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펠탑 전망대와 센 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파리의 낮과 밤
스무 번째 나라는 프랑스였다. 영국 런던에서 파리(Paris)로 바로 넘어갔다. 도버해협(Strait of Dover)을 해저 채널 터널(Channel Tunnel)로 통과하는 루트를 생각했으나 누구도 추천하지 않는다. 푸른 바다 속 아름다운 산호와 물고기를 볼 수 없는 일반 터널이었기 때문이다.
비행기로 1시간20분을 날아서 파리 샤를드골 공항(Aéroport de Paris-Charles de Gaulle)에 도착했다. 유럽에서 1년간 거주하면서 가장 가고 싶었던 도시는 누가 뭐래도 파리였을 것이다. 막연하게 런던이나 프랑크푸르트, 로마와는 또 다른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만 해도 유럽여행에서 파리가 빠진다면 이상하게 여길 만한 시대였다.
프랑스 수도인 파리는 유럽연합 내에서 광역권 규모로는 1위이며, 단일 규모로는 독일 수도 베를린(Land Berlin), 이탈리아 수도 로마(Roma, Rome)에 이은 3위권의 도시다. 영국 런던에 이어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금융 허브이며, 전 세계의 예술과 패션,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로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 본사가 소재한 곳이다.
개선문(Arc de triomphe de l'Étoile)과 샹젤리제 거리(Avenue des Champs-Élysées), 에펠탑(Tour Eiffel)과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에 인근에 ‘태양왕’ 루이 14세(Louis XIV)가 만든 베르사유 궁전(Versailles)까지…. 파리는 세계 여행의 로망을 자극하는 빛의 도시(La Ville Lumière)로 파리지앵(Parisien)과 파리 신드롬(Paris syndrome)을 탄생시켰다.
공항에서 파리의 랜드마크 에투알 개선문까지는 버스로 40분 정도 걸렸다. 개선문 주변으로 눈이 쌓여있었고, ‘안개의 도시’ 런던보다 날씨가 흐렸다. 칙칙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바닷가도 아닌데, 건조한 우리나라 겨울날씨와는 달리 습한 듯한 기운이 맴돈다. 점심시간이었으나 유동인구는 많지 않았고, 크리스마스가 지난 탓인지 샹젤리제 거리도 한산했다.
그러나 개선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파리의 개선문은 폭 45m, 높이 50m로 규모에서 다른 나라의 그것들을 압도한다. 1836년 7월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시기에 사망한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완공했다. 나폴레옹(Napoléon I)이 로마 원정 도중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개선문을 탐냈으나 파리로 가져올 방법이 없어서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화려하게 만든 건축물이다.
재미있는 점은 에투알 개선문에 앞서 카루젤 개선문(Arc de Triomphe du Carrousel)이 있다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3차와 4차 대프랑스 동맹(Fourth Coalition)을 결성한 프로이센, 러시아, 작센, 스웨덴, 영국을 격파한 뒤 1808년 높이 19m, 너비 23m로 완공했으나, 규모에 실망한 나폴레옹이 2배가 넘는 거대한 크기의 에투알 개선문을 다시 짓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루브르 박물관 정면에 있는 카루젤 개선문에서 뛸르히 가든(Jardin des Tuileries) 쪽으로 바라보면 직선상에 에투알 개선문이 보인다. 그 너머에는 그랑드 아르슈(Grande Arche de la Défense)가 있다. 1989년 완공한 현대적 해석의 신개선문으로 보면 되겠다. 프랑스혁명 20주년 기념으로 높이 110m, 에투알 개선문의 2배 넘는 세계 최대 개선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랑드 아르슈 정면으로 에투알 개선문, 상젤리제 거리, 콩코르드 광장, 뛸르히 가든, 카루젤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까지 일직선을 이루며 절정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파리 여행의 절반이 이 8.5km 길이에 담겨있는 셈이다. 걸어서 2시간, 대중교통 20분, 자동차로는 더 걸린다.
참고로, 높이 60m에 길이 50m의 북한 평양 개선문은 1982년 4월 15일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건립했다. 김일성의 독립운동 업적과 평양 입성 연설을 기념하기 위해 에투알 개선문보다 10m 더 크게 만들었다고 한다. 평양은 가보지 못해서 짐작만할 뿐이지만, 에투알 개선문은 몰도바 키시너우(13m), 루마니아 부쿠레슈티(27m), 우리나라 독립문(14.28m)보다 훨씬 컸다.
에투알 개선문이 위치한 샤를 드골 광장을 떠나 ‘에펠탑 전용 뷰맛집’인 트로카데로 광장(Le Trocadero et son esplanade)으로 갔다. 1.5km 떨어진 가까운 곳이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상당했다. 그제야 슬슬 도파민이 생성되면서 적극성이 발동한다. 믿을 만해 보이는 사람에게 광장과 뒤편 에펠탑이 나오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명실상부(名實相符) 세계 최고의 루브르 박물관이다. 2023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에서 루브르는 886만명으로 682만명의 바티칸 박물관(Vatican Museums), 582만명의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 536만명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도 6위(418만명)였고, 중국은 집계방식의 차이로 빠졌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그동안 책과 TV에서 수없이 봤던 ‘모나리자’,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등 회화와 ‘밀로의 비너스’ ‘승리의 니케상’ 등 조각상이 워낙 유명하다. 전체적으로 사진 촬영을 허용했으나 유독 모나리자 앞에서는 촬영을 자제시킨 것 같다. 촬영 자체를 금한 것보다 빨리 지나가라는 의미였는지는 모르겠다. 굳이 사진을 찍는 이들을 괜히 시샘하면서 눈을 흘긴다.
루브르를 나와서 센 강변을 따라 카루젤 개선문과 뛸르히 가든을 지나면 파리에서 가장 넓은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이 나온다. ‘루이 15세 광장’이었는데, 프랑스혁명 이후 루이 15세의 기마상을 철거했고, 1795년부터 현재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프랑스혁명 중이던 1793년 1월 21일 루이 16세를 처형하고, 10월 16일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참수한 곳이다.
콩코르드 광장은 이집트에서 공수한 오벨리스크와 화려한 분수대를 품고 있다. 광장 서쪽으로 개선문, 동쪽으로 루브르가 이어지는 일직선은 완성도 높은 도시계획을 입증한다. 강 건너엔 프랑스 국민의회 의사당인 부르봉 궁전(Le palais Bourbon)을 바라보면서 에펠탑으로 향했다.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에펠탑 사진을 찍었다면, 에펠탑 전망대에서는 파리 전경을 찍는다.
프랑스의 랜드마크 에펠탑의 명칭은 귀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의 이름에서 따왔다. 미국 뉴욕편에서 소개한 미국의 랜드마크 ‘자유의 여신상’의 내부를 설계한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정도면 단순히 국가를 뛰어넘어 대서양 양안(兩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제작한 건축가로 꼽을 만하다. 에펠탑 건축 예산의 80%를 자비로 충당했고, 20년간 몇 배의 수익을 올렸다.
1889년에 300m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당시 가장 높았던 워싱턴 기념탑(169m)을 훌쩍 넘어선 근대 건축 혁신의 상징. 1930년과 이듬해 크라이슬러 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연달아 완공되기 전까지 40년 넘게 세계 최고 구조물이었다. 프랑스의 첨단 공법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년간 한시적으로 세워두려 했으나, 도저히 철거할 수 없는 랜드마크로 남았다.
에펠탑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탑승하는 엘리베이터가 또 명물인데, 바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설계했기 때문이다. 비싼 전망대에서 유명한 파리 야경까지 보고 싶었지만, 패키지여행에서 가이드는 왕이다. 파리 야경은 센 강 유람선에서 보기로 하고, 나폴레옹의 아우스터리츠(Austerlitz) 승리를 기념하는 방돔 광장(Place Vendôme)을 빠르게 거쳤다.
다음 목적지는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이었다. 메인도로에서 꽤 먼 거리였는데,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걸어서 올라간 것 같다. 사크레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é-Cœur de Montmartre) 입구에는 ‘프랑스 구국의 영웅’ 잔 다르크(Jeanne d'Arc)와 성왕(聖王) 루이 9세(Louis Ⅸ)의 기마상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으나, 성당 문은 이미 굳게 잠긴 상태였다.
물론 몽마르트르 언덕은 파리의 낭만을 대표하는 곳이다. 그러나 연말이었고, 추웠으며, 늦은 시간이었다. 특별히 낭만을 느낄만한 이슈는 없었다. 파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소였지만, 밤보다는 낮이 나을 것 같았다. 대성당에는 14년이 흐른 2019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센 강(La Seine, 세느강) 유람선(Bateaux Mouches)을 타야 한다. 에펠탑 바로 앞에 있는 강변의 선착장에서 배에 올랐다. 낮과는 확연히 다른,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파리의 숨은 야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을 비롯한 유명 건축물이 이어진다. 파리의 센 강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겉에서만 봤다. 늦은 시간이었고, 일정이 바빴다. 2019년 7월에 방문했을 때에도 화재 발생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했다. 2024년 11월 완전 복구됐다니 다시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 2019년 12월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의 노르트담 대성당을 갔다. 프랑스어로 노트르담은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 프랑스에는 동명의 성당이 많다.
센 강 유람 막판에 자유의 여신상이 나타난다. 뉴욕의 여신상 설치 3년 후에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서 세웠다. 사이즈는 4분의1 정도였으나, 모양은 같다. 2019년 콜마르(Colmar)를 방문했을 때도 같은 동상이 있었는데, 여신상을 만든 바르톨디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동상 자체 크기만 보면 뉴욕 46m, 콜마르 22m, 센강 11.5m 순으로 절반, 절반의 절반이다.
PS. ‘태양왕’ 루이 14세(Louis XIV)가 만든 베르사유 궁전(Palais et parc de Versailles)은 파리에서 22km 떨어진 곳에 있다. 2019년 여행에서 하루를 할애했다. 부르봉 왕조 시대에 건설된 바로크 건축의 걸작으로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건축비용을 요즘 가치로 환산하면 최대 63억9000만달러, 한화로 8조8000억원에 이른다.
[파리 MTA] 에투알 개선문(Arc de triomphe de l'Étoile), 샹젤리제 거리(Avenue des Champs-Élysées), 그랑 팔레(Grand Palais des Champs-Élysées), 에펠탑(Tour Eiffel),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 노트르담 대성당(La 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몽마르트르(Montmartre), 물랭 루주(Le Moulin rouge), 엘리제 궁전(Le Palais de L'Élysée), 뤽상부르 궁전(Le Palais du Luxembourg, 프랑스 상원 의사당), 오르세 미술관(Le Musée d'Orsay), 오페라 가르니에(L'Opéra Garnier, ou Le Palais Garnier), 팡테옹(Panthéon), 샤요 궁전(Le Palais de Chaillot), 퐁네프(Pont neuf) 다리,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전(Palais et parc de Versa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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