무역 거점으로 기능했으나,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쇠락했다. 방치된 유물들은 빛바랜 채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그 유명한 관광지의 화장실에 문이 없었다. 괴이했지만 그 자체도 하나의 관광거리였고, 현지인들도 황폐화된 역사현장을 교훈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1428년 세워진 울르그베그천문대와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마지스트모스크, 사마르칸트의 자랑인 디귿 모양의 레기스탄광장, 티무르와 울르그 베그(Ulugh Beg) 등이 묻힌 루하바드사원의 지배자 묘역(구르에미르) 등을 돌아봤다. (참고로 최근 사진과 영상을 보니 그때와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비로소 국제관광지의 위용을 찾은 듯하다. 다시 가봐야겠다.)


이 중 기억에 남는 곳은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 다니엘의 무덤이었다. (이슬람교 예언자 쿠삼 이븐 압바스의 동료로 추정되는 다니엘의 유해라는 설도 있는데, 좀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라크 점령에서 다니엘의 묘를 발견한 아미르 티무르가 경제적 실익과 종교적 권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이장했다고 한다. 길이가 18m나 됐는데, 혹시 다른 나라가 다시 강탈할 때 유해를 찾기 힘들게 하려는 의도로 길게 만들었다. 역시 도둑놈 심보는 도둑놈들이 제일 잘 안다.


map015_Uzbek.jpg 타슈켄트를 중심으로 바로 위에 치르치크가 있고, 오른쪽으로 페르가나, 왼쪽으로 사마르칸트가 보인다.(구글지도)




PS. 2000년 여름 캄치크산맥 밑으로 진행했다는 터널공사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타지키스탄을 경유하는 비용이 연간 2500만달러에 달해 직통 철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었고, 본래 캄치크터널 계획이 과거 소련 시대부터 있었으며,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1990년대 말부터 터널 건설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착공 단계까지 들어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캄치크터널은 2013년 9월 중국철도터널그룹(CRTG)이 착공한 뒤 2016년 2월 굴착작업을 완료하고, 6월 22일 개통했다. 7개의 지질단층을 통과하는 19.2km를 2년 반 만에 뚫고, 착공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완공한 셈이다. 현재 중앙아시아와 구소련에서 가장 긴 터널이며, 지하철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긴 광궤(Broad-gauge railway) 터널로 알려졌다.


[타슈켄트 MTA] 구시가지 하즈라티 이맘 광장(Hazrati Imam Complex), 바라크 한 메드레세(Barak-Khona Medrese), 무이 무보락 메드레세(Muyi Muborak Madrasah), 초르수 바자르(Chorsu Bazaar), 독립광장(Independence Square), 아미르 티무르 광장(Amir Timur Square)과 박물관, 타슈켄트 TV타워(Tashkent TV Tower), 타슈켄트 지하철(Tashkent Metro), 알리셰르 나보이 오페라 발레 극장(Alisher Navoi Opera and Ballet Theatre)


[사마르칸트 MTA] 울루그베그 천문대(Ulugh Beg Observatory), 레기스탄 광장(Registan Square), 지배자 묘역(Gur-e Amir Mausoleum), 비비 하님 모스크(Bibi-Khanym Mosque), 샤히진다 묘지(Shah-i-Zinda Necropolis), 시압 바자르(Siyob Bazaar), 다니엘 무덤(Mausoleum of Khoja Daniyar)


[페르가나 MTA] 알-페르가니 기념비 중앙공원(Al-Fergani Monument and Central Park), 지역역사 박물관(Fergana Regional Museum of Local History), 드라마극장(Drama Theatre), 인근 명소 : 리슈탄(Rishtan), 마르길란(Margilan), 코칸트(Kokand), 샤히마르단 (Shahimardan)


[치르치크 MTA] 치르치크 강(Chirchiq River), 차르박 저수지(Charvak Reserv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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